우리 카슈미르에서는 죽은 사람들이 영원히 살게 된다는 것,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살아 있는 척하는 죽은 사람들일 뿐이라는 것.
- P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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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쓴 모든 것의 최초의 선구자인 신은 / 사람들이 취해 있는 이 땅 위에서 / 정신의 날개를이 책 속에 넣어놓았다. / 책을 펼치는 사람은 누구나 거기서 날개를찾아, / 영혼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저 높은 곳을 날 수 있다. / 학교는예배당과 같은 성소이다. / 아이가 알파벳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하나씩 따라 읽을 때 / 문자 하나하나마다 미덕이 들어 있으니. / 그 심장은이 겸허한 미광 속에서 은은히 빛난다. / 그러므로 아이에게 책을 주어라. / 손에 램프를 들고 걸어라, 그 아이가 그대를 따라올 수 있도록." - P126

오직 음音만이 미래도 과거도 없는 순간이야.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절대적인 현재. 거기에 스며들 수 있는 건 오직 한조각의 음악뿐이란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은 거기서 주변공기의 단 하나의 독창적인 떨림으로 표현되지.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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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느릿느릿 방의 벽들을 빙 돌아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숨이 막힌다. 방이 조여든다. 
활짝 열린 팔들, 나를 부르는 이야기들이 보인다. 
나는 믿을 수 없는 가능성들로 불빛이 반짝거리는
함정 밑바닥에 떨어졌다. 열기에 취한다. 일어선다.
- P37

책은 우리를 타자에게로 인도하는길이란다. 그리고 
나 자신보다 더 나와 가까운 타자는 없기 때문에, 
나 자신과 만나기 위해 책을 읽는 거야. 그러니까 
책을 읽는다는 건 하나의 타자인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행위와도 같은 거지. 설령 그저 심심해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책을 읽는다 해도마찬가지야.
- P53

매번 낭독회가 끝나면 우리, 그러니까 그녀들뿐만 아니라 나 역시 이야기에서 전해지는 감동을, 어둠 속에 혼자라는 생각에 겁먹은 아이, 우리들 안에 있는 그 아이를 위로해줄 아주 작은 그 빛을, 되도록 빨리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뿐이다.
- P61

그 모든 이유 때문에, 이제 나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 없긴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앞을 바라본단다. 날 위로해줄네가 여기 있고, 너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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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의 기하학이,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과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의 형상이 있다. 이곳에 살았던 사람의 부재가 너무도 사실적이고 손에 만져질듯 분명해서 거의 하나의 존재처럼 느껴진다.
- P192

우리의 세계에서 정상성은 삶은 달걀과 약간 비슷하다. 그 단조로운 껍질 속중심부에 지독한 폭력성을 지닌 노른자가 들어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우리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계속 공존하기 위한 -계속 함께 살면서 서로를 참아내고, 그러다 이따금 서로를 살해하기 위한 규칙들을 정하는 건, 우리가 그 폭력성에 대해 늘 느끼는 불안감, 그것이 과거에 행한 일들에 대한 기억, 그것이 미래에 발현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중심부가 흔들리지 않는 한, 노른자가 흘러나오지 않는 한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는 장기적인 관점을 취하는 것이 좋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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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요히 머무는 가운데 지구는 휙, 휙, 빠르게 돈다.
한 시간에 15도, 그것은 절대로 멈춰 있지 않는 속도다. 별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져 눈을 휘둥그레 떴던 밤을 기억한다. 밤도 흐르는데, 계절도 흐르겠지. 나도 이렇게 매 순간살아 움직이며, 인생을 따라 한없이 흘러가겠지. 내가 잠시멈칫하는 사이에도 밤은 흐르고 계절은 지나간다. 견디기힘든 삶의 파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에는 물 아래 납작 엎드려 버티고 버텼던 내 몸을 달래며, 적도의 해변에 앉아 커피 한잔 놓고 눈멀도록 바다만 바라보고 싶다. 한낮의열기가 다 사위고 나면, 여름밤의 돌고래가 내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우리는 아주 빠르게 나아가는 중이라고, 잠시 멈췄대도, 다 괜찮다고,
- P253

지구 밖으로 나간 우주비행사처럼 우리 역시 지구라는 최고로 멋진 우주선에 올라탄 여행자들이다. 어쩌면 그래서우리의 생이 그토록 찬란한 것일까. 여행길에서 만나면 무엇이든 다 아름다워 보이니까. 손에 무엇 하나 쥔 게 없어도콧노래가 흘러나오니까.
- P259

우리나라도 이제 달 탐사를 시작하려고 한다. 국민들에게감사한다. 한국형 달 탐사선이 얻은 관측자료를 전 세계와나눌 차례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성과는 우리나라가 혼자서만 잘해서 얻은 것은 아님을 생각한다. 유사 이래 인류가쌓아온 지식을 교육받고 서로의 연구를 공유하고 참조해가며 쌓아온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지구상의 전 인류에게 ‘우리‘ 관측자료를 내어놓을 그날을기다린다.
- P266

뭐라도 되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고, 그리고 뭐라도 하면,
뭐라도 된다고, 삶은 내게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안갯속 미지의 목적지를 향해 글을 썼다. 그래서 ‘어떤 책이 되긴 되었다.
- P270

책을 완성하기까지 꼬박 열 번의 계절이 지나갔다. 계절이 멀어지고 또다시 돌아오는 시간 중 대부분은 글을 쓰는게 아니라 나는 누구이며 이 책은 어떤 책인가, 이 책이 뭐라도 되었을 무렵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인가를고민하는 데 소모되었다. 그렇게 무척 쓸모없었고 대단히중요했던 열 계절을 기꺼이 맞이한 끝에 이렇게 이 책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다. 이 한 권의 책에는 작은 구두점이지만, 어느 별 볼 일 없는 천문학자에게는 또하나의 우주가 시작되는 거대한 도약점이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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