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 불명
캐스린 크레스만 테일러 지음, 정영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저한테 좀 의미가 남달라요. 고등학교 2학년때 잠깐 독서모임을 했었거든요. 마음맞는 몇명과 함께 시작했어요. 선생님도 없이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는 그야말로 애들끼리 전반전은 100분토론, 후반전은 책이야기를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학회를 꾸렸던거네요. ㅁㅁ이가 어렸을 때는 좀 괜찮았구나 생각해주시면 ㄳ ㅋㅋㅋㅋㅋㅋ


첫모임을 끝내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를때 무작정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책 추천과 리뷰들을 보았어요. 그러다가 저 책이 눈에 걸려 이거다 하고 골랐던 책이지요.

흔히 얻어걸렸다는 말 많이 하잖아요. 딱이에요. 이거야 말로 팔당댐에서 잡은 고래라고 하겠어요. 백경도 울고갈 세기의 월척이죠. 각설하고, 정말 저한테 꼭 맞는 책이었어요. 몇번이나 반복해서 읽고, 지금도 창고 서재안에 들어가서 일부러 찾아보기도 할만큼 마음에 깊이 박혀있어요.

저 책은 분명 나치와 홀로코스트의 공포를 담고 있어요. 잔인한 말로 흔해터진 주제이지요. 그런데 그 이상을 줘요. 
대부분의 2차대전 이야기는 나치와 파시즘에 그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어쩐지 그들을 인류의 돌연변이로 취급하게 되요.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할 역사라고 모두가 생각하지만 그건 전쟁 그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히틀러에 대한 증오와 공포이고, 나도 저렇게 되면... 하는 두려움과 무고한 민간 희생자들에 대한 동정에 호소하지요.

이책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친숙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아요. 구구절절 설명하지도 않고요. 신파도 아니고 눈물도 안나요. 그치만 대단하죠. 아..이 책의 진가는 본인 스스로 읽을 때만 느낄 수 있어요.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몰려오는 찌릿함은 익숙한 내용을 새롭게 하고 모든 클리쉐에 익숙해지기 전으로 돌아가게 해줍니다. 이야기가 주는 원초적인 짜릿함, 무미건조한 타이포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고 반전까지 있어요. 완전 괜찮죠.

서재에 추가하면서 알았는데 그 당시 평단에서도 대단히 좋은 평가를 했었네요. 
역시 평론가와 일반 독자의 교차점은 대단히 동태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취향을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기쁘네요. 저도 권위에 굴종하는 인간인지라 ㅋㅋㅋㅋㅋㅋ좋아하는 책이 쓰레기같다는 평을 받는것 보다는 훨씬 좋은일이니까요 낄낄낄

꼭한번 읽어보기를 권할게요. 가까운 도서관도 좋고 금새 읽으니까 시간죽일 뭔가가 필요할때 읽어도 좋을겁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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