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그닥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소재가 좋은 것과 만듦새가 탄탄한 것은 완전 다른 것이니까. 그런와중에  내가 좋아하는 건… 송환. 망할 영화학회에서 코고는 소리와 함께 들었지만, 어느 순간의 몰입도가 러닝타임을 압도하는 경험이었다.

태풍태양이 정재은의 작품인지 몰랐다. 나에게 고양이를 부탁해- 이후로 정재은은 사라진 사람이었다. 목이 달랑달랑한 닉. 그다지 생각나고 구미에 당기지 않는, 한마디로 아오안이라 이거였다.  (그리고 태풍태양은여전히 보지 않을 계획..)

영화는 말으로 시작해서 말으로 끝난다. 그런데 서사가 이상하다. 삐뚤삐뚤거린다. 시간을 막 건너 뛰고 그 다큐의 흔하디 흔한 작법 헨드헬드도 많이 눈에 뜨이지 않는다. 심지어 지미집도 나와…!!! 되려 캐묵은 자료화면과 케백스스페샬이라도 보는 듯한 지인들의 인터뷰와 혼재되어 영화는 흘러 간다.

말하는 건축가는 정기용 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건축과 건축에 대한 세계관, 토목과 삽질로 곡해받는 시선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결코 계몽하려 하지 않고 그저 보여줄 뿐이다. 한 사람의 일생은 그저 정재은이 세워놓은 메타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에는 겹겹겹겹으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간과 철학을 잃어버린 건축, 그리고 삽질과 재개발로 넘쳐버린 사회. 통렬하지 않기에 더 사람을 움찔하게 만든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부대끼며 끊임없이 한국이 힘에 부쳤던 그의 삶을 통해 몰지각한 포퓰리즘식의 정책까지도 보인다. 그로 인해 영화는 이를 인간과 연결지으며 인간의 토대 위에 쌓여지지 않아 충족되지 못한 본능인 “주”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왜 여기까지 왔는지. 왜 우리가 개판인지. 본능이 충족되지 않는 사회에서 한가닥 희망을 가져다 주려고 노력하는, 영화는 그렇게 한주먹 희망을 쥐어주구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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