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정용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는 더이상 염전 너머를 보지 않는다. 보게되면, 보고 싶은 것이 생긴다. 보고 싶은 것이 생기면, 볼 수 없는 현실이 괴로운 법이다. 층분히 괴로운 상황이다. 이상황에 결핍감을 보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어떤이에겐 희망이 살아갈 힘을 줄지 모르지만 이곳에서의 희망은 마약과도 같다. 희망은 거짓 기대와 헛된 욕망을 만든다. 기대와 욕망은 몸에 열을 공급한다. 배출되지 않고 누적되는 열은 결국 자멸에 이른다. … 9에게 남은 희망은 그 어떤것도 희망하지 않는 무감한 마음을 갖는 것이었다.

염전강제노역자라는
극단적상황을 놓는다면, 기대를 놓는 것은 되려 쉬운일일 수 있지만 도처에 깔린 내 거짓희망들 사이에서 좀비가 되지않고 살아가는 것은 어렵다. 바야흐로 희망까지 팔면서 정신을 제 살을 베어먹는 이 천한 악화의 시대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