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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닌자
라르스 베르예 지음, 전은경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흥미진진한 회사생활의 판타지를 기대하며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어쩌면, 이 무더운 여름의 상쾌함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읽기 시작한 책은 오히려 사뭇 퇴폐적인 스토리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책의 시작은 직장생활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직장인을 대변하듯 통쾌하게 시작되었다. 주인공인 예슨얀센이 생각해 낸 벗어나는 방법, 그건 자신이 아예 사라져버리는 방법이었다.
회사 사무실로 들어가 닌자처럼 모습을 숨기고 잠입에 성공한 그 방법은 밀림에서 살아남기를 보듯 식생활을 해결하는 부분에 있어, 생생한 사실에 집중하게 했고, 너무나 사실적인 묘사가 숨어지내기가 가능할 거 같다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회사생활에 바쁜 와중에 몇시간동안 안보인다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던 동료들. 덕분에 동료들의 일상을 더 자세히도 관찰할 수 있게 된 그가 말하는 동료들의 특징은 상당히 재미가 있었다. 처음엔 다소 저마다의 생활이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싶은 내용들이었고 그 단편적인 전화내용만으로도 상당한 추리력을 가지고 그 사람을 맞춘다는 것도 재미났다.
그런데 폰전화, 니나와의 통화를 시작으로 내용은 그렇게 재밌게만 흘러가지 않았다.
오히려 읽는 내내 거부감이 들어 책을 내려놓고 싶어졌다. 남자들의 판타지를 깨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오히려 이 책에서 내내 그 판타지를 지켜주는게 뭐가 이상한건지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퇴폐적인 대화를 해나가는 그녀가 나조차도 정말 이상했다.
“나한테? 그 남자는 나한테 그런 짓을 하는게 아니야. 모든건 그 남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나지. 난 그저 약간 도와줄 뿐이라고” -p.130
도청을 시작으로 그녀와 통화를 하게 된 주인공이지만.. 어쩐지 읽는 내내 같이 불쾌해지긴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그래도 저질스런 농담으로 여기기엔 너무나 많이 등장했고, 너무나 많이 묘사를 했기에 이 책의 저자는 도대체 회사에서 지쳐 떠난것을 해결하는데 회사동료들의 사생활뿐 만아니라 왜 대화내용을 이런것밖에 쓰지 못했나 싶었다.
마지막에는 사회문제로 돌릴려는 시각을 막아서기까지 했지만, 이번엔 호르몬의 문제로 이야기를 번복했다. 사람이 무기력해질때 해결법은 사실, 무기력한 요소에서 벗어나거나 관심사를 넓히거나 둘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그 둘중에 하나도 솔직히 이 책에서 쓰는 방법은 아니었다. 회사에서 숨어서는 그 방법이 해결법도 아니었고, 자신이 더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되는 훈훈한 결말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종일관 정상적인 상황이 하나도 없었고, 스펙타클한 상황만이 맞이했다. 어찌보면 영화의 한 장면을 예상할 수도 있는 흥미진진함도 있지만, 주인공을 멋있게 상상할 수 없는 요소가 확실히 반감의 요소였고 통쾌함을 느낄 수도 없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