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엘리자베스 시대 사람들 - 보통의 독자 버지니아 울프의 또 다른 이야기 보통의 독자 2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인용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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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책장 한 장을 넘기기 어려운 책들이 존재한다. 읽으면서 흥미를 잃게 된다는 사실이 정답이겠지만, 흔히 이런 책들은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쳐다보게 되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던 이야기가 그저 여유가 없던 시절, 메말라버린 이성에 억지로 읽으려하니, 무미건조하게 읽혀진 건 아닌지. 책 속에서 사상을 찾고 나와 다른 성향을 책을 만나더라도 읽다보면, 그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겪은 이야기가 연상이 되기 시작하면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버지니아 울프, 그녀의 이야기는 쉽사리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엘리자베스 시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들려주면서 주관적이 입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귀족들의 일상,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담히 표현해주었다. 그것도 고풍스런 언어를 사용하던 그 시대 사람들의 운문은 가슴이 미어질도록 감동적이었고, 단순히 소설로써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기품 있는 문체 위에 그 어휘들을 사용한 이유라든가 그 어휘를 사용하는 방법들, 소설을 일부분을 스스로 쓸 수 있게끔 알려주는 독백적인 문장들은 더욱 마음을 흔들었다. ‘별다른 효과가 없는 일에 이런저런 불평을 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을 일이며, 제멋대로 하려는 기질을 나타내는 나쁜 조짐이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모두 사상가였으며, 철학가였으며, 낭만파였다.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는 시점으로 다르지 않은 조언을 해준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증오하고 싶을 정도로 싫어지는 사람은 분명이 한명쯤 생길 것이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하라고? 솔직하게 혹평하는 그녀의 담백한 독백은 꾸미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어느 지침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단편 이야기 하나에서 그 많은 주인공들의 고민들을 독백으로 일러준다. 현재, 지금의 어려운 일들은 쉽게 인정하고 싶지도 쉽게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천지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치유를 목적으로 쓰여 진 소설이 아닌데도 우스꽝스런 표현이 재치 있는 발상에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단편적인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하나의 이야기에 무미건조해지다가 하나의 이야기에 사랑에 빠지고, 그 어느 장편소설에 비교할 수 없이 가벼운 책이었다. 왜 그녀의 이야기가 쉽게 다가오지 않았는지 아직도 미스터리이다. 책 속에 풍자에 정말 즐거웠고, 그 신선한 충격이 온 몸으로 느껴지면서 작가 본인인 그녀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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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보경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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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자녀들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어머니, 그 단어가 가슴뭉클하게 더 다가왔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왕자의 작가로 더 알려진 그 이름은 나에게 어린왕자를 가슴에 묻고 살았던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으로 상상되어 기억된다. 하지만, 그의 삶은 그의 인생은 여느 학생들의 학창시절처럼 점수에 고민하고 잘 받은 점수를 자랑하고 싶어하던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절도 있었고, 어른이 되어갈수록 가져야하는 책임감에 힘들어하고, 유년시절, 어머니와 함께 있던 그 포근함을 그리워하는 순수함을 마음에 품고 사는 인생이었다.



편지는 더욱 감정몰입이 쉬워서 그의 위트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그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그가 그 나이 때에 갖고 싶은 것을 졸라서 사달라는 어린아이보다 더욱 성숙하다고 느껴진 건 그 담담한 편지체가 너무나 예의바르고 공손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학창시절부터 기숙사에서 지내온 그는 자유롭기도 했겠지만, 어린나이에 겪어야했던 외로움은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편지의 내용상, 그가 가족들에게 얼마나 위트 있는 장남이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가장 장점의 앙투안의 자필편지가 담겨져 있다는 것과 그가 편지에 그린 그림체들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는 점이다. 편지는 앙투안이 하루 종일 어떻게 보냈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예전의 내가 쓰던 일기도 이렇게 자세하게 쓰지는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보통은 글 쓰는 재주가 없어서 편지는 고작 한 장이면 많이 쓰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의 편지는 흡사 소설보다 더욱 자세하게 묘사되었다. 사물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한 묘사가 단연 눈에 띄었다. 앞 뒤 정황이 편지 한 장에 모두 담겨져 있어서 앙투안의 어머니, 마리 드 생텍쥐페리는 아들의 편지를 보고 흡족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들은 날마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방법을 다시 배우고 있었으니, 어머니 자신도 그 편지 하나하나가 따스해지는 일부분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엄마에게 문자조차 쑥쓰러워서 간단하게 보내는데 이런 편지를 매번 썼을 그의 효성에 정말 대단하다 느꼈다. 예전에 내가 기숙사생활을 할 때에 일주일에 통화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든 걸 생각하면 부끄럽기까지 하다. 편지 속에 그는 자신이 정말 잘 지낸다는 사실과 어머니를 그리워한다는 것과 어머니가 보내주신 것들의 감사하는 마음과 자신의 고민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표현했다.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라 더욱 공손하고 절제된 편지였을지도 모르지만, 자라면서 말수가 적어지는 아들들보다는 훨씬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가 아들의 행방불명소식에 어떤 기분이었을지, 장마철이라 오늘도 하루 종일밖에는 비가 내려서 책을 덮는 순간 쓸쓸하고 안타까운 기분이 더해졌다. 어른이 되어 비행이 외로움의 원인이 되기도 답답함을 없앨 돌파구가 되기도 한 그의 인생의 절반이었지만, 그래도 그의 인생의 마지막 비행은 행복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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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요리하라 - 세계 최고 레스토랑 엘 볼리를 감동시킨 한 청년의 파란만장 도전 이야기
장명순 지음 / 미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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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너는 왜 행복해보이냐?’ 그 질문 하나로 모든게 표현되는 책이다. 이 책을 짚어든 나 같은 경우에도 행복하기 위해 행복관련 자기계발서적을 많이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자신이 행복한 이유가 너무나 현실적이다 보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언가를 해보라는 지침서보다도 자신의 꿈을 위해 의심없이 실행에 옮기는 장명순 셰프의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용기와 부러움이 동시에 생겼다. 전 세계의 12곳의 레스토랑을 탐방하면서 장명순 셰프가 깨달은 답이 고스란히 적혀있는 이 한 권의 책 안에는 유명한 멘토들의 소중한 조언들이 담겨있다.

책 소개를 잠시보자면, 열 일곱 살부터 요리를 시작해서 자신의 길에 확신이 흔들려 멘토가 될만한 셰프들을 만나보기로 결심하고 세계여행을 떠났다는 사실이 포인트이다. 이 시대에 정규과정대로 흘러가듯 교육을 받고 흘러가듯 졸업을 하고 졸업 후의 직장을 잡고 직장생활이 힘들어도 어느 순간부터 꿈을 잃고,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 따위는 가치도 없듯이 그 직장에 얽매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20대의 열정은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정작 하고 싶은 일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에서부터 망설이게 된다. 저자에게 그 계기는 빨리 찾아왔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슬기롭게 극복했다. 이미 자신보다 앞 서 그 세계에서 일인자인 사람들은 지금의 고민들을 극복하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멘토가 될 만한 충분한 사람들이다. 장명순 셰프는 그것을 믿고 의심없이 자신이 행복해지는 길을 걸었다. 예약된 시간을 맞추기 위해 고생한 이야기나 여행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 낯선 이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에 섭섭함도 고마움도 모두 경험하며, 스스로 강해지는 과정이 낯설지 않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사람들은 안전한 방법으로 저렴하게 갔다오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 책을 짚어들면 목표를 두지 않는 여행은 영양가없는 여행이되겠다고 깨닫게 되지 않을까.

저자가 방문한 유명 레스토랑들은 그 소개들 하나하나가 코스요리에 대한 가이드였고, 레스토랑을 찾아가는 그 길이 여행가이드였다. 목표가 있다면 이루고 싶어서 노력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노력은 꾸준한 끈기가 필요하고 끈기와 노력이 인정받게 되는 순간 그 행복은 배가 된다. 저자가 만난 셰프들이 지닌 마음가짐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간미였다. 저자는 주옥같은 조언들을 책으로 출간하면서 유명한 셰프뿐만 아니라 저자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행복해질 수 있었는가를 깨달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 마음가짐을 습득한다면 조금이나마 행복에 빨리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간 ‘너는 왜 행복해보이냐?’라는 질문이 나에게도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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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사랑이다 1
피에르 뒤셴 지음, 송순 옮김 / 씽크뱅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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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결말을 알고 보는 책이 과연 흥미가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살아간다는 것은 곧 사랑한다는 것. 숨은 뜻을 알지 못하는 문장은 그냥 스쳐지나가기 마련이다. 시시하다는 그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강해질 수 있는 걸까? 이들의 사랑은 가슴 아프게 끝이 났지만.. 그들의 고고한 사랑을 알리는 길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결말을 알고 보는 소설은 과연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반전이라도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소설은 결말을 알기에 한 장 한 장더 긴장하고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들 중의 한명은 이 고난을 이기지 못하고 죽는다는 사실에 슬픈 회상장면처럼 지나가는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이 단순히 멜로드라마 같이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니엘의 죽음에 대해 제라르가 견뎌낼 수 있을까. 2권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그들을 좌절시키는 세상이 나도 미워지기 시작했다. 제라르의 1인칭시점으로 생각하는 말들은 이해할 수 없는 부모와 사회의 편견에 대항하고 스스로의 행동을 선택하는 능동적인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수동적인 인간에게 던지는 말이었다
 

그들이 서로에 대해 편지로 대화하는 것은 더 호소력 있었고, 점점 나약해지는 것이 무엇인지 추락하여 공허한 심정을 얼마나 확인시켜주는지 두 번 세 번 보아도 그들이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된다

선생과 학생이 아닌, 그들의 사랑은 애틋하고 누구라도 이쁘게 사랑하고 있다고 느낄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서로의 미소만으로도 둘이 빛내는 시너지 효과는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저절로 활기차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빛바랜 사진처럼 그 둘의 사랑은 과거의 회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니엘, 그녀에겐 죽음이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었으니까. 통속적인 세계관과 강압적인 부모로부터 법의 본보기를 위해 무작위적인 압박을 받은 그들은 누구라도 감당해낼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높은 벽이었다. 그들은 최선을 다했고, 그랬기에 더욱 아름다웠다. 나또한, 그들이 이야기가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한 일회성 기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자들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깨달음. 그녀는 의지가 살아있는 에너지로 영원히 지속되길 바란다. 5월의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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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 지금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시 90편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1
신현림 엮음 / 걷는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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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초년생, 첫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기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학생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와 신입이란 이름에 걸맞게 잦은 실수로 혼나는 일이 빈번히 있다보니 웃는게 웃는 거 같지 않았습니다. 일을 못하면 눈치라도 있어야겠다싶어 하루 종일 긴장하고 있다보니 순수한 기쁨에서 우러나는 웃음이 아니게 되어버렸죠. 면접 볼 당시만 떠올리면 그 열정이 다 어디로 가버렸나 싶을 정도로..도망가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습니다.

이 세상 모든 딸들에게 바치는 책.

지금의 이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고,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그 마음 하나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시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문학에 나온 시를 읽어본 것이 전부였고, 그 당시엔 배우는 것만 급급해서 감성적으로 메말랐던 시집이 큰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네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라는 그 한마디가 가슴깊이 울렸습니다.

지금의 나는 제일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요. 그 흔하디 흔한 위로가 왜 그렇게 울고 싶을 정도로 따스하게 다가왔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수많은 딸들 중의 하나가 되어 그 위로가 정말 따스한 위로가 되리란 믿음이 있었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시가 소설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국시인이 쓴 시를 번역은 소설처럼 자연스럽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전해주고 싶은 시들을 모아 책이 된 시집은 지금, 현재가 가장 행복한 시기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마음을 다독여주었습니다.

많은 사람의 위로를 한 번에 받고 있는 듯한 착각과 시인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라는 그 따스한 위로와 방법들.


현재의 문제를 바로 옆에서 도와주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한결 편하게 유연하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현림씨가 좋은 시들을 잘 엮어주었네요.

마음이 메마르면 어느 책이든 쉽게 공감하면서 읽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잠시 쉬고 싶고, 도망가고 싶을 때는 책 한 권이 큰 위로가 될 수는 있지요.

간절히 도움을 받고 싶어 한다면, 이 책이 그 도움을 주리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제가 도움을 받은 것처럼 말이죠.


언제든 어느 페이지를 넘겨도 한 편의 시를 읽을 수 있고, 읽고 나면 나 자신이 다시 한 번 웃을 수 있는 능력을 손에 넣은 거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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