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보경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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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자녀들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어머니, 그 단어가 가슴뭉클하게 더 다가왔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왕자의 작가로 더 알려진 그 이름은 나에게 어린왕자를 가슴에 묻고 살았던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으로 상상되어 기억된다. 하지만, 그의 삶은 그의 인생은 여느 학생들의 학창시절처럼 점수에 고민하고 잘 받은 점수를 자랑하고 싶어하던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절도 있었고, 어른이 되어갈수록 가져야하는 책임감에 힘들어하고, 유년시절, 어머니와 함께 있던 그 포근함을 그리워하는 순수함을 마음에 품고 사는 인생이었다.



편지는 더욱 감정몰입이 쉬워서 그의 위트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그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그가 그 나이 때에 갖고 싶은 것을 졸라서 사달라는 어린아이보다 더욱 성숙하다고 느껴진 건 그 담담한 편지체가 너무나 예의바르고 공손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학창시절부터 기숙사에서 지내온 그는 자유롭기도 했겠지만, 어린나이에 겪어야했던 외로움은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편지의 내용상, 그가 가족들에게 얼마나 위트 있는 장남이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가장 장점의 앙투안의 자필편지가 담겨져 있다는 것과 그가 편지에 그린 그림체들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는 점이다. 편지는 앙투안이 하루 종일 어떻게 보냈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예전의 내가 쓰던 일기도 이렇게 자세하게 쓰지는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보통은 글 쓰는 재주가 없어서 편지는 고작 한 장이면 많이 쓰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의 편지는 흡사 소설보다 더욱 자세하게 묘사되었다. 사물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한 묘사가 단연 눈에 띄었다. 앞 뒤 정황이 편지 한 장에 모두 담겨져 있어서 앙투안의 어머니, 마리 드 생텍쥐페리는 아들의 편지를 보고 흡족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들은 날마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방법을 다시 배우고 있었으니, 어머니 자신도 그 편지 하나하나가 따스해지는 일부분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엄마에게 문자조차 쑥쓰러워서 간단하게 보내는데 이런 편지를 매번 썼을 그의 효성에 정말 대단하다 느꼈다. 예전에 내가 기숙사생활을 할 때에 일주일에 통화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든 걸 생각하면 부끄럽기까지 하다. 편지 속에 그는 자신이 정말 잘 지낸다는 사실과 어머니를 그리워한다는 것과 어머니가 보내주신 것들의 감사하는 마음과 자신의 고민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표현했다.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라 더욱 공손하고 절제된 편지였을지도 모르지만, 자라면서 말수가 적어지는 아들들보다는 훨씬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가 아들의 행방불명소식에 어떤 기분이었을지, 장마철이라 오늘도 하루 종일밖에는 비가 내려서 책을 덮는 순간 쓸쓸하고 안타까운 기분이 더해졌다. 어른이 되어 비행이 외로움의 원인이 되기도 답답함을 없앨 돌파구가 되기도 한 그의 인생의 절반이었지만, 그래도 그의 인생의 마지막 비행은 행복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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