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은 왜] 김영하글, 문학과지성사

김영하의 장편소설 [아랑은 왜]는 이렇게 첫머리를 시작하고 있다.
'아랑은 나비가 되었다고 한다. 나비. 어떤 나비들은 아주 멀리 날아간다.
우리나라에도 서식하는 작은멋쟁이나비의 경우만 봐도,
봄에 북아프리카를 떠나 여름까지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아이슬란드에
도착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대서양 연안을 따라 모리타니, 기니,
가봉,콩고, 앙골라 등을 거쳐 희망봉까지 이동하는 것도 있다 한다.
그러니까 사하라에서 프로방스를 거쳐 노르웨이, 그리고 얼음과
오로라의 땅 아이슬란드까지 날아가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사하라와 아이슬란드에도 꽃이 피기는 피는 걸까?
핀다면 무슨 꽃이 필까?
연평균 기온 5도, 연평균 강우일이 215일인,풀과 꽃을 다 합쳐봐야
200종밖에 안 된다는 그 북극의 섬나라까지 어쩌자고 날아가는 걸까?
아마, 흘러갔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김영하는 어찌되었건 괜찮은 소설가임은 분명하다.
그의 뛰어난 상상력과 글을 풀어나가는 재주는 요즘 보기 드문 재줏꾼임엔 틀림없는 것같다.
아랑의 전설을 새롭게 써 나가는 과정, 이야기의 전개에 독자를 참여시켜 글을 써나가는 것이 독특하고 흥미롭다.
[아랑은 왜]를 출판했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김영하는 왠지 장편보다는 단편이 나을것 같다는 선입견이 강하게 있었던지라 큰 기대보다는 궁금함이 앞섰던 것은 사실이다.
어찌보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도 [아랑은 왜]처럼
토막 토막 하나의 영상처럼 잔영이 남아 짧은 이야기의 엮음처럼 기억이 되는 걸 보면 이것또한 작가의 독특한 개성이 아닌가 싶다.
옛 아랑의 전설을 새로운 시점으로 추리관점으로 엮어간것 또한 김영하 아니면 누가 하랴 싶은 생각이 든다.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현대의 이야기는 작가 자신이 풀어놓기만 했지 거두어 들이지 못한 숙제처럼 아쉬움이 남는다.
근간들어 아주 재미있게 소설을 읽을 수 있어 마음이 풍족하다.
2001년7월16일(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