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집 / 원제 : 蔭の樓みか]

현월 글/ 신은주, 홍순애 옮김/ 문학동네
1999년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재일교포 2세 작가 현월의 수상작품집으로 <그늘의 집>과 <젖가슴>, <무대배우의 고독> 이렇게 세편의 소설로 엮어진 책이다.
이 책엔 재일교포, 그들과 결혼한 이들등이 등장하지만 강렬한 민족의식보단 그저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있다.
괜한 민족의식을 불러일으키려 하는것은 딱 질색인데, 영화 [GO]처럼 이 책은 그저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늘의 집]은 오사카의 수많은 재일교포들과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모여살고있는 불법 노동자 거주지역에서 귀신처럼 살고있는 '서방'이라 불리우는 한 늙은이의 이야기이다.
그에게 보여지는 세상과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하겠다.
태평양전쟁에서 그다지 정의롭지도 않은 불의의 상처로 한쪽 팔을 잃고 집단촌에서 평생은 먹고 살 밥과 잠자리를 제공받으며 -자신의 상처로 일을 하지않고도 목구멍에 풀칠은 할 수 있는 - 살고 있다.
삶의 아무 연고도 없고, 살아갈 이유조차 뚜렷하지않음에도 어김없이 눈을 뜨면 밥나르는 여자가 밥을 디밀어주고 그 것을 넙죽 받아먹는 늙은이의 큰 변화없는 일상이 조용하면서도 섬세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문학의 '무정'이나 '운수좋은 날'을 읽을 때의 느낌들도 함께 묻어있다.
<무대배우의 고독>의 주인공도 세상과는 단절된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청년이다. 자신에게 일어난 죽음을 자신만의 간단한 방법으로 사촌이 죽은 놀이터에서 죽음의 의식을 치름으로 무언가 보상받는 느낌으로 살아간다. 이 소설 또한 흥미로웠다.
현월의 소설엔 세상과는 단절된 고독이 깔려있다. 느린 템포이지만 깔끔한 것이 맘에 들었다.
[나쁜 소문]으로 신간이 나왔던데 기회가 되면 읽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