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즈코 상
사노 요코 지음, 윤성원 옮김 / 펄북스 / 201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사노 요코가 유년시절과 성장기를 거쳐 성인이 되어 주관적, 객관적으로 바라본 엄마의 이야기다.
어쩌면 상처가 될수 있을 자신의 은밀한 가족사를 이렇게 담담하고도 솔직하게 풀어낼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책을 넘기며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고 가슴 아픈 부분은 잠시 호흡을 고르며 읽게 된다.
젊은 시절 요코의 엄마는, 오빠를 잃고 뜻하지 않게 큰딸이 된 그녀를 후려갈기기도 하고 들볶기도 하고 쏘아보기도 하던 억척스럽지만 요리와 살림에 능한 부지런한 여자였다.
요코는 엄마가 시키는 일들을 꾀를 부릴때도 있지만 대체로 척척 해내며 씩씩하게 성장한다.
집에서 30미터쯤 떨어진 강에서 양동이 두 개를 멜대에 달고 열 번쯤 날라 물통을 채우는 열살 여자아이 요코, 남자아이가 뺨을 때려도 울지 않는 요코, 가난한 대학시절 일년 내내 청치마 하나를 입고 다녀도 기죽지 않았던 사노 요코의 기질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답을 찾을수 있다.
아이 일곱을 낳았는데 그중 셋을 잃은 여자, 마흔 두 살에 미망인이 된 여자, 혼자 힘으로 자식들을 대학공부까지 시키고 그후로도 꽃꽂이 선생도 되고 지방공무원도 한다.
집에 손님이 오는 걸 좋아하고 남편 제자들과 의지와 갈등 해결의 대화 상대가 되는 믿음직하며 열정적으로 살다간 여자가 요코의 엄마다.
평생 미안하다는 말 대신 '그렇지 않아요.' 라고 외치며 살아온 엄마는 치매에 걸린 후 마치 그동안 못다한 말들을 쏟아내는 듯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말을 자주 반복하며 사용한다.
사노 요코는 자신의 엄마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묘사해 삼인칭 관찰자 시점같은 시즈코 상 자서전을 완성한다. 그것은 엄마에게 주는 그녀의 마지막 선물같다.
치장이나 가식이 없는 그야말로 날 것 그대로의 최고의 어머니 예찬이다.
정을 주지 않는 엄마를 미워하며 살던 그녀가 치매에 걸려 다시 아기가 된 엄마를 안고 펑펑 우는 장면은 읽는 이에게도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평행선을 달리듯 담담하고 고통스러운 일상을 살아온 엄마와 딸이 결국 하나가 되는 장면은 세상에 남겨진 미완의 가족들에게도 마지막 한 장의 퍼즐이 맞춰진 것처럼 따뜻한 위안이 된다.
긴 세월 엄마를 오해하고 미워했지만 결국엔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보내드리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암 투병 중이던 그녀는 그리운 엄마를 만나러 2010년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차례
1. 엄마, 난 정말 못된 딸이야
2. 엄마도 참 힘든 삶을 살았네요
3. 미안하다 말해줘요
4. 치매에 걸려줘서 고마워요, 엄마
막대기 같은 굵은 팔뚝에 살가죽, 아니 주름이 붙어 있고, 그 주름에 푸른 정맥이 돋아 있었다. 가엾은 엄마. 쉬지도 않고 오로지 이 손으로 여태껏 살아왔구나. 이렇게 될 때까지. 눈물이 흘러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