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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 전6권 세트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반지의 제왕을 읽기 시작한 지 벌써 5개월이 넘었다. 아직 6권을 채 읽지 못했지만 반지의 사자들은 이미 모르도르의 암흑산에 반지를 던져버렸다. 반지의 사자들과 그들의 친구들이 느꼈을 기쁨과 흥분을 나 또한 억누를 수 없어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다. 반지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이 책을 처음 알게된 뒤 눈에 띄기만 하면 읽어보려 했었다. 한국의 나이 어린 작가들에 의해 지어진 판타지류 소설들이 범람하던 몇년 전, 아무리 생각해도 판타지의 토양이 전무한 한국에서 외국의 롤플레잉 게임과 만화들을 보고 자란 어린 작가들의 무작정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책들이 얼마만큼의 품질을 보장하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 접하는 판타지인 만큼 적어도 오리지널리티를 갖춘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 반지전쟁을 찾았던 것이다.
반지전쟁, 이것이 얼마 전에 만들어진 영화 반지의 제왕과 같은 내용이라는 것을 안 것은 영화를 보기 얼마 전이었다. 그 영화는 여지껏 맛보지 못한 영화의 재미와 무한한 상상력의 희열을 느끼게 했다. 그 직후 반지의 제왕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번역된 이 책을 전권 구입하게 되었다. 아...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크다던가... 1권과 2권은 너무나 세부적인 묘사들 때문에책을 읽는다는 것이 성경 읽기와 맞먹을 정도로 지루한 작업이었다. 책을 다 표현하지는 못했지만(어차피 불가능하다) 워낙 영화에서 책 속의 상상력을 극대화하여 표현해 놓았기에 영화에서 나온 장면은 그나마 영화를 떠올리며 간신히 읽어나갈 수 있었지만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자연 풍광들을 묘사하는 부분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3권부터는 오히려 영화를 본 경험이 책 속의 묘사를 상상력으로 바꿔놓는 훌륭한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호빗들이 오크들에게 끌려가는 장면에서는 그 호빗의 이름만으로 쉽게 그 모습을 그려낼 수 있었고 오크들의 무시무시한 손톱을 소름이 돋도록 느낄 수 있었다. 그 때부터 나의 책 읽기는 엄청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 책의 여러 주인공들에게도 별로 점수를 매길 수 있다면 별 다섯개는 단연 샘 감지에게 주고 싶다. 샘이야말로 시작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순수하고 충성된 사랑의 의미를 온 몸으로 전달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생명체들과 신비로우면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이 모험을 겪으면서 보여주는 사랑, 질투, 분노, 화해 등의 감정들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샘 감지와 골룸에 대한 감정 묘사는 매우 탁월한 것이어서 소설 속의 체면과 위신에 맞는 조금 허풍스런 대사와 행동을 하기에 바쁜 다른 주인공들보다 훨씬 인간적이었기 때문에 애정이 가는 캐릭터였다. 이렇게 거대한 소설을 읽는 재미를 포기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