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허영만의 만화 에세이에서 본 것 같다. 아빠는 낚시를 하고 있고 아이는 물가에서 놀고 있으며 엄마는 조금 떨어진 집에 있다. 잠시 후 아이는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리게 되고 아빠는 침착하게 머리를 굴린다. 수영을 전혀 못하는 내가 들어가서 둘 다 빠져 죽는 것보다는 수영 국가 대표였던 애 엄마를 데려오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한 아빠는 뛰어가서 엄마를 불러온다. 물가까지 다달은 엄마는 재빨리 뛰어들지만... 아이는 이미 죽어버렸다. 놀라운 것은 엄마의 허리 밖에 차지 않는 수심이었다...'사랑은 실천이다'라고 만화는 결론 내린다.
사실 신변잡기적인 내용의 소설은 잘 안보는 취향이지만 우연히 친구가 빌려준 가시고기를 읽으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읽어가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백혈병에 걸린 아이를 고치기 위해 능력없는 아빠가 보여주는 극적인 사랑은 한편으로 보면 비현실적으로까지 비쳐진다. 하지만 작가는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아빠와 아이의 관점을 오가면서 둘 사이의 감정의 교감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가시고기... 엄마 고기는 알만 낳고 도망가 버린다. 아빠 고기만 홀로 남아 먹지도 자지도 않은 채 오로지 자식들이 부화하기만을 기다린다.때로 미지의 적들이 다가오면 몸을 사리지 않고 싸워가면서... 알들이 부화하면 돌 틈에 머릴를 박고 죽는다. 그러면 새끼 고기들은 아빠의 시체를 뜯어먹는다고 한다.
아직 결혼이 이른 나이기에 부성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소설은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다. 사랑은 헌신이며 희생이다. 때로는 융통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가시고기 아빠처럼 자신을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그 거리감 때문에 서글프다... 나라면... 나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지독한 자기애에 빠져서 조금이라도 잘나 보이려고 아둥바둥 거리면서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 나의 가슴 저 깊은 한 구석에 사랑이 숨어 있을까... 있다면 그 사랑을 끄집어 내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의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