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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의 기둥 1
송대방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파르미지아니노의 그림 속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펼쳐지는 밀도 높은 지식의 향연. 스릴러 혹은 추리물로서의 긴장감은 후반으로 갈수록 형편없이 빈약해지면서 허약한 결말을 내지만 거대한 강줄기 같은 그림과 연금술에 대한 지식으로 2권 짜리 장편 소설의 분량을 채워내고야 말았다. 위대한 미술가들의 그림 속에 숨겨진 연금술사들의 비밀스런 결사 또는 헤르메스를 향한 간절한 기도처럼 작가 역시 신앙으로 승화된 헤르메스를 독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한다. 결국 작가는 이 시대에 새로운 프리메이슨을 만들고자 하는 혐의를 벗을 수 없게 되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2권의 책 속에서 무한에 까까우리만큼) 헤르메스에 대한 설명은 읽는 이로 하여금 흥미로움과 놀라움으로 시작했던 마음을 점점 지치게 만든다. 참신한 지적 미술사 스릴러로 봤더니 이건 헤르메스의 부활을 위한 연금술사들의 음모서가 아닌가!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화가들의 聖畵 속에 잔재된 헤르메스의 흔적과 우의적인 표현들을 설득력있게 설명하면서 이끌어간 작가의 노고와 방대한 지식에 찬사를 보낸다. 그것이 비록 이단적이고 기독교인들을 모독하는 것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