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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 에로티시즘의 횃불로 밝힌 시대정신 ㅣ 재원 미술 작가론 7
이주헌 지음 / 재원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클림트의 그림을 처음 만난 것은 대학교 동아리(고전음악감상실) 시절, 한 벽에 빼곡히 쌓여있던 LP의 자켓 속에서였다. 처음에는 고상한(?) 클래식 음반 자켓에 여자의 젖가슴이 가득한 것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이끌리는 마력을 가진 자켓 속의 주인공을 한참동안 바라보곤 했다. 그녀가 다나에라는 것을 몇달 전에야 알게 되었다.
클림트의 그림은 너무나 매혹적이고 관능적이다. 풍경화에서조차 에로티시즘을 느끼게 한다. 저질적인 육체적 욕구의 충동보다는 몽환적인 성적 환상의 세계를 체험케 한다.
그것은 단순히 여체를 탐하는 상상이 아닌 여체와의 합일을 통해 자신에게 내재된 여성성을 되찾아 비로소 완전한 하나의 인간이 되어가는 체험이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이 없이는 남성으로서의 성장이 없다고 했다. 완전한 인간으로서의 여성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지 못한 채 단순히 성녀와 창녀로 구분해 버리고마는 어리석음은 가부장적인 우리 사회에도 만연되어 있는 문제다. 결국 자기 내부에 살아있는 여성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 그는 여전히 미숙아다. 클림트는 한 인간에 내포된 남성성과 여성성의 화해를 '키스'라는 그림으로 보여준다. 아마도 우리 사회의 대부분 남자들 방에 붙여놓고 매일 바라보면서 여전히 자신이 미숙아임을 자책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예술은 시대를 반추하는 거울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림은 그 자체로써 살아 움직이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하지만 그림이 탄생한 시대와 작가의 정신 세계를 이해함으로써 더욱 깊은 감상을 가능케 한다.
클림트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해준 책의 저자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