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시리 봄이 되면 설레인다. 꽃가루가 날리고 꽃잎이 나른한 잎새를 드리우며 졸고 있는 것만 같은 여유로움과 이제 막 피어나고 있는 꽃들 사이사이로 내 마음도 함께 춤을 춘다.

새들이 노래 부르고 산들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봄엔 왠지 모를 묘한 슬픔도 함께 살아난다.

봄이 되면 가을이 주는 쓸쓸함과는 다른 허전함과 목메이는 슬픔에 젖어들어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올해도 봄은 여지없이 찾아와 차가운 겨울바람과 씨름을 하고 있다. 그땐 몰랐던 미련과 그리움도 함께 떠올라 내 마음을 헤집어 놓으며 꽃샘추위는 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장황하다면 장황하게 봄에 찾아온 스산한 마음을 표현해 보았다. 가장 아름답게 피어날 것만 같은 봄에 내 마음엔 봄에 찾아왔던 아픈 사랑의 기억이 새삼 떠올라 괴롭기까지 하다. 누구나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지만 나의 첫사랑은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고 잔인한 흉터만 남긴 채 떠나갔다.

그 상처가 아무는 시간은 만난 시간과 비례한다고 하는데 만난 시간은 고작 몇 달인데 상처가 아무는 데 걸린 시간은 십수년이 걸렸다. 이젠 어린 내 마음을 훑고 지나갔던 태풍 같은 첫사랑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누구나 이런 사랑 한 번쯤 안해봤을까 싶지만 봄만 되면 떠오르는 그 이야기를 속시원히 털어놓으면 내 마음의 치유가 완성되지 않을까 싶어서 주저주저하다가 15년만에 그 이야기를 풀어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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