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아이 꿈꾸는돌 36
이희영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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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아이는 소금이 오래오래 유지되듯이 상처의 기억을 소금에 잠기게 해 둔 채로 살아간다. 소금아이의 세아와 이수는 소금 절여진 젓갈처럼 그 나름의 상처를 묻어두고 살아가지만 그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다.

소금아이는 6년 전 엄마와 남자의 죽음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수에게 가장 충격적인 순간이지만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기억이다.

할머니는 12살 이수가 자신의 핏줄이 아니지만 돌보고 키운다. 할머니의 선한 손길은 12살 아이를 사랑으로 자라게 한다. 비록 이수의 상처가 아물 수도 없고 아픔도 남아 있지만, 할머니의 숭고한 희생은 이수를 사람으로 살아가게 한다.

우리는 누구나 사람의 모습을 한 '괴물'처럼 변할 때가 있다. 나 자신을 아끼고 돌봐야 하는 내가 나 자신을 괴롭히고 지옥의 불길로 끌고 간다. 내가 망가지고 있음을 알지만, 나 자신을 사랑할 생각조차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수와 세아는 온전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아이들이다. 이수와 세아는 그렇게 소금아이로 자란다.

때로는 이수와 세아처럼 나 자신도 돌보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자신의 존재 자체로 사랑 받지 못한 순간들이 있다. 누군가에 짐이 되고 존재를 부정받을 때, 그 누구도 인간의 존엄을 지킨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금 아이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돌보고 상처를 싸매줄 때, 서로의 아픔을 알아줄 때 그 상처가 흉터로 남을 지언정 오늘을 살아갈 힘을 준다는 이야기를 한다. 비록 내가 어쩔 수 없는 불행의 그림자가 우리를 엄습한다고 하더라도 사람과 사람은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그 고통을 이겨내고 견디게 된다.

그 누구보다 지유의 죽음 앞에서 숨이 막힘을 느꼈다. 이제는 설령 누군가가 나를 해하더라도 절대로 스스로를 죽이지 말자는 생각이 든다. 그건 절대로 네 잘못이 아니니까, 네가 너 자신을 포기하지 마랄고 말해주고 싶다. 잘못한 사람을 벌 받게 하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가자고 꼭 안아주고 싶다.

소금아이는 상처와 고통이 그대로 절여져 있는 인간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너무너무 오래도록 해결되지 않는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다. 그 상처를 드려다보고 보듬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긴 시간이 걸릴지언정.

너와 내가 서로를 포기하지 말자. 이수도 세아도 지유도 그 자체로 살아갈 충분히 아름다운 존재임을 말해주고 싶다.

거실은 온통 붉은색이었다. - P7

우솔은 젓갈이 특산품이었다. 그중에서도 조개젓이 유명했다. 소금에 절여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건, 비단 젓갈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소문도 마찬가지였다. 삭힌 젓갈처럼 그저 익어 갈 뿐이었다.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이수가 중앙 현관을 지나 계단을 밟아 올라갔다. - P17

곧게 뻗은 나무일수록 태풍에 약한 법이다. 가늘어 쉽게 휘어지는 꽃들이 비바람에 강하다. - P45

이수야, 마음이 감옥인 사람이 있어. 수인도에 평생 갇혀 있는 사람이 바로 너희 할머니야. 그 섬이 워낙 외지고 험해서 아무도 가지 못한다. - P106

문을 열자 검은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별이 파도를 타고 넘실거렸다. 은빛 가루가 수평선 너머까지 곧게 뻗어 있었다. 저 길을 따라가면 어디에 도착할까? 이수가 멍하니 서서 잠든 바다를 굽어보았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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