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요?" 배우 고아성이 청소년 산모로 나왔던 드라마를 떠올린 꽃님에게 점장은 가지각색의 풍문을 일일이 들려줬다. 꽃님이 태형을 조종해 키친 근무 스케줄까지 자기 마음대로 짠다는 풍문, 꽃님이 홀 서버 중에 태형과 가까이 지내는 여자 서버들만 바쁜 시간대와 어려운 구역으로 배치한다는 풍문, 그중에서도 소연을 의심해서 못살게 군다는 풍문, 소연 이전에도 몇 명을 괴롭혀서 그만두게 했다는 풍문. 동거는 둘이 했는데 화살은 꽃님에게만 향한다는 것에 큰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더 버티지 못한 건 네가 여기 있으면 둘 다 점점 더 힘들어질 것 같다는, 너는 학벌도 좋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지만 자기는 여기 아니면 갈 데가 없다는 태형의 부탁 때문이었다. - P21

"엄마가 미안해. 그때 너를 거기 혼자 둬서 미안해." - P34

절대 아니길 바라는 소망은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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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둥켜안고 있는 이 삶의 모습이 실은 대부분 의도치 않았던 우연과 가볍게 내린 선택에 의해 결정됐을 가능성을. - P12

사람들은 긴 글을 읽기 싫어한다. ‘누가 요약 좀’이라거나 ‘너무 길어서 읽지 않았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긴다. 쓰는 인간들과 그들의 매체는 그렇게 점점 자리를 잃어간다. - P40

말하고 듣는 인간이 받아들이는 정보에는 언어 외에도 다양한 ‘소음‘이 섞인다. 말하고 듣기에서는 때로 상대가 입으로 내뱉은 언어 정보보다 그런 소음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목소리, 말투, 표정, 시선, 몸짓, 자세, 외모, 거리와 같은 것들이다. 메신저나 소셜미디어를 이용할 때 우리는 그것이 읽고 쓰기보다는 말하고 듣기에 가깝다고 여기고, 그런 비언어적 정보가 없으면 어색해한다. 그래서 이모티콘을 사용한다. - P41

실은 감정과 욕망이야말로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실리는 주된 메시지다. 우리가 상대의 눈빛을 주의 깊게 살피는 이유는 그의 감정 상태와 진짜로 원하는 바를 알기 위해서다. - P42

요즘의 정치 운동, 사회 운동들은 철학 대신 열광을 연료로 삼는다. 현대사회는 이런 식으로 동물화하는 것 같다. - P42

언어를 기록하는 일에 매달리는 인간에게 비언어적인 소통은 중요하지않다. 그런 것들은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다가 흩어지고 만다. 10년, 20년의 세월을 견디고 남는 것은 기록된 글자뿐이다. - P48

더구나 글은 기록으로 남는다. 그래서 쓰는 인간은 말하는 인간보다 일관성을 중시하게 된다. 말은 상황에 좌우된다. 그래서 말하는 인간은 쓰는 인간보다 맥락과 교감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 P48

나는 성실히 읽고 쓰는 사람은 이중 잣대를 버리면서 남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자신에게 적용하게 되고, 그로 인해 반성하는 인간, 공적인 인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그는 약간 무겁고, 얼마간 쌀쌀맞은, 진지한 인간이 될 것이다. - P49

말하고 듣는 사람 사이에서는 예의가 중요하다. 읽고 쓰는 사람 사이에서는 윤리가 중요하다.
예의와 윤리는 다르다. 예의는 맥락에 좌우된다. 윤리는 보편성과 일관성을 지향한다. 나에게 옳은 것이 너에게도 옳은 것이어야 하며, 그때 옳았던 것은 지금도 옳아야 한다. 그러나 나에게 괜찮은 것이 너에게는 무례할 수도 있고, 한 장소에서는 문제없는 일이 다른 시공간에서는 모욕이 될 수도 있다. - P54

예의는 감성의 영역이며, 우리는 무례한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윤리는 이성의 영역이며, 우리는 비윤리적인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비판 의식을 키워야 한다. - P55

정치적 올바름을 둘러싼 논란의 상당수는 예의와 윤리를 혼동하는 데서 비롯된 것 아닌가 나는 생각한다. 예의와 윤리는 폭력을 줄이기 위한 두 가지 수단이다. 이 두 덕성은 서로 겹치지 않으며, 맥락과 상황의 문제(예의)를 보편적인 법칙(윤리)으로 만들고자 할 때 종종 충돌이 발생한다. - P56

나는 읽고 쓰듯이 말하고 들으려 하는 인간이었다. 텍스트라고 부르는 언어 기호에는 남들보다 훨씬 더 집중하면서, 비언어적 신호와 맥락으로 소통하는 법에는 무지했다. - P60

마흔세 살 장강명은 매사가 무의미한 듯한 허무감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발버둥친다. 그래서 나는 책에 집착한다. 읽고 쓸 때에는 아무것도 남지 못할 감각의 세계를 떠나 의미와 영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 P71

좋은 질문도 좋은 문장처럼 시간과 노력의 산물이고, 알아보는 사람은 알아본다. - P91

책은 고집스럽게 한 가지 주제를 이야기한다. - P100

나는 책에서 글이 아닌 것에 대한 애정을 의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그렇게 책의 변질에 저항하고 싶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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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의 변화가 있었지만, 수술과 화학요법과 방사선요법으로 구성된 기본적인 치료 계획은 그대로다. 암을 치료한다면서 몸을 베어내고 독을 주입하고 태워버리는 것이다. 당황스러운 노릇이다. - P22

암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P22

암 생물학에 대한 지식과 이 지식을 사용하여 환자에게 이득을 주는 능력 사이의 간극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 P23

"우리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즐겨야 한다. 삶이라는 난제에 열정적으로 맞서서 그 대가로 죽음을 받으리라고 실로 다짐해야 한다. 사람은 삶을 책임져야 한다. 삶은 우리가 나왔다가 도로 돌아가게 될 끔찍한 어둠 속의 작은 불빛이다. 우리는 품격을 잃지 않은 채 어둠 속 길을 지나야 한다. 우리 다음에 올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내 마음속 어느 지역에서 보낸 편지」 - 제임스 볼드윈 - P25

암을 한 가지 질병으로 다루는 건 마치 아프리카라는 대륙을 하나의 나라로 다루는 것과 같다. 심지어 한 환자에게 생긴 암이라 해도, 발병 부위가 다르거나 시간차를 두고 생긴 암은 같은 질병이 아니다. 사납고 자기중심적인 이 질병은, 분열할 때마다 빠르게 성장하고 강해지고 똑똑해지며 더 위험해지는 법을 배운다. - P28

암세포는 목적이라도 있는 양 행동하는데, 그 행동의 근간은 바로 피드백 고리(feedback loop)다. 피드백 고리란, 효율성을 올리기 위해 과거의 성과를 다시 사용하는 방식을 뜻한다. 암은 시간이 갈수록 더 힘차게 분열하는 법을 배운다. 새로운 공간을 침범하고, 관련 유전자 발현을 켜고 끄기 위해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환경에 더 잘 어울리려고 하며, 씨앗(암세포)과 토양(암이 자리 잡은 미세환경)의 협동을 최대한 이용한다. 우리는 암의 변신을 직접 목격한다. 치료를 해서 한 부위의 종양이 물러나면, 다른 부위에서 신선한 병소가 새로운 유전자형을 지니고 생겨나는 것이다. - P28

종양 전문의로서 우리는 진단부터 사망까지 암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고통과 괴로움을 줄일 책임이 있다. - P32

하지만 면역요법과 같은 접근은 보편적인 치료법이 아니고, 지금으로서는 환자 극소수에게만 도움이 된다. 일단 세포 치료는 돈이 아주 많이 든다. 그리고 암세포를 아주 효과적으로 죽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 암세포 수십억 개가 갑자기 동시다발적으로 죽으면, 종양 부담(tumor burden 체내 암세포의 수, 종양의 크기 또는 암의 양)이 아주 높은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성을 초래한다.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 체내 바이러스 침투 시 면역 물질 사이토카인의 과다 분비가 일어나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현상)은 간과 폐에 손상을 주며, 세포 파편은 신장을 막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작지만 그냥 넘길 수 없는 비율인 7~30퍼센트 정도의 환자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종양 재발을 경험하는데, 그 결과 질병이 되레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 P36

환자들에게 더 나은 삶을 줄 수 없었다면, 더 나은 죽음을 줄 수는 있었을까? - P41

나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친구나 가족이나 환자나 의사 등 암과 관련된 사람 중 누군가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결정을 바꾸려 할까?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상실을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또 상실을 살아낼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을까? 오직 회상을 통해서만 선명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대화의 토막들, 괴로운 순간들, 희망 없는 선택을 돌아보는 과정. 이들이 처음부터 상황을 바로 파악하고 슬픔 속에서 미래를 내다보았어도, 이런 통찰은 쭉 억눌려져 있다가 회상의 과정을 통해 차츰차츰 의식 위로 올라온다. - P42

참새 한 마리가 떨어지는 데도 특별한 섭리가 있지.
때가 지금이면 앞으로 오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오지 않는다면 지금이 때겠지.
때가 지금이 아니라도, 앞으로 때가 오겠지. 준비가 전부야.
- 셰익스피어, 『햄릿』, 5막 2장 - P45

자라나는 종양 덩어리를 국소적으로 통제하면서 통증을 완화하는 편이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러웠을까? - P58

줄리 입 윌리엄스는 자신의 결장암에 대해 블로그에 글을 썼다. 그리고 2018년 3월 19일, 마흔두 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암은 희망을 꺾는다. 슬픔과 우울과 절망이 가득한 불모지와 모든 일이 헛되다는 생각을 남긴다. 그런데 희망은 재미있는 존재다. 희망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제 나름의 생명과 의지를 가진 것 같다. 희망은 억누를 수 없고, 바로 우리의 영혼과 끊어낼 수 없이 묶여 있다. 희망의 불꽃은 아무리 약해도 꺼지지 않는다." 그녀가 남긴 말이다. - P61

암의 경우 양자택일은 드물다.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하나만 고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환자들은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혹은 연속적으로 대면한다. - P61

효과적인 항암 치료법은 극소수다. 그래서 이 모델들을 가지고 예측을 할 때는, 환자에게 무엇을 주느냐보다 환자에게 무엇을 주지 말아야 하느냐를 따지는 게 더 유용할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이 아끼는 연구를 자진해서 포기하지는 않는다. 원래 의도와 아무리 멀어졌다 해도, 연구비와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있는 한 그렇다. - P74

파도가 밀어닥치듯 새롭게 등장한 똑똑한 젊은 과학자들은 암을 만성질환으로 바꾸어 환자들이 암 때문에 죽지 않고 암과 같이 살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을 자신만만하게 밝힌다. 하지만 무엇을 토대로? 실제로 오늘날에는 몇 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암의 복잡성은 기술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 P75

오래된 암 치료 모델을 만지작거리거나 수리하는 건 앞으로 더 나아갈 기회를 포기하는 일밖에 안 된다. 암 문제에는 본질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몇 주 동안 더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더 높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 종양 전문의이자 연구자인 우리가 원래 목적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 그에 따라 환자가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이 사회는 알 필요가 있다. - P76

의학은 가장 사회적인 과학이다. 의학에서는 더 나은 의사소통 기술이 필요하다. 환자들은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정해진 시간 동안에만 의사와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사람은 질병, 고통, 공포를 겪으면 갈피를 잡을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종종 환자들은 누가 먼저 일러주지 않으면 자기들이 겪는 깊은 불안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언제나 바쁜 티를 내며 한 손이 손잡이에 가 있는 ‘문손잡이‘ 의사와 마주하면, 환자들은 자신이 어떤 걱정을 하는지,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떤 치료법을 선택했는지 말할 시간이 없다. 그들은 의사의 신체 언어에 민감한 동시에 신체로 훨씬 더 유창하게 말한다. 의사는 의학책 선반에 늘 손을 뻗는 대신, 환자의 신체 언어로 쓰인 책들이 꽂힌 책장에 손을 뻗어야 한다. 이런 책들로 채운 자기만의 도서관을 살펴야 한다. - P79

"나는 환자들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한편, 과잉주의와 치료적 허무주의라는 쌍둥이 같은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나는 과학뿐만 아니라 의학에도 예술이 있다는 것을 새기고 따뜻함과 공감과 이해가 외과의사의 칼이나 화학자의 약보다 더 잘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입니다."
-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1964년판 - P80

"가장 인상적인 점은, 선생님이 우리와 거리를 두고 있는 무심한 의사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선생님은 명확하고 전문적이면서도 동시에 감정이 있는 인간으로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 P81

"하지만 부모님은 늘 제게 말씀하셨어요. 의사가 되는 유일한 이유는 인간으로서 인간의 괴로움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요." - P82

아리스토텔레스적 방식으로 가장 엄격히 정의하자면, 행복은 탁월성을 추구하거나 잠재성에 부응해서 사는 것이다. - P82

이런 처참한 실패의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우리가 적이 극도로 복잡하다는 사실을 계속 부인했고, 문제를 일으킨 유전자 하나를 찾아내거나 쉽게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신호 경로를 밝혀내면 해결된다는 환원주의적 접근을 고집해왔기 때문이다. - P83

암은 우리 자신의 일부가 영원히 살고 싶어 하면 생긴다. 몸은 하나의 유기체라기보다 다 같이 움직이기로 합의한 세포 연방이다. 세포 하나가 죽기를 거부하고 그 고집 센 생명력을 주변에 퍼뜨리면, 우리는 암을 얻는다. 불멸을 갈구해서 생겨난 죽음. - P92

세포는 분열할 때마다 DNA를 정확히 복제해야 한다. DNA가 두 개의 딸세포에 똑같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30억 염기쌍이 빠르게 복제되어야 하다 보니, 오류나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세포 내부의 메커니즘이 돌연변이를 계속 교정하고 수선하고 바로잡는다. 만일 수리가 안 되면, 돌연변이가 필수 유전자에 일어났다면, 세포는 자살 명령을 받는다. 만일 돌연변이가 세포에 필수적이지 않은 유전자에 있다면, 명령에 저항해 다음 세대로 전승될 수 있다. 대부분의 DNA 돌연변이는 중요하지 않다. 돌연변이로 생겨난 단백질은 미미하게 변하거나, 전혀 변화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성장을 증진하거나 억제하는 기능의 유전자가 영향을 받는다면, 세포는 완전히 비정상적인 경로로 유도되어 걷잡을 수 없이 증식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암이다. - P93

암세포에는 암을 막아주는 유전자를 막는 것으로 보이는 돌연변이와 암을 유발하는 듯한 유전자를 깨우는 것으로 보이는 돌연변이가 있다. 또한 이수성(異數性, aneuploidy; 염색체 수가 원래 정해진 수보다 많거나 적은 상태), 즉 세포 내 염색체 구성이 달라진 상태도 보인다. 여분의 염색체 사본이 있거나, 염색체가 손실되었거나 부서진 모습일 수 있다. - P94

조직의 성장 억제를 담당하는 유전자는 종양억제유전자(TSG, tumor suppressor gene)다. 그중 TSG p53이 가장 중요한 일원이다. p53은 세포를 살피며 DNA의 손상 여부를 확인한다. 수리되지 않은 DNA 조각이나 비정상적 성장 신호를 추적하여, 세포에게 얼른 자체적으로 수리하거나 자살하라고 명령한다. 그렇게 세포가 암처럼 행동하는 일을 방지한다. p53은 ‘유전체의 수호자‘ 라고도 한다. 이것은 세포 분열에 제동을 거는 단백질을 활성화하기도 한다. 암에 저항하는 가장 중요한 세포 내 방어자인 셈이다. 암세포는 세포의 주기를 지키는 경찰 같은 p53을 넘어가기 위해 p53의 정상적인 감시 기능을 억눌러야 한다. 그래서 유전자 돌연변이는 비정상적 p53 단백질이 생산되도록 유도한다. 비정상적 p53 단백질은 세포 전반을 관리하는 필수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세포의 계획된 죽음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이렇게 고장이 나면 세포는 멋대로 성장한다. - P98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전암유전자는 세포 분열을 적당히 촉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유전자는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방식으로 고장이 난다. 하나는 유전자의 행동을 바꾸는 돌연변이가 일어나, 정상적인 성장 신호가 없어도 세포 분열이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정상적으로 통제되지 못해 유전자 사본에 여분이 많아지고, 또 그로 인해 조절 단백질도 많아지는 방식이다. 어느 쪽이든, 결과적으로 조직이 멋대로 자란다. 암의 특징이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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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과 연애 말들의 흐름 5
유진목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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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분명 귀찮고 싫은 사람들에 대한 얘기였는데, 자꾸만 살기 싫어지는 사람에 대한 얘기였던 것 같은데,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 죽지는 않기로 한 작가가 환각 속에서도 책임과 양심으로 글을 써내려가는 어느 검은 파도가 치는 바다 혹은 거센 눈발이 휘날리는 산중에 어느샌가 같이 서있게 된다. 부디 작가의 날씨가 아무래도 좋은 날씨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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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과 가까운 인간은 타인에게 가까이 다가가기에 유해하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자기 자신과 거리를 두는 인간이 타인과의 거리 두기애 가까스로 성공한다. 그것이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가장 가까운 거리라는 것. 그것이 내가 살면서 맺어온 관계들에서 다만 인간으로 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배운 것이다. - P76

나는 그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살아왔다. 그것 말고 다른 것을 알지 못했다. - P89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좋은 일이 없는데 살아가는 사람
다른 좋은 일이 세상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태어난 것을 원망하지 않는 사람
부모를 미워하지 않는 사람
못 가진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 사람
가진 대로 너를 먹이고 나를 재우는 사람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사람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
하루의 끝에는 즐겨 하는 게 하나쯤 있는 사람
무조건 혼자서 잘 있는 사람
의존하지 않는 사람
사랑은 필요하지 않는 사람
아니, 사랑에 기대를 품지 않는 사람 - P101

사랑하며 살지 않는 사람들은 사랑하며 사는 사람들을 장애물로 여긴다. 사랑하지 않는 것이 사랑하는 것보다 수월하기 때문이다. 사랑하지 않는 것이 사랑하는 것보다 간단하기 때문이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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