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헴펠 연대기
세라 S. 바이넘 지음, 박찬원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하늘거리는 원피스사이로 두 다리가 보인다. 바닷가에서 걷고 있는 모습인데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하체만 보니 상체도 아름다울 듯 하다. 왜 표지를 한 여자의 하체로 정했을까? 궁금하다. 저 분이 헴펠 선생님일까? 그렇다면 나도 헴펠 선생님 반에서 수업을 듣고 싶다.

 

미스 헴펠 연대기(세라 S. 바이넘, 은행나무, 2011)는 젊은 여선생 미스 헴펠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들을 엮은 소설집이다. 단편인데도 소설이 연결이 되어 초보인 헴펠 선생님이 적응해 가는 일상을 그렸다. 작가는 중학교 교사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미스 헴펠을 주인공으로 단편을 썼다. 그 단편들이 <뉴요커>, <틴하우스> 등 문예지에 발표하기도 했으며 <미스 헴펠 연대기>를 발표한 후 스토리문학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작가는 2010년 <뉴요커>지에서 선정한 '40세미만 최고의 젊은 작가 2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미스 헴펠의 시선에 따라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학생들의 재능을 펼치는 학예회를 시작으로 아이들과 교실수업과 야외 수업에서 벌어진 이야기, 학부모 면담이 두려운 헴펠의 진심어린 모습들이 진솔하게 그려진다. 헴펠 선생님은 갑작스럽게 쪽지 시험을 보기도 하고, 아이들에 맞게 개성있는 학생기록부를 열심히 작성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학부모들도 부담스러운 책 토비아스 울프의 <이 소년의 삶>을 가르치기도 한다. 헴펠 선생의 사춘기를 지나던 때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들이 매끄럽게 진행되어 잔잔한 감동을 준다. 특히 아버지와의 인상 깊고 따뜻한 추억을 얘기할 때는 더욱 더 그러했다.

 

"아버지 이름만 쓰시라고 했잖아요! 그냥 아버지 이름만 서명하는 게 왜 그렇게 힘드신 건데요?"

"미안하다, 얘야."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아버지는 바로 반대편에 있았다.

"하지만 다신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은 못하겠구나." p74~75

 

이 책을 읽는 내내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과 "천사들의 합창"의 히메나 선생님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의 은사님도. 헴펠 선생님은 히메나 선생님과 이미지가 비슷했다. 아이들 하나 하나 챙겨주는 따뜻한 마음씨가. 초보 선생님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나에게 어릴적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이렇게 성장하게끔 길을 터주신 선생님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미스 헴펠 연대기' 그런데 왜 연대기로 제목을 정했을까? 조금 의아해 진다. 하지만 미스 헴펠의 시선으로 현재와 과거 이야기를 교차시켜 성장해 가는 그녀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어 연대기로 했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표지의 그녀가 헴펠이라면 난 그녀의 반에서 수업을 듣겠다. 왜? 멋지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