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서 살아남기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이수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신문사에 근무하는 서른 한 살의 남자다. 어느 날 거리를 지나가던 중 차에 치여 죽었다. 그것도 예쁜 아가씨의 다리를 쳐다 보다가. 이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다니. 너무 억울하다. 아직 살날이 10년은 더 남았을텐데. 나는 귀신이 되어 집으로 간다. 아내의 반응이 궁금했기에. 아내는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리 슬픈 표정이 아니다. 내가 다시 살수 있다면 아내와 이혼부터 해야겠다.

 

<저승에서 살아남기>(소담출판사, 2011)는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 남자의 저승 여행기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러스한 문체가 마음을 사로잡아 버린다. 산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면서 빠른 속도로 온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고 정신의 힘이 다하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는 영혼이 되어 여행을 다닌다.

 

주인공 남자는 영혼이 되어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여행하며 다양한 영혼들도 만난다. 투기꾼에 사기꾼이었던 남자는 매일 아침 신문의 부고란만 본다. 나중에 그들이 죽어 나를 찾아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떤다. 광신도를 피해다니는 목사. 유명세에 시달리던 예수님은 목성 근처 어딘가에 은둔해 있다고. 영혼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함무라비는 4천살에 영어도 배웠다니. 이 영혼들 말고도 핀란드에서 여자 누드를 보길 원하는 전직 교황, 정말 죽을지 모르고 자살한 사람, 달에서 만난 할머니, 러시안 룰렛으로 머리에 총알구멍을 만들고 죽은 군인 등 다양한 시대에 다양한 이력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 다양하고 기발한 캐릭터들이다. 캐릭터만 봐도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죽음은 마치 내가 가고 싶은 곳 아무 데나 자유롭게 갈 수 있게 해주는 끝없이 긴 휴가 같다. 나같이 일에 지쳐 살던 사람에게 죽음은 편안한 휴식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다. 고통의 끝이다! 이제부터는 양심에 찔리거나 누군가의 잔소리 듣지 않고 내 마음대로 빈둥거릴 수 있다.” p40

“여기에서 지옥이나 천당을 찾을 수 없고 하나님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없지만, 어쨌든 악인들은 고통을 당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으로 모든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히틀러 같은 사람은 한순간도 쉴 수 없을 정도로 항상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더군요.” p.92

 

이 책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사후 세계를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로 버무렸다. 저승에 꼭 한번 가보고 싶게 만들었을 만큼 매력적이다. 실제 저승이라 하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가. 죽어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던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저승이 이렇다고 생각하여 실행에 옮기는 그런 미련한 일은 하지 말자. 소설은 소설일 뿐 오해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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