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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도둑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다른 사람의 그림자를 훔치고 그 그림자와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소년의 성장기인 그림자 도둑(마크 레비, 열림원, 2010)은 마크레비의 동화같은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작가가 뉴욕의 어느 공원에서 할아버지와 손자가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본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매우 진지한 표정의 아이와는 다르게 아무 걱정이 없는 듯 편해 보이는 할아버지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본 작가가 어린시절의 내가 현재의 나와 만난다면 무슨 일일 생길까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한 소설이라고 한다.
키도 작고 소심한 나는 엘리자베스를 짝사랑하지만 늘 마르케스에게 당하기만 한다. 그런 나에게 특별한 능력이 생겼다. 아무도 눈치 못채는 비밀. 바로 그림자를 훔치는 것이다. 그림자의 주인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진실과 드러내지 못하는 속내를 이야기하며 그들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 주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면서 학교 수위 이브아저씨와 빵집 아들 뤼크와 친구가 되었다. 여름방학이 되어 엄마와 바닷가에 놀러가서 만난 클레아와 친구가 되어 다음 여름에도 만나자는 약속을 하지만 지키지는 못한다.
학교를 졸업후 의대생이 된 나는 소피와 사랑과 우정사이의 애매한 관계를 이어 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소피의 어린 환자가 식음을 전폐하여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절망에 빠져 있는 소피를 데리고 고향에 간다. 오랜만에 만난 뤼크와 우정을 확인하고 소피와도 관계가 좋아진다. 뤼크가 의대생이 되면서 시험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고자 셋은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이 예전에 클레아를 만났던 곳임을 깨닫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후 소피와는 우정으로 남게 되고 뤼크는 의대생보다는 빵 만들때가 지금보다 더 행복했다는 것을 깨닫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얼마 후 엄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장례식이 끝난 후 다락방에서 그림자와 대화를 나누며 어린시절부터 내가 잊고 있었던 꿈과 행복이 무엇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오래전 첫사랑 클레아를 찾아간다.
한 줌의 거짓말로 시작된 일들은 나중에는 어떻게 멈춰야 할지 모르는 법이다. p92
네가 누군가의 그림자를 뺏어올 때마다 그 사람의 인생을 비춰줄 수 있는 한줄기 빛을 찾도록 해. 그들에게 숨겨져 있던 추억의 한 부분, 그걸 찾아달라는 거야. 그게 우리가 바라는 바야. p103
과거에 남겨놓고 오는 작은 일들이 있다. 시간의 먼지 속에 박혀버린 삶의 순간들이 있다. 그걸 모르는 척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사소했던 그 일들이 하나씩 모여 사슬을 이루고 그 사슬은 곧 당신을 과거로 이어준다. p263
그림자의 주인들과 대화하며 그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진실과 드러내지 못하는 속내를 이야기하며 그들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 주고 극복할 수 있도록 하면서 소년은 성장한다. 판타지적 감수성이 묻어 나오는 동화같은 소설이었다. 그림자와 대화를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