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아도
사토 리에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들리지 않아도(사토 리에, 이덴슬리벨, 2011)는 태어난지 22개월만에 병의 후유증으로 청력을 잃고 제대로 말도 할수 없게 된 리에가 사춘기엔 아오모리의 불량소녀라 불렸지만 접객업에 즐거움을 느껴 호스티스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녀만의 필살기인 필담으로 고객들을 사로잡아 도쿄 긴자 클럽에서 No.1 호스티스로 성공하기까지 담담히 내려 쓴 자전적 에세이다.

 

책의 표지가 인상적이다. 멜로영화 포스터 같기도 한 표지엔 비오는 날 우산을 든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이다. 책날개에 사토 리에의 사진이 나오는데 한 눈에 보기에도 예쁘다. 이렇게 아리따운 아가씨가 소리를 잃었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 책은 2009년 일본에서 <필담 호스티스>라는 드라마로 제작되어 3천만 일본 시청자를 울린 감동의 실화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일반 장애인 성공 스토리와는 조금 다르다. 매일 갖가지 사연을 가지고 클럽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리에는 짧지만 강한 필담으로 위로했다.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S씨는 메모장에 ‘신(辛)’이라는 한마디를 적으면 리에는 그에게 힘이 되어 주려 오랜 생각 끝에 ‘행(幸)’을 적는다. 괴로울 신(辛)자 위에 줄 하나만 더 그으면 행복할 행(幸)자로 바뀌기 때문이다. ‘지금의 힘든 상황은 행복으로 가는 도중’이라는 뜻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S씨 눈에는 금방 눈물이 그렁해지더니 이내 굵은 눈물방울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며 마음에 위안을 얻는다.

 

묵묵히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다가 적절한 순간에 던지는 지혜의 대답. 이것이 바로 리에의 필살기인 필담의 매력이다. 필담은 생각한 것을 바로 표현하는 말과 달리 한 번 더 생각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만큼 더 향기로운 언어다. 무릎팍 도사는 속을 시원하게 해 주지만 리에의 필담은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소리가 없어도 삶은 여전히 축복이라며 여기는 리에에게 꿈이 있다. 일반인이 쉽게 가는 미용실이나 마사지숍 역시 장애인에게는 문턱이 높다. 장애인들도 일반인과 같이 이런 서비스를 편하게 받을 수 있는 에스테티크 살롱을 여는 것이다. 직원들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일하는 곳으로 만들어 모두를 위한 희망의 일터로 만드는 것이다. 들리지 않지만 당당하게 그녀만의 방법으로 삶을 찾아 개척해 나가는 그녀가 아름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