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키친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한 여자의 잔혹한 복수극. 그녀는 왜 복수를 택해야만 했을까? 그녀가 안쓰럽다.

 

서른 세살의 요리사 지원은 스무살 때부터 이탈리안 요리 전문학교에서 요리를 배웠다. 스물세 살부터 칠 년간이나 이탈리안 레스토랑 '노베'에서 일해왔다. 그리고 스물아홉 살부터는 자신의 쿠킹 클래스인 'WON'S KITCHEN'에서 요리를 가르쳐왔다. 그런데 지원과 7년간이나 사귀던 석주가 자신의 쿠킹 클래스에서 요리를 배우던 젊고 예쁜 전직 모델인 이세연과 사랑에 빠져 그녀를 떠나고 만다. 사년 만에 다시 '노베'로 돌아와 일을 시작하고 사랑의 굶주림 때문에 가슴 가득 차오르던 분노를 가라 앉혀 식욕과 미각을 점점 되찾아 간다. 하지만 요리사로서 다시 인정받기 시작한 지원과 달리 폴리는 점점 우울증을 앓게 되고 보다 못한 지원은 폴리를 석주에게 보내기로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석주로부터 폴리가 세연이 휘두른 프라이팬에 맞아 죽었다는 전화를 받고 복수를 시작한다.

 

디테일한 심리 묘사와 흡입력 있는 스토리에 빠른 전개로 나를 사로잡아 버렸다. 특히 광기로 가득찬 키친에서 벌어지는 지원의 세연에 대한 복수는 섬뜩한 요리과정을 지켜보는 것 같아 너무나 무서웠고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듯이 맺힌 한을 풀듯 요리해 가는 지원이 불쌍하리만큼 잔혹해 보였다. 왜 복수를 택해야만 했을까? 더 좋은 사람 만나 사랑을 하면 안되는 거였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소설은 1월부터 7월까지 그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랑과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뒤에는 소설의 재료가 된 19권의 참고도서 목록이 있다. 작가는 다 읽고 나면 입에 군침이 돌게 하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밝혔지만 나는 군침은 커녕 소름만 돋았던 것 같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지원이 자신의 집 미닫이 문틈 사이로 석주와 세연이 그녀의 키친에서 벌이는 정사장면을 우연히 엿보는 장면과 세연을 납치해 혀를 재료로 만든 요리를 석주에게 먹게 하는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인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조경란의 <혀>와 주이란의 <혀>가 표절시비에 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됐다. 책을 검색했더니 두 권의 책이 떠 있었고 또 표절이 어쩌고 하는 기사들이 있었다. 표절이든 아니든 진실은 저 너머에 있겠지만 진위가 어떻든 표절시비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더 이상 내가 좋아하는 문학계에서는 표절시비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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