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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물방울 모양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9월
평점 :
문예춘추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품 소개
- 제목 : 기억은 물방울 모양
- 작가 : 데라치 하루나
- 출판 연도 : 2026년 9월
- 출판사 : 문예춘추사
- 장르 : 일본 소설
- 쪽수 : 308

<개인적인 생각>
데라치 하루나의 <물을 수놓다>는 결혼을 앞둔 누나를 위해 남동생이 세상에 하나뿐인 웨딩드레스를 직접 지어주겠다며 수예부에 들어가 바느질을 한다. 실패한 디자이너였던 전남편의 그림자때문에 아들이 평범하게 살길 바라는 엄마는 아들에게 냉담하게 말하지만 아들의 조력자인 외할머니의 지지를 받아 웨딩드레스를 완성해 낸다. 6인 가족들의 이야기가 각 장마다 스며들어 있어 참 재밌게 봤던 작품이었다.
이번 데라치 하루나의 신작인 <기억은 물방울 모양>은 표지 색감이 눈에 들어왔다. 물방울이 의미하는 것은 무얼까? 생각하며 읽었던 듯 하다. 전작인 <물을 수놓다>가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서 '나다움'을 발견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신작인 <기억은 물방울 모양>은 일상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문체가 세월이라는 깊은 강을 만나 한층 더 성숙된 느낌이었다.
마흔다섯 살이 된 현재에서 시작해 5년씩 거슬러 올라가며 중학교 졸업 작품으로 '물방울 무늬'를 함께 골랐던 친구들의 30년 기억을 펼쳐 보인다. 익숙했던 빌딩이 철거되고 나이가 들며 삶의 무늬는 달라지지만 잊힌 보석의 형태를 바꾸어 다시 반짝이듯 그들의 우정과 생은 흩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특히 이 작품에서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었다. "오늘은 날이 화창해서 다행이다"라는 일상적인 안도의 말로 문을 연다. 살면서 우리는 늘 맑고 눈부신 날만을 축복이라 믿으며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러나 30년의 굴곡진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온 소설의 마지막에 "오늘은 비가 내려서 다행이다"라는 문장으로 끝맺음을 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데라치 하루나는 평범한 하루하루 속에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는 남다른 재주가 있다. 화창한 날에는 그 빛남에 감사하고,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그 비 덕분에 대지가 다시 숨을 쉰다는 것을 담담하게 그릴 줄 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내게 쏟아졌던 수많은 비 오는 날들마저도 실은 다행스러운 삶의 조각이었음을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다.
평범한 일상의 언어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
데라치 하루나
<기억은 물방울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