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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5 - 박경리 대하소설, 4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다산북스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 : 토지 15 (4부 3권)
작가 ; 박경리
출판 연도 : 2023년 6월
출판사 : 다산책방
장르 : 한국소설
쪽수 : 544쪽

<개인적인 생각>
<토지 15권>에서도 역시 인물에 집중했다. 일제 강점기 말기인지라 거대한 어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5권의 평사리는 겉으로 보기에 평화롭다. 여름방학을 맞아 돌아온 청춘들이 집안에 생기를 불어넣고, 강물은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희번덕인다. 그러나 그 빛나는 표면 아래에는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뒤틀린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길상의 눈에 비친 양현은 단순한 소녀가 아니다. 그녀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죽은 이들을 불러내는 살아 있는 거울이다. 재잘거리는 목소리에서는 봉순이의 자취가 나며, 찰나의 표정에서는 서희의 어린시절이 겹친다. 길상에게 양현은 생의 환희인 동시에 자신이 짊어진 무거운 현재와 대비되는 뼈아픈 그리움이다. 하인에서 주인으로, 다시 독립운동의 거물로 변신해온 길상에게 양현의 맑은 웃음은 그가 지나온 긴장과 인내의 세월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또 다른 얼굴을 찾자면 영호다. 영호는 죄악과 열등감의 고통스러운 대물림을 상징한다. 윤국을 바라보는 영호의 시선은 복잡하다. 그는 스스로를 '뱁새'라 칭하며 '황새'인 윤국 앞에서 비굴해진다. 그 열등감의 뿌리는 깊다. 최참판댁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부모, 그 업보 때문에 죽어 지내는 집안 분위기는 영호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냈다.
영호가 아내 숙이에게 느끼는 갑작스러운 집착과 질투는 순수한 사랑이라기보다, 단 하나라도 윤국을 이기고 싶어하는 처절한 발버둥에 가깝다. 과거 윤국이 거절했던 여자가 지금 자신의 아내라는 사실은 그에게 승리감인 동시에 가장 비참한 패배감을 안겨준다. 영호는 자기 안의 작은 지옥에서 숙이라는 전리품을 붙들고 신음하고 있다.
박경리 작가는 인물들의 심리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거대한 역사가 결코 개인의 사소한 감정보다 가볍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평사리의 강물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그 강물을 바라보는 이들의 가슴속에는 각기 다른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 <토지 15권>이었다.
반 고흐 에디션
토지 15 (4부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