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들이 드나들 수 있는 환승터미널이 대한민국 땅에 생긴다면? 그것도 봉천동 구멍가게에 환승터미널이 생긴다면, 그곳은 벼락부자가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지금의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보자면 어느 한 곳에 뭔가 생긴다고 하면 모두 몰려 들어 선점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은하계 환승터미널 구멍가게는 과연 그럴까?
봉천동 구멍가게 주인 원동웅 씨는 알박기 투쟁으로 크게 한탕 벌고 싶었을 뿐 외계인들과 사이 좋게 지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의 알박기 투쟁으로 졸지에 제44 은하계 환승터미널 구멍가게 사장님이 돼 버렸다. 말도 통하지 않는 외계인들과 문화도 너무나 다른 그들에게 장사는 어떻게 해야 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여러 행성 외계인들로 북적이는 터미널에서 살아 갈 수 있을런지.
틱틱대면서도 세심한, 까칠한 듯 하면서도 다정한 붉은 머리 구멍가게 아저씨 원동웅 씨. 환승터미널이 된 구멍가게에 푸른 피를 흘리는 외계인, 섬유유연제를 들고와 점심으로 먹겠다는 외계인, 신체가 최루성 물질로 돼 있어 옆 사람을 눈물 짓게 만드는 외계인, 고향 행성이 폭발해 난민이 되어 한 곳에 머물지 못하는 외계인, 내행성 차별로 인해 데이터 존재만 USB에 남긴 외계인 등 각양 각색의 외계인들이 방문한다.
원동웅 씨도 구멍가게를 찾아 오는 외계인들과 소통할 방법을 찾아 방문객들에게 때로는 소리를 치기도 하고, 때로는 미숫가루 한 잔을 건네며 위로를 하기도 한다. 차츰 구멍가게는 찾아오는 외계인들에게 위안의 공간이 되기도 하고 원동웅 씨도 자신의 설움을 털어버리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각양각색의 캐릭터가 난무함에도 뛰어난 상상력과 드라마적인 스토리가 잘 엮여 있어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호기심을, 때로는 위로를 받는 소설이었다. 비록 SF라는 장르에 판타지 같은 인물들의 등장이 새롭고 정말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외계인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인종 차별은 일어나지 않을까? 혹시나 모를 미래 세계 속 우리 현실을 마주한 듯한 원동웅 씨의 구멍가게 도전기.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조금이라도 걷어낼 수 있는 이야기들, 자기 안의 혐오를 직시하고 또 이겨낼 수 있는 가능성을 그려보고자 했다'는 작가의 말이 더 와닿는 작품이었다.
각양각색 외계인들 속 구멍가게 운영기
은하계 환승터미널 구멍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