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라고 하면 으레 어렵다 생각했다. 깊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모르는 문장들로 가득한 책들이 대부분 철학이었다. 올해는 이상하리만치 철학책을 읽고 있다. 오십이 가까워 지니 살아온 인생에 대해 사유를 하곤 한다. 그리 잘 산 인생은 아닐지언정 열심히 살았다 자부한다. 그래도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았기에 그 남은 인생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민스러운 나날이 이어지곤 한다.
<살아가라 그뿐이다>를 쓴 대니얼 클라인은 대학 시절부터 인생에서 필요하다 싶은 문장들을 공책에 적어 왔다고 한다. 철학자들의 짧은 문장과 해당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남겨 놓았는데 "더 나은 방법이 있을 텐데", "살려줘!", "진작 좀 알려주지 그랬어요!" 등과 같은 메모가 적혀 있었다. 그가 남겨 놓은 메모를 시간이 지나 다시 봤을 때는 부끄러웠다 한다. 난 남의 일기장 들여다 보는 것 같아 재밌었는데 그는 부끄러웠나 보다. 명언집에 마지막 문구를 넣은 지 40여 년이 지난 뒤 새로운 감상을 추가하여 새로운 명언집을 완성해 세상에 내놨다. 이 명언집을 읽고 있으면 그의 위트와 입담에 철학이 이렇게 재밌었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