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쯤부터 나름 꾸준히 서평을 작성해왔다. 그 당시와 지금의 글을 비교하면 많이 늘긴 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20줄 이상은 못쓰겠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원하는 대로 길게 작성이 가능하다. 옛날에 쓴 글들을 그대로 두는 이유는 나의 성장 과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창피한 수준의 서평들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아무튼 최근 내가 친애하는 이웃 페크님이 쓰신 글쓰기 페이퍼들을 읽고 나의 글을 되돌아보며, 내가 글을 쓸 때 꼭 지키고자 하는 철칙들을 정리 좀 하고자 한다. 



1. 가독성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항목이라 1번으로 적겠다. 유시민도, 헤밍웨이도 강조하는 것은 글쓰기란 간결해야 하고 쉬워야 한다는 것. 간결하다는 것은 허세를 부리지 않아야 하고, 쉬워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단어나 어휘를 피하는 것이다. 도선우 작가에게서 배운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초등생이 읽어도 이해가 될 글이어야 한다. 다 썼으면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고, 어디가 문맥이 부자연스러운지, 어디에서 발음이 막히는지 파악하고 수정하자.



2. 반복 단어, 문장, 부사 체크

반복되는 글이 나오면 쉽게 지루해지고 리듬을 잃게 된다. 한글은 같은 뜻을 다른 말로 바꿔 전달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초보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다.



3. 완급조절

서평은 줄거리만 쓰는 독후감, 팩트만 나열하는 기사나 논문과는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높낮이 없는 건조한 글은, 똑같은 음으로 부르는 노래를 계속 듣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학에 완급조절이 있듯이 서평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완급조절에는 비유, 사례, 유행어, 반말, 혼잣말, 질문형 등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잘 보면 재미있는 글은 꼭 유머가 아니어도 위트 있는 문장이 항상 있는데, 그것이 환기도 해주고 몰입도 높여준다.



4. 잘 쓰려고 애쓰지 말기

뭐든지 잘 해야겠다는 의식이 들어가면 부자연스러워진다. 고수들을 닮고 싶은 건 알겠으나 순서가 있는 법이다. 처음부터 있어 보이는 글을 쓰려다 보면 힘이 들어간 게 딱 티가 난다. 잘 쓰고 싶겠지만 힘을 빼는 연습부터 해서 자연스러움을 길러야 한다.



5. 뻔한 글, 흔한 표현 체크

많은 글을 읽다 보면 자주 눈에 띄는 표현들이 있다. 예를 들어 '날 것 그대로의~' 이런 거. 좋은 표현은 맞는데 너도나도 자주 쓰는 표현이 돼버려서 참신하지도 않고 희소성도 없고, 아 이 사람도 쓰는구나~라는 생각만 줄 뿐이다. 유행어라면 모를까, 남들과 똑같은 글만 쓸 거면 뭐 하러 쓰나. 차별성을 두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글을 읽고 걸러낼 건 걸러낼 줄 아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6. 독자 레벨 고려

이것도 참 중요하다. 정해진 타겟층이 있다면 상관없으나 대중이 읽는 글을 쓴다면 어렵게 써서는 안된다. 1번의 가독성과도 연결되는 건데, 본인만 아는 단어나 어휘를 남발한다던지, 40대 이상만 알아듣는 문장이라던지. 이런 건 전혀 있어 보이지도 않고 주목받지도 못한다. 독자가 전부 자신의 레벨과 같다고 생각하지 말라.



7. 읽은 사람이 아닌 읽을 사람을 고려

독후감이라면 상관없지만 서평은 얘기가 다르다. 앞으로 읽어야 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어야 하는데, 읽은 사람만 알아들을 내용을 쓰면 안 되는 당연한 사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읽지 않은 사람이 이해할 내용과 이해 안 될 내용을 구분하자.



8. 특수기호, 외국어 사용 자제

먼저 특수기호가 많으면 리듬이 깨진다. 숨을 고르기 위해서 사용하는 용도는 좋다. 하지만 너무 남발하면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고 지저분해지기까지 한다. 외국어도 마찬가지이다. 익숙한 외래어라 해도 한글로 표기하는 것과 영어로 표기하는 것은 다르다. 하물며 익숙하지도 않은 영단어나 한자를 자주 사용하면 의도치 않게 허세 부리는 걸로 보인다. 독자들은 쉬운 단어를 놔두고 왜 어려운 용어를 쓰는지에 대한 불만이 생긴다. 가급적 한글 위주로만 하는 게 읽기 편하다.



9. 확실한 공감대 형성

열변을 토해가며 설명했는데 이해를 못하면 그야말로 좌절이다. 이건 혼자 일방통행해서 그렇다. 이해와 납득의 이전 단계는 공감이다. 군필자가 백날 설명해봤자 미필자는 이해 못한다. 근데 이게 미필자 잘못인가? 아니다. 6번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레벨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상대방이 알만한, 또는 누구나 느껴봤을 법한 느낌과 감정을 전달해줘야 한다. 비유를 들던가, 예를 들던가 해서 말이다. 그래서 내 말이 바로 그거야!라는 기분이 들도록 해주자.



10. 포인트 심어주기

걸치는 모든 옷이 제각각 화려하면 오히려 워스트 패션이 된다. 그렇다고 올 블랙처럼 다 비슷하면 심심해져 버린다. 전체적으로 톤을 죽이고 한두 군데만 컬러풀한 옷이나 아이템으로 포인트를 주면 무난하면서도 센스를 갖춘 효과가 있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문장마다 힘을 주면 너무 딱딱해지고, 반대로 너무 힘을 빼도 글이 가벼워진다. 허세 부리는 것보다야 낫지만 가볍기만 한 글은 위력이 없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힘을 빼되 중간중간 유머나 유행어 같은 포인트를 넣어주면 글맛이 살고 센스 있는 글이 된다.



11. 깊이감 있는 내용

줄거리를 쓰는 것. 작품 해설을 응용하는 것. 이런 건 다 이미 알려진 팩트이다. 누구나 아는 팩트만 나열하면 서평의 의미가 없다.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가야 한다. 작가의 철학과 메시지가 들어간 작품은 깊이감이 다르듯이, 서평도 그래야 한다. 분석을 했으면 이에 따른 내 생각은 어떠하며, 비평을 할 거면 그 주장에 따른 확실한 근거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때에 따라 유머나 드립이 필요하지만, 깊이감 없는 글은 키보드 워리어들이 떠드는 드립 글과 별 차이가 없게 되고, 글이 가벼워져 머리에 남는 문장이 없게 된다.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은 뇌를 자극해 머리에 오래도록 뭔가를 남기게 되는데, 생각 없이 읽는 글은 (특히 타임 킬링 소설) 금방 잊혀버린다. 잊힌다는 건 모든 창작자들에게 있어서 얼마나 슬픈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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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7-01 16: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감님은 서평장인🤗
전 낙서장인🙊

물감 2022-07-01 16:53   좋아요 2 | URL
스캇님의 페이퍼가 어떻게 낙서 수준입니까 ㅎㅎㅎ
제가 티는 정말 안내지만 스캇님 글쓰기를 잘 참조하고 있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7-02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열 개 이상인 글이군요.
저도 참조 많이 해야 겠어요^^

물감 2022-07-02 11:27   좋아요 1 | URL
저의 철칙을 정리한 거지만 도움이 된다면 기쁘겠습니다ㅎㅎ

coolcat329 2022-07-04 1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잘쓰는 사람 진짜 부럽습니다.
물감님 글 정말 가독성, 완급조절, 공감대 등 다 좋았는데 이런 규칙으로 쓰신거 였군요.
저는 그저 4번을 지키며 독후감 수준으로 끄적이지만 그래도 이런 규칙들 지키도록 노력해야겠어요.

물감 2022-07-04 21:13   좋아요 1 | URL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닮고 싶은 문체들을 많이 연구했어요 ㅎㅎ 그런 글쓰기가 재미있어서 독서와 서평을 시작하게 된 특이 케이스라 할까요? 뭐든지 좋아하는만큼 느는 거 같아요. 이제와보니 저도 자유롭게 쓸 수 있기까지 수년이 걸렸네요 ^^; 쿨캣님도 늘 쓰고 계시니까 앞으로도 더 늘게 되실 거에요. 롤모델도 한번 찾아보세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22-07-06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잘 정리하셨습니다. 저에게 도움이 많이 됩니다.
1) 쉬운 말로 쓰기 : 유명한 한 외국 작가는(이름이 생각 안 남) 자기네 집 가정부에게 원고를 읽어 보라고 해서 모르겠다는 부분을 고쳤다고 해요. 가방끈이 짧은 가정부라고 함.

2) 한글로 표기하기 : 예를 들면 100m 달리기를 했다, 라고 쓰면 독자 중 백엠, 이라고 읽을 수 있기에 100미터, 로 표기하는 게 좋음. 숫자는 예외. 눈으로 확 들어오기 때문에 숫자는 한글로 표기 안 해도 됨.

3) 서평은 그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읽는다고 정해 놓고 쓰면 좋을 듯합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쓰게 되지요.

잘 읽고 갑니다.^^

물감 2022-07-06 20:37   좋아요 0 | URL
다 아시는 내용인데 도움이 될 게 있었나요ㅎㅎㅎ
페크님처럼 저도 글쓰기에 진심인지라 함 적어봤는데 당장 생각나는 게 이 정도네요. 말씀하신 세가지도 모두 독자의 눈높이를 생각하자는 뜻이죠. 아무리 써봤자 읽어주는 이가 없으면 다 무슨 소용인가요 ㅎㅎㅎ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많이 써주세요~

yamoo 2022-07-18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거 염두에 두면 고쳐쓰기를 너무 많이 해야하고, 자유롭게 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물론 어느 정도 저런 규정을 지켜야 하겠지만..

쉽고 명쾌하게 쓰기는 기본 중 기본이고, 여기에 중언부언하지 말기, 같은 말은 다른 말로 바꿔쓰기, 접속어 첨가어 적절하게 구사하기 정도만 지켜도 어디가서 빠지는 글은 아닐 것입니다.

근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읽은 책에 대한 비판...저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위에 것은 형식이고 형식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내용 면에서 리뷰활동의 최종 목적지는 평가(비판)이라고 봅니다.

물감 2022-07-18 19:22   좋아요 0 | URL
yamoo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도 자유롭게 쓰는 것을 막을 생각은 없어요. 단지 글쓰기(서평) 향상을 원하는 분이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런거 언제 다 지키고 있냐라고 하기보다도요.

본문에 적었듯 저만의 철칙이니 그런가보다 하셔도 됩니다~ 이런 글 없어도 글 욕심있는 분들은 그만한 노력을 하실거고, 현재의 글쓰기에 만족하는 분들은 이런 글이 별 도움은 안되겠죠. 도움 되시라고 쓴 글도 아니지만요 ㅎㅎ

저도 책에 대한 비판(비평, 혹평)을 중요하게 여기는 1인 입니다. 이미 많은 서평과 페이퍼에서 그것에 대한 언급을 자주 해와서 굳이 적진 않았어요. 어찌보면 비평은 기본 중에 기본이라 글쓰기 스킬업하고는 무관하다고 보거든요. 그나저나 정말 간만에 이런 진중한 댓글이 달려서 기분이 좋아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