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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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할레드 호세이니의 작품이다. 아프간인의 비탄과 절규를 노래하는 작가만의 먹먹한 감성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다. 호세이니의 글은 가슴 깊숙이 후벼파서 늘 읽기가 힘들다. 그래서 재독할 마음도 들지 않는다. 읽고 있으면 인물들의 아픔이 내 것처럼 느껴져 숨이 막혀온다. 이 책은 연작소설이라서 전작들보다 더 많은 아픔을 다루고 있다. 가족과의 이별, 빼앗긴 고향 땅, 전쟁과 죽음, 버려진 생명 등. 온갖 ‘부재‘로 인해 생긴 아픔들을 총망라해서 보여주는, 반드시 독자를 울려보겠다고 작정한 듯한 작품이었다.


여러 중단편들을 엮어놓은 거라 요약은 생략한다. 어린 남매의 생이별로 시작하여 먼 훗날의 재회로 끝이 나지만 그들과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그 많은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핵심 내용은 누군가의 부재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이들의 상실감. 또는 멀리 떠나와 뿌리를 잃어버린 이들의 공허함. 이것들을 무엇으로 달랠 수가 있을까.


아무래도 부모와 자식에 대한 내용이 많다. 자식에게 따듯한 부모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모도 있다. 반대로 자식들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의 부재는 곧 불화를 낳는다. 오해는 서로를 멀어지게 만들었고, 시기는 상대방을 죽음에 몰아넣었다. 자신의 삶을 인정받기 위해 가족에게서 해방되었지만 마음 한 켠은 여전히 괴롭고 불편했던 사람들. 왜 있을 때 더 사랑해주지 못했을까. 왜 항상 지나고서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 걸까.


그립고 보고픈 이를 마음으로 외치면 그것이 산을 울리고 메아리로 돌아온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유일한 존재가 산이라니.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사는 기분이 이런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현재 코로나로 전 세계인이 고립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혼자의 시간이 편한 것도 있겠으나, 자주 보던 사람들의 부재가 갈수록 우울하고 지치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난 후로 그런 감정이 더 크게 자라난다. 어째 서평이라기보다 감상문이 돼버렸지만 읽었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하자. 아고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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