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의 유물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7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7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감성터치 원탑 센언니 테스 게리첸의 베스트 작품이다. 6권은 작가의 슬럼프 극복 못한 작품으로 유명해서 그냥 건너뛰었다. 어쩐지 5권 읽을 때 뒷심이 딸린다 싶더라. 여튼 이분도 글을 참 잘 쓰시는데 마니아층에서만 이름난 듯해서 좀 더 알려졌으면 하는 작가이다. 출판사에서 홍보를 안 해주면 나라도 해줘야지. 여러분, 이분 작품 1권부터 읽어보세요. 꽤 괜찮아요. 하지만 소장가치는 약하니까 빌려서만 읽으세요. 


보스턴 박물관에서 약 2세기 경으로 추정되는 미라가 발견되어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다. 미라의 CT 촬영 결과 오른쪽 다리뼈에 총알이 박혀있었고, 수상한 냄새를 맡은 리졸리는 박물관을 조사한다. 박물관의 지하창고에는 관리자도 모르는 비밀공간이 있었고 또 다른 미라 머리들이 발견되는데 이 머리들은 오래된 골동품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 것으로 밝혀졌다. 이 광경을 처음부터 지켜본 고고학자인 주인공은 현장에서 발견되는 증거물들이 자신의 과거와 자꾸 연관되어 두려움에 떤다. 이후 주인공의 자동차 트렁크에서 또 다른 미라가 발견되었다. 첫 번째 미라의 치아 상태를 확인한 결과 25년 전 실종된 한 여성의 정보와 일치한 것으로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주인공도 24년 전에 죽은 사람으로 추가 확인이 되었다. 주인공의 정체는 무엇이고, 실종자들을 미라로 만드는 살인범은 누구인가.


범죄소설과 고고학 소재의 컬래버레이션이라니. 이런 건 어떤 식으로 만들고 소화하나 궁금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미라는 25년 전 실종된 사람이었고 이제 25년 전 사건의 범인을 찾는다? 뭔가 시작부터 김빠지는 듯했는데 작가는 과거 사건을 현재진행형으로 방향을 180도 틀었다. 실종자와 피해자 모두 고고학과 연관됨을 알아내 그쪽 세계 사람들을 파고들어서 주인공을 사냥하려는 범인을 잡는 폭풍전개 방식은 이제껏 나온 작품 중에 가장 시원시원했다. 작가 중에는 플롯을 미리 구성해놓고 글을 쓰는 타입과, 글을 쓰면서 고쳐가는 타입이 있는데 이 책은 확실히 전자이다. 전자의 경우 스토리의 탄탄함이 장점이고, 후자의 경우 자연스러움이 장점이 되겠다. 예전에 말한 보컬 트레이너와 가수의 차이와도 같은 맥락인데, 이 작가는 좀 더 특별하게 두 장점이 골고루 있는 편이다. 내가 테스 게리첸을 좋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가독성이다. 가독성 하면 ‘히가시노 게이고‘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그 작가의 책조차 며칠에 걸쳐서 읽을 만큼 나는 독서 속도가 느린 편이다. 근데 테스 게리첸 작품은 이삼일 이면 다 읽는다. 내가 이 정도라면 말 다한 거임. 둘째는 스릴러소설에 감성이 웬 말이냐!라는 편견을 깨주었기 때문이다. 1~3권의 ‘의사 시리즈‘를 보면 작가가 전직 의사로서, 또 여성으로써 지닌 풍부한 감성들을 불어넣어 장르소설의 거칠고 딱딱함을 없애주곤 했다. 그런 작가의 고유 감성이 좋았던 건데 어째 이번에는 그런 감성이 거의 빠져있고 사건 위주의 글만 보인다. 그래서 스토리 구성은 훌륭하나 별점은 높게 주기 어려웠다.


이번 사건의 모든 원인은 주인공을 사랑한 엄마로부터 비롯되었다. 딸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모녀는 수차례 명의도 장소도 바꿔가며 경찰을 피해 다녔다. 그렇게 평생을 거짓말로 무장해야 하는 딸은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려 껍데기만 남았다. 번역자는 말하길, 자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식의 정체성을 여러 번 죽인 ‘엄마‘라는 이름의 이중성에 대한 작품으로 해석하였다. 자식 사랑이 집착으로 변해버리면 부모는 누구보다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본 작품에서는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사람이 여럿 나오지만 제목의 악녀는 범인보다도 자식에게 집착하는 엄마였다. ‘모성‘을 다루는 작품들을 보면 해피 엔딩도 많지만 배드 엔딩은 더 많다. 뭐든지 적당해야 하는데 꼭 지나쳐서 문제다. 아 근데, 주인공을 납치한 범인을 프로파일링 하다가 범인의 범죄 패턴이 바뀌었다고 강조한 장면에서 제 삼자가 있음을 눈치챘어야 하는데 마지막에서야 알았다. 아직도 난 추리능력이 한참 부족하구나. 분발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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