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도면 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이다. 청룡, OB, 롯데, 해태팀들은 그 뒤로 계속 이어져 알지만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팀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 실제 있었던 야구팀이라고 책에 쓰여 있었지만 이름이 촌스럽고 너무 낯설어 혹시 가상의 팀이 아닌가 싶어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그런 팀이 있었다고들 해서 그제서야 믿게 됐다. 중학생인 '나'는 진지하게 때로는 냉소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팀과 함께 울고 웃으며 청소년기를 보낸다. 일류학교를 다니면서 사회적으로 '엘리트'로 평가받으며 사는듯 했지만 결국 회사에서 퇴출되면서 소위 '낙오자'가 된다. 그러나 다시 삼미팀의 팬클럽을 만들면서 진정한 행복이란 게 뭔지 깨달으면서 새출발을 다짐한다.이 소설의 앞부분은 경쾌하고 재미있다. 은희경의 <새의 선물>이 생각날 정도로 분위기가 비슷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좀 늘어진다고나 해야 할까? 작가가 앞부분에서 너무 많은 힘을 썼는지 뒷심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친구 조성환이 갑자기 등장하고 일본인의 후원으로 다시 팬클럽이 조성됐을 땐 이야기가 작위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삼미 팬클럽 팀과 대기업 동호회팀과의 야구 경기 부분을 보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진짜 프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여유있게 즐기면서 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야말로 프로라고 생각한다.
신문을 읽다가 사진 하나를 보게 됐다.책 광고사진이었는데 중국옷을 입고 앉아 있는, 준수하게 생긴 한 남자의 사진... 그 옆엔 중국의 영화 황제, 김염이라고 광고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몇 주 뒤, 'TV 책을 말하다'에서 또 보게 되었다. 우연히 작은 외할아버지 김염의 존재를 알게 된 저자는 그에게 강하게 이끌리며 미국, 중국을 오가며 8년 동안 자료를 구하고 그를 아는 사람들을 만나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김염의 아버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면허 양의사이며 독립 운동가인 김필순이고 그 외 친척들이 독립 운동에 힘쓴 사람들이다. 그런 집안에서 태어난 김염 역시 항일 정신이 강한 배우였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능력을 발휘하여 중국 최고의 배우가 되었다. 김필순의 독립 운동, 그 가족들의 힘겨운 삶, 김염이 영화배우가 되기까지의 과정, 영화배우로서의 김염의 삶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하루 만에 책을 다 읽었다. 눈병을 얻어가면서까지 힘들게 이 책을 쓴 저자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중국의 영화 황제, 한국인 김염에 대해 알게 되길 바란다.
이런 책이 있는지 몰랐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뭔가 신나는 책을 찾고 있던 나는 마치 영화잡지처럼 생긴 이 책이 맘에 들었다. 이 책은 저자가 1980년대쯤, 당시에 신인이었던 배우들의 인터뷰를 모아놓은 것이다. 지금은 나이들이 들어 주름이 자글자글 보일 것 같은 배우들의 신선한 옛 모습을 보는 재미는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나중에 유명한 배우가 될 것을 전혀 예상치 못하고 비중이 적은 배역에도 충실히 임하며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말하는 그들의 순수한 모습도 역시 인상적이었다. 오히려 유명해진 후에 말하는 스다들의 무명시절은 과대포장될 수도 있다. 아니면 많은 내용이 숨겨지던지...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은 당시에 그들이 신인이었기 때문에 속일 것도 포장할 것도 없었었으리라. 오히려 젊었기에 패기, 열정이 넘친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여느 다른 스타에 관한 책과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것일까? 아니면 좀 더 자극적인 내용을 원했던 것일까? 나는 이 책을 책이 아닌 그저 영화배우에 관한 잡지정도의 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기획이 신선하다는 걸 알면서도 읽는 내내 조금 지루했다. 맛으로 표현하자면 담백하다못해 싱겁다고 해야할까? 내 입맛이 너무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졌나....
<반짝반짝 빛나는>과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고 시적이면서 꿈꾸듯 약간 몽롱한 느낌을 주는 에쿠니 가오리의 문체를 좋아하게 되었다. 이 책 역시 그녀의 작품이기에 주저없이 선택해서 읽게 되었다. 8년동안 동거한 리카와 다케오는 다케오가 하나꼬라는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갑자기 리카에게 같이 살자며 불쑥 하나꼬가 나타나면서 그들의 기묘한 관계가 펼쳐진다. 리카와 다케오는 이미 헤어진 사이, 리카에게 하나꼬는 연적, 여러 남자의 관심을 받고 사는 하나꼬... 소설이기에 가능한 관계가 아닌가 싶다. 리카는 다케오와 헤어지고 하나꼬와 한 집에 살면서 실연의 아픔을 조금씩 이겨낸다.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헤어진 후의 리카의 아픈 마음이다.다케오와 헤어진 후 모든 게 두려웠다는 것, 일하다가 직장 유니폼을 입은 채 하나꼬를 만나러 왔다는 다케오를 생각하며 가슴아파하는 것 등등... 헤어짐을 겪어본 사람만이 그 마음...그 가슴 저림을 알 것이다. 꽤 재밌게 책을 읽었지만 별 3개를 준 이유는 하나꼬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지어진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좀 허무하다고 해야 하나, 급하게 서둘러 마무리 지었다고 해야 할까? 작가가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말이 아쉬웠다. 여전히 에쿠니 가오리의 문체는 몽롱하고 나른하다.
이 책은 '시오노 나나미'의 이름만 보고 읽게 된 책이다. 그녀가 쓴 책을 한 번도 읽진 않았지만 워낙 유명하니 최소한 실패는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똑똑하고 당찰 것 같은 그녀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영화들,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들은 과연 어떤 영화일까?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를 잘해서 그가 싫고 게리 쿠퍼를 열렬히 지지하는 등 이 책에서 그녀는 상당히 솔직하게 영화와 영화 배우에 대한 생각을 표현했다. 그녀가 제시한 영화들 대부분을 나는 거의 보질 못했다. 나도 그 영화를 봤으면 그녀의 감상과 내 감상을 비교하면서 책을 읽었더라면 더 재미있었겠지만 내가 본 영화가 그리 많지 않아 책을 읽는데 상당히 지루했다. 그리고 그녀가 마키아벨리와 고대 로마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영화 이야기 하다가 툭하면 카이사르와 마키아벨리를 언급하는 게 조금 거슬리기도 했다. 좀 지겹다고 해야 할까? 이 책을 읽고 건진 것은 이런 영화가 있었네, 기회되면 꼭 봐야지라는 결심 뿐 ... 그 외에 별로 남는 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