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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읍내 ㅣ 오세곤 희곡번역 시리즈 1
손톤 와일더 지음, 오세곤 옮김 / 예니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는 연극반에서 활동했었다. "우리 읍내"를 연극으로 무대 위에 올리려고 했지만 동아리 배우들 중에서 에밀리 역을 맡을 수 있을만큼 출중한 외모를 지닌 여자가 없어서 (그 친구는 에밀리 역을 맡은 사람은 예뻐야 된다고 생각했음) 그냥 포기했다고 농담식으로 말하면서 이 책을 줬다.
"우리 읍내"는 제목 그대로 동네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무대 감독이 직접 나와 말하기도 하고 공간적, 시간적 배경의 설명을 위해 따로 교수를 부르기도 하면서 다른 희곡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처음엔 우리 일반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지루했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날 거 같지도 않고 그냥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고 3막으로 접어들면서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죽은 사람들이 자신이 행복했던 순간들을 이야기할 때, 그리고 죽은 에밀리가 자신의 12살 생일날 아침으로 되돌아갔지만 그 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자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내 삶 역시 "우리 읍내" 의 1,2막처럼 평범하다. 힘든 일도 있지만 나름대로 견뎌내고 큰 사건없이 잔잔하고 어떨 땐 지루하기까지 하니깐...하지만 그 평범하다고 느꼈던 그 순간들이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는 미처 몰랐다.
이 희곡을 읽고 감동을 받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현재가 얼마나 행복한 날들인지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연극으로도 꼭 보고 싶고,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을 선물해준 그 친구 - 이젠 만날 수 없게 됐지만- 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