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 컬러판
생떽쥐베리 / 문예출판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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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를 처음 접했을 땐 나이가 어려서 그랬는지 이해되지도 않고 간간히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문구가 나오기도 했지만 지루했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 영어 공부 한답시고 영어판 책을 사서 읽었다. 그러나 해석하는데 정신이 팔려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질 못했다. 그래도 몇몇 구절이 인상적이었고 잠시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대학 졸업 후,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특기적성 시간 교재로 영어판 어린왕자를 선택했다. 아무래도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내가 먼저 내용을 이해하는 게 낫겠다 싶어 다시 책을 찬찬히 읽어봤다. 왜 나는 이런 멋진 책을 이제서야 이해하게 된걸까??? 수업 준비를 위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여러 번 감동했고 여러 번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영어판으로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내용을 이해시키려고 했지만, 역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은 해석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내가 느끼는 감동을 느끼진 못하는 눈치였다. 그 아이들도 아마 나처럼 좀 더 나이가 들어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책을 읽는다면 문장 하나하나에 숨겨진 진리에 대해서 생각할 것이며, 언젠가 어린 왕자를 사막에서 만날 수 있을 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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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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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읽는 동안 정말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늘 책을 들고 다니면서 짬을 날 때마다 읽고, 밤에는 늦게까지 읽다가 아쉬워하면서 책을 덮어야만 했다. 1800년대 작품인데, 옛날에 쓰여진 책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정치적, 사회적 배경 때문에 세월이 느껴지면 모를까 짜임새도 정교하고, 지루한 잔소리(고전에 보면 나오는 지루한 글들)도 없고, 진행 속도도 빨라서 결코 지루할 틈이 없었다.

어렸을 적, 세계문학전집에 있었던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1권짜리로 짧았었다. 그래도 재미있어서 만족했었는데, 중3때 국어선생님께서 3권으로 된 '암굴왕'을 학창시절에 읽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그 책이 너무 재밌어서 수업중에 책상 서랍에 넣어놓고 읽었다고 하셨었다. 그 때, '아~원래 양이 방대한가보구나, 더 재밌겠는걸...' 하고 언젠가는 그 책을 구해서 읽으리라 마음을 먹었었는데 잊고 있다가 이번에 나왔길래 예전 그 선생님 말씀을 생각하면서 읽었다.

젊고 유능한 선원 에드몽 당테스가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들의 계략에 빠져 감옥에 14년동안 갇혔다가 탈출하여 통쾌하게 복수한다는 내용인데, 내용만 본다면 흔하디 흔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복수하는 과정이 얼마나 치밀하고 통쾌한지...그리고 얼마나 감동적인지 책을 읽은 사람만이 알 것이다. 특히, 메르세데스가 자신의 아들과 백작의 결투를 막기 위해 백작을 찾아와서 '에드몽'이라고 불렀을 땐 백작이 놀란 것처럼 나도 움찔 놀라면서 동시에 눈물이 났다.

친구는 책 5권을 읽을 시간이 어딨냐면서 차라리 영화를 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영화화 된 건 못 봤지만 책만큼은 재미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제목만 듣고 아직 읽어보지 못하신 분들...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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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10
최명희 지음 / 한길사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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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한다. 단편소설의 기막힌 반전도 좋지만, 장편을 읽고 나면 정말 책다운 책을 읽었다라는 느낌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다 읽을 여러 권 수의 책을 바라보는 것도 흐뭇하고...

<혼불>은 모두 10권으로 되어 있는데, 사실 10권을 읽는 게 쉽지는 않았다. 일하면서 짬을 내서 읽었는데 거의 한 달 정도 걸렸다. 전라도 사람인 나도 잘 몰랐던 전라도 사투리를 정말 맛깔스럽게 적어 놓은 작가의 역량과 이야기거리의 풍부함에 여러번 감탄을 했다. 물론 그 이야기거리가 너무 풍부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기 보다는 장수를 채웠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어쨌든 작가라는 직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마무리가 미흡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용두사미라는 말을 이런 때 쓰면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처음 뭔가 굉장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것처럼 이런 일, 저런 일이 일어났지만 결국 작가는 깔끔하게 마무리 짓질 못했다. 강모와 강실, 효원의 관계, 강실과 춘복이의 관계, 사고가 확 트인 강호와 부인 사리반댁 등등 많지 않은 등장 인물인 그들이 제시해 놓은 일들은 많은데 마지막 10권을 읽으면서 여기가 끝이 아닌데 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었다. 해피엔딩을 바라는 건 아니다. 다만 뭔가 거창한 것을 제시할 것처럼 이끌어가다가 이도 저도 아닌, 마치 11권이 또 있는 것처럼 끝을 맺어서 다소 실망했다. 그래도 한 번 정도는 읽어볼 만 하다. 하지만 무협소설처럼 흥미진진한 줄거리를 원하는 사람들은 읽기 힘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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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16
루이제 린제 지음, 강두식 옮김 / 범우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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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내용이 딱딱하고 어려울 거 같아서 읽는 걸 계속 미뤘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왜 진작 이렇게 좋은 책을 읽질 않고 미뤘을까 후회했다. 니나를 18년동안 사랑하는 슈타인 박사의 일기와 편지, 니나와 언니의 대화가 얽히면서 내용이 전개된다. 자신의 친구를 사랑하며 아이를 낳고, 또 다른 남자와 결혼한 니나에 대한 슈타인의 끝없는 사랑, 그런 사랑을 계속 거부하는 니나... 이 두 사람의 기묘한 관계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만 하다.

특히, 니나 붓슈만은 이 책을 읽는 사람 모두를 열광시킬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예쁘지는 않지만 (이 책에선 예쁘다는 말은 나오질 않았던 거 같다) 끊임없이 치열하게 삶을 사랑하고, 언제나 거침없으며 솔직하고 당당하고.

또 하나 이 책에서 느낀 매력은 약간 건조한 듯한 문체이다. 처음엔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무덤덤하고 건조한 문체가 이 소설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 거 같았다. 정신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가슴 한 구석이 텅 빈 듯. 그리고 다 읽은 후, 나 자신의 생활, 니나의 삶, 슈타인의 사랑을 자꾸 뒤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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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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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사람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70이라는 나이에 쓴 소설 답지 않게 박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은 우선 힘차고 감각적이었다. 고루할 거라는 내 예상을 완전히 깼다.
그러나 소설은 힘차게 출발은 했으나 끝이 개운치 못했다. 주인공 영빈과 그의 식구들, 초등 동창 현금과 한광, 영빈 여동생 영묘의 시댁 식구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다소 뒤틀려서 묘사가 돼 있다. 돈과 권력에 벌벌 떠는 영묘의 시댁 식구들, 몸은 살아 있으나 어쩔 수 없이 시집에 휘둘리는 영묘, 마흔 넘어서도 아들을 낳고 싶어하는 아내, 장남으로서의 의무를 벗어나고 싶어했던 형, 틀에 박힌 삶을 살다가 우연히 만난 동창생과 '나쁜짓'을 저지르는 주인공 영빈...한 사람 한 사람의 사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우울하게 묘사해 놓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영빈의 초등 동창생 현금이 가장 솔직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 첨엔 너무 도발적이어서 거부감이 들었지만, 가장 자유롭고 편하게 사는 그녀가 맘에 들었다. 한때 돈에 얽매여서 살긴 했지만, 이젠 모든 것에 초월해서 살아가는 것 같다. 결국 그녀도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평범한 인간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그런 면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소설을 읽으면서 끝은 도대체 어떻게 될까 했는데, 영빈의 형이 슈퍼맨처럼 나타나 후다닥 해치우고.. 그것도 영빈 모르게 뒤에서 관심 없는 척 있다가 -사실상 거의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결말에 맥이 풀렸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박완서의 입담에 놀라워 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다 읽었지만 읽고 난 후의 느낌이 별로 깔끔하지 않았다. 그리고 소설 속의 모습이 진짜 현실일지라도, 그게 사람들의 속내 일지라도 왠지 자꾸만 거부하고 싶고 부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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