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혼불 10
최명희 지음 / 한길사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한다. 단편소설의 기막힌 반전도 좋지만, 장편을 읽고 나면 정말 책다운 책을 읽었다라는 느낌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다 읽을 여러 권 수의 책을 바라보는 것도 흐뭇하고...
<혼불>은 모두 10권으로 되어 있는데, 사실 10권을 읽는 게 쉽지는 않았다. 일하면서 짬을 내서 읽었는데 거의 한 달 정도 걸렸다. 전라도 사람인 나도 잘 몰랐던 전라도 사투리를 정말 맛깔스럽게 적어 놓은 작가의 역량과 이야기거리의 풍부함에 여러번 감탄을 했다. 물론 그 이야기거리가 너무 풍부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기 보다는 장수를 채웠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어쨌든 작가라는 직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마무리가 미흡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용두사미라는 말을 이런 때 쓰면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처음 뭔가 굉장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것처럼 이런 일, 저런 일이 일어났지만 결국 작가는 깔끔하게 마무리 짓질 못했다. 강모와 강실, 효원의 관계, 강실과 춘복이의 관계, 사고가 확 트인 강호와 부인 사리반댁 등등 많지 않은 등장 인물인 그들이 제시해 놓은 일들은 많은데 마지막 10권을 읽으면서 여기가 끝이 아닌데 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었다. 해피엔딩을 바라는 건 아니다. 다만 뭔가 거창한 것을 제시할 것처럼 이끌어가다가 이도 저도 아닌, 마치 11권이 또 있는 것처럼 끝을 맺어서 다소 실망했다. 그래도 한 번 정도는 읽어볼 만 하다. 하지만 무협소설처럼 흥미진진한 줄거리를 원하는 사람들은 읽기 힘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