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1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박연 옮김 / 세주문화 / 1996년 6월
평점 :
절판


내가 '몬스터'를 읽고 있을 때, 동료 선생님들은 노골적인 제목에 기겁을 했다. '괴물 나오는 만화예요? 뭐 그런 걸 읽나요?'라고... 물론 괴물은 나온다. 다만 얼굴이 흉칙한 괴물이 아니라 절대악, 아니 어쩌면 우리 사람들 마음속에 숨어 있을 지 모르는악마 같은 존재가 나오는 만화이다.

아기자기한 그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우라사와 나오키의 그림에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질리지 않고 정감있는 그림이 우선 이 책의 매력이다.
그리고 스릴러 영화 한편을 본 듯한 느낌을 주는 줄거리와 이야기 방식은 사람들을 이 책으로 이끈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밤에 읽다가 무서워 덮은 적도 몇 번 있을 정도로 오싹하기도 했다.

이야기가 방대해 어떻게 끝을 맺을까 궁금해하면서 읽었는데...끝이 싱겁다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어느 누가 끝을 맺더라도 이런 식으로 맺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색으로 맺었는지 궁금하면 한번 읽어보시길...)

우리는 흔히 만화책은 가볍게 읽고 웃어 넘기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몬스터'는 만화책은 아니다. 그림이 있는, 줄거리가 탄탄하고 흥미진진한 하나의 소설이다. 이런 만화를 그린 천재 만화가가 있는 일본이 부러울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힘든 일 중 하나는 소위 '문제아'와 부딪치는(?) 일이다. 학교와 사회에 반항하면서 자신의 속을 털어놓지 않고 약간 불만에 찬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나름대로 이해하려고 하고 다가가보려고 해도 잘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갑자기 '호밀밭의 파수꾼' 책이 생각났다.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몇 번 이름을 들어봤고, 학교를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문제아가 주인공이라는 게 생각나서 읽어봤다. 읽고 난 후, 내가 우리 아이들을 100%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들 나름대로 꿈도 있고 따뜻한 마음도 있다는 걸 조금은 알게 됐다.

학생들에게도 이 책을 권했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니 홀든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는데...처음엔 상당히 부정적이었다.(나도 그랬다. 홀든의 말투, 행동...이해가 안갔다) 홀든이 너무 세상을 비뚤어지게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점차 홀든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는 아이들이 많았다.

홀든의 꿈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것이다. 호밀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낭떠러지에 떨어지지 않게 지키는 그런 파수꾼이 되는 게 홀든의 꿈이다. 하지만...건조하고 험한 세상살이에서 자신이 낙오되지 않게 옆에서 붙잡아 줄 파수꾼이 필요한 건 바로 홀든 자신이 아니었을까?

한 가지 더... 실제 원서를 읽으면 미국의 학생들이 그 당시 썼던 속어나 욕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영어와 한국말의 그 미묘한 차이를 번역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이번 겨울에 내가 도전하고 싶은 일은 바로 호밀밭의 파수꾼을 원서로 읽는 것.. 꼭 읽어서 다시 한번 이 책이 주는 매력에 빠지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개정증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태언 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수십가지의 색으로 변하는 바다, 하얀 모래, 야자수...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을 가진 섬을 보고 우리는 지상낙원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근심 걱정없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곳..바로 그곳이 지상낙원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곳에 비한다면 티베트 옆에 있고 인도의 영토로 편입되어 있는 라다크는 겉모습으로 본다면 사실 좀 초라할 수 있다. 자갈투성 길에 날씨는 춥고 음식은 단순하게 생겼으며 옷은 기워 입는 경우가 많다. 요리와 난방을 위해 동물의 똥을 쓴다. 이런 조건들을 본다면, 현재 우리의 눈으로 본다면, 라다크는 살기에 열악한 곳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번 쯤은 그런 라다크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고 이런 곳이 낙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화를 내지 않고 이야기를 통해서 갈등을 풀고 욕심을 내지 않으며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았다. 검소하며 아무도 가난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라다크는 1975년 외부인에게 개방이 되었고 점차 서구식 '개발'로 환경이 파손되고 사회적으로는 분열이 일어나서 그 모습을 잃었다고 한다. 결국 문명인인 우리가 원하는 삶은 '라다크'식 전통적인 생활인데, 산업주의의 힘으로 라다크인들은 그 삶을 잃게 되었고 낙원은 사라지게 되었다..... 정말 안타깝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르미안의 네딸들 1
신일숙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5년 6월
평점 :
절판


요 며칠 간 만화책에 빠져 있던 나에게 동료직원이 추천해준 작품이 바로 <아르미안의 네딸들>이었다. 물론 제목은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이렇게 멋있는 작품일지는 몰랐다.

제목 그대로 아르미안 왕국의 네 명의 딸들이 주인공인데 그 중 내가 가장 관심을 갖은 인물은 바로 큰 딸 레 마누다. 다른 세 명의 딸들의 성격은 지나치게 착하고 예뻐서...전형적이며 평면적이라는 느낌을 줬다. 그러나 얼음같이 차갑고 냉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과 애정을 갖고 있는 레 마누의 모습이야말로, 이기적이면서도 약해질 땐 한없이 약해지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거 같아 매력적이었다.

'운명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이 말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키워드로 많이 나오는 대사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운명의 손에서 벗어나질 못했고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갔다. 그들에게 닥쳐온 일들은 정말 예측 불허였지만 누구 하나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질 못했다. 심지어 파멸의 신인 에일레스조차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지 못했으니...

그저 예쁘고 착해서 주위 남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여주인공, 뻔한 삼각관계, 끝없는 오해, 한없이 퍼주는 남자, 해피엔딩... 흔히 만화하면 떠오르는 이런 이미지들과 이 만화는 전혀 다르다. 소장하고픈 만화 중 하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쥐 I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용서하자, 그러나 잊지 말자.' 유태인 학살에 대한 유태인들의 생각을 이렇게 나타낸 걸 본 적이 있다. 내가 유태인 학살에 관해 접한 건 '인생은 아름다워'와 '쉰들러 리스트' 이 두 영화밖에 없다. 따로 책으로 읽은 적도 없고..그냥 막연히 유태인이 불쌍하게 당하고 나치가 나쁘다라는 생각밖엔 없었다.

<쥐>라는 이 책에서는 전쟁에서의 편가르기식이 아니라 전쟁을 겪었을 때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가, 생존을 위해서 어떻게 몸부림 치는가, 그리고 전쟁에 대한 공포, 인간 관계의 배신, 믿음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고난을 겪은 아버지와 그렇지 않은 아들과의 갈등이 전쟁 이야기와 교차되면서 우리에게 또 하나의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처음엔 기대했던 것에 못 미쳐 책을 산 건 후회했지만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었다. 만화가 영화보다도 더 감동적이며 더 생생할 수 있다는 걸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