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남의 일기를 읽는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비밀 일기'도 그랬고 '키다리 아저씨'도 그랬고...(안네의 일기는 별로였다) 'princess diaries' 는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재미있어서 키득키득거리며 정신없이 읽을 수 있었다. 키만 크고 별 매력이 없는 여고생 'Mia'가 유럽의 작은 나라 'Genovia'의 공주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녀의 인생은 조금씩 달라진다. 조금은 허황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핑크빛 책표지와 걸맞게 로맨틱한 설정이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는 건 'Mia'의 마음! 그녀는 아직도 철없는 신입생이고 잘생긴 선배를 동경하며 동시에 친구 오빠인 'Michael Moscovitz'에게서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이 공주라는 사실을 뻐기기 보다는 친구들에게서 멀어질까봐 오히려 걱정하는 사랑스러울정도로 순진한 소녀이다.
일기장에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적으면서 공부나 친구에 대해 고민도 하고 자신의 몸매에 대해 자신없어하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 우리네 여고생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음을 알 수 있다. 특히, 'Mia' 와 'Michael'과의 대화를 보면 그들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티격태격하면서 나누는 그들의 대화가 재밌고 귀여워서 서로에 대한 풋풋한 감정이 부러웠다. 꼭 순정만화를 읽는 느낌이어서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좋아할 거 같고 특히 10대로 되돌아간 거 같아서 책을 읽은 후, 한결 젊어진 거 같기도 하다.
쓰여진 영어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가끔은 쉽게 접하지 못하는 단어나 회화체 단어가 나오기는 하지만 읽는데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다. 사전없이 그냥 쑥쑥 읽어나가도 전체 내용을 이이해할 수 있고 이해가 안되면 다시 읽으면서 앞뒤 문맥을 이용해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처음엔 등장인물들이 쓰는 몇 가지 표현들을 생소하지만 읽다보면 익숙해져서 갈수록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10대들이나 우리 10대들이나 생각하는 건 비슷하니깐 우리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Mia'의 일기장에 푹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잠시 머리를 식힌 뒤 2편을 읽을 생각이다. 아~~ 2편에서는 'Mia'의 사랑 이야기가 많이 다뤄졌으면 좋겠는데... 난 그녀의 공주 되는 이야기보다 사랑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걸.. 인상 깊었던 구절을 적어보면...
I mean, Michael smelled so good- like Ivory soap- and felt so good- the dress Grandmere picked out for me was very pretty and everything, but I was kind of cold in it, so it was nice to stand close to Michael, who was so warm- that it was next to impossible to say anything.
- 댄스 파티에서 'Mia' 와 'Michael'가 춤추는 장면인데, 남자의 비누 향기는 내가 좋아하는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를 생각나게 했다. 그 책에서도 여자 주인공이 남자의 비누 향기로 그가 옆에 있음을 알아챈다. 아이,,좋아라..
The one he played for me is called 'Tall Drink of Water.' It's about this very tall pretty girl who doesn't know this boy is in love with her. I predict that one day it will be number one on the Billboard chart.
- 댄스 파티 후, 'Michael'이 자신의 동생에게까지도 비밀로 하는 자작곡을 'Mia'에게 들려준다. 소년이 자신을 사랑하는지 모르는 키크고 예쁜 여자애에 관한 노래라...정말 로맨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