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이야기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
오비디우스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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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이야기'라는 책 제목만 보고선 판타지류이거나 영웅담 같은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책의 가장 앞부분에 나오는 일러두기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다름 아니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은, 토머스 불핀치가 쓴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 먼저 쓰여진, 즉 모티브라 할 수 있는 책인 것이다.

 

우리나라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악장의 하나로 '용비어천가'를 지어,

태조의 조선왕조 창업이 천명임을 알려 후대 왕들을 권계하고 민심을 조정에 귀의시키고자 했었듯이,

오비디우스는 '변신 이야기'를 통해 로마 제국 건설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찬양하기 위해

카이사르를 신으로 승격시키고 카이사르의 아들인 아우구스투스를 신과 동격화함으로써

우리 인간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미리 알고 읽기 시작하니까, 이미 한 번은 읽었었다는 생각에 이 책이 좀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중학생 때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그리 잘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예전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재밌게 읽기는 했지만

등장인물도 무수히 많고 그에 얽힌 이야기 또한 굉장히 많다 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요즘엔 그리스 로마 신화를 기억하기 쉽게 하기 위해 도표로 설명해주는 책도 나와있던데, 선뜻 읽어야 하는 마음까지는 생기지 않았었는데

우연히 읽게 된 민음사 세계문학 시리즈 1,2번이 신화를 다루고 있었다니 참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는 카오스(혼돈)의 천지창조 시대를 시작으로 여러 신들의 탄생과 전성기, 그리고 그들과 관련된 영웅들과 오비디우스가 살던 인간시대까지 128편의 변신이야기를 통해 만물의 기원에 대해 알려준다.

솔직히 이번에 읽은 이야기가 마냥 쉽고 재미있게 읽혔던 것은 아니다.

원래 우리가 알고 있던 영어와 그리스식 명칭이 아니라 라틴어로 명명되어 있어서 헷갈리기도 하고,

방대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인해 앞서 읽었던 인물이 맞는지 아닌지 책장을 앞뒤로 여러 번 왔다 갔다 하기도 했으며

반복되는 신들의 변신이야기 구조로 인해 처음의 흥미가 나중에는 많이 반감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던 이유는

각 이야기 속에 품은 인간적인 감성과 아름다운 로맨스가 가슴속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나 개인 한 사람이 이렇게 느낄 정도이니,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전승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와 입을 거치며

많은 예술작품과 여러 학문 분야, 그리고 사랑을 해 본 모든 사람들에게 신화 이야기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신화에 관한 이야기를 2번 이상 읽어 보았지만

읽었다 해서 다 기억할 수도, 그렇다고 까먹을까 봐 기록에 남기기엔 너무나 방대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음번에는 이윤기 저자의 책으로 만나볼까 한다.

지금 리뷰를 쓰고 있는 이 <변신 이야기>의 번역가이자, 이전에 너무나 재밌게 읽은 <장미의 이름>, <그리스인 조르바>의 번역가로서 그의 글 솜씨를 익히 알고 있는 터라 한국의 불핀치로 불리는 그가 직접 쓴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어떤 구성과 내용으로 나의 마음에 들어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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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넘브라의 24시 서점
로빈 슬로언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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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가 생겨났는데, 그중 하나로 '책 문화' 또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놀이 종류가 많이 없던 옛날 세대들에 비해 놀거리가 많아진 지금의 젊은 세대들의 독서량이 현저히 많이 줄어들었고,

종이 서적이 아닌 e북 형태의 서적이 만들어졌으며,

인터넷의 발달로 온라인 서점이 확대되면서 경쟁력이 없어진 작은 서점들이 조금씩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러한 지금의 현실에 예스러운 분위기를 간직한 채로 24시간 운영하는 서점을 주제로 한 책 하나가 나의 눈길을 끌었다.

그 책은 바로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이다.

 

책의 주인공인 클레이 재넌은 종이와는 전혀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전직 웹디자이너였으나

실직 후, 종이책을 파는 이곳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에 취직을 하게 된다.

보통 서점과는 좀 다른 분위기의 이곳은 근무조건 또한 특이하다.

근무하는 동안 뒤쪽 서가에 꽂혀있는 책을 절대 펼쳐보아서는 안되며,

그 책을 빌리러 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근무 일지에 잘 묘사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동안 이 일을 착실히 해나가던 클레이 군은 어느 날,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컴퓨터를 이용해 퍼즐을 풀게 됨으로써

근무조건을 위반하게 되고, 그로 인해 서점 주인인 페넘브라씨가 사라지게 되면서 24시 서점의 불이 꺼지게 된다.

이곳에서 책을 빌리러 오는 사람들은 24시 서점의 불이 꺼지자 대혼란에 빠지게 되고,

클레이 군은 페넘브라 씨를 찾아 수수께끼 같은 대혼란을 해결하고자 길을 나서게 된다.

커다란 서점과 종이책, 각종 암호들, 그리고 현대 컴퓨터 문명과의 만남을 통해 풀어지는 책 속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그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고집스럽게 예전 아날로그 방식만을 추구하는 이들과

현대 디지털 방식에 익숙한 이들이 함께 나와 서로를 신기해하며 함께 추리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책 속에서 어느 한 구절을 찾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눈으로 살펴보아야만 하는 아날로그 세대에게

ctrl + F 키 하나로 단번에 찾아버리는 디지털 시대는 과히 경이로울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방식 또한 버릴 수가 없는 소중한 것임을 잊지 않게 해준다.

즉,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상호충돌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만남을 조화롭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솔직히 책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한 추리 소설을 기대한 나로서는 소설의 내용과 결말이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냥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한 소설에 약간의 판타지를 가미한 정도였달까...?

그러나 그 비밀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현대인들의 공감을 충분히 살만했다고 생각한다.

책을 덮으며 만약 오프라인에 정말로 24시 서점에 생겨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문명이 발달해도 편안한 안식처 같은 느낌의 서점과 종이 서적의 그 가치를 대신하기란 불가능할 테니까 말이다.

 

  

p.88

"자네 또래 젊은이들이 아직도 책을 읽는 줄은 몰랐구먼." 페넘브라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 

"전화기에 있는 거 아니면 읽지 않는 줄 알았지." 

"다 그런 건 아니에요. 젊은 사람들 중에도 여전히 책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냄새! 누군가 냄새에 관해 말하기 시작하면 얘기는 끝난 거지." 

 

p.140

"로즈메리, 책을 왜 그렇게 좋아해요?" 

"책들이 조용해서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공원으로 가져갈 수도 있고.... 

 솔직히 말하면 책들이 제게는 가장 친한 친구라서 그렇게 좋아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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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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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 '가족을 위해 피를 파는 아버지의 이야기' 라는 대략적인 줄거리만 들어본지라

굉장히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의 책인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와 많이 달랐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해학적으로 그려놓은 작가님의 필력때문인건지

분명 슬퍼야 할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고, 안타까운 상황에서도 그리 무겁지만은 않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웃음 뒤에 가려진 먹먹한 마음 때문인지 어울리지 않는 묘한 두 감정들이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따라다녔다.

  

허삼관은 가족을 위해 피를 팔아 생활고를 이겨낸 1950년대 중국 깡촌에 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자신의 피를 판 이유는 장가를 가기 위해서였으나 (피를 팔 수 있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하나의 상징이었으므로),

나중에는 가뭄 속 가족들의 먹거리를 해결하고, 아들의 병원비를 마련하고자

3달에 1번씩 팔수 있는 피를, 1달만에 4번이나 팔고서 자신의 목숨까지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속에서도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가슴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중반부정도까지 읽었을 때는 피를 파는 이유가 그다지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후반부에 갈수록 느껴지는 절실함에 책을 덮은 지금까지도 여운이 많이 남는다.

'목돈이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피를 판다.'는 이런 단순한 이야기가 어쩜 이리도 가슴 먹먹하게 만들 수 있는건지...

  

내년에, 이 책이 영화화 되어 나온다고 한다.

주인공은 하정우라고 하던데,

과연 하정우가 표현하는 허삼관은 어떤 모습일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지금의 이 여운이 영화에서도 느껴질 수 있을런지...

근데, 혹시나 반전을 위해서 영화에서는 결말을 바꿔버리는 건 아니겠지?

만약 결말을 바꾼다면.. 굉장히 슬퍼질지도 모르는데... ㅠㅠ

 

 

 

 

  

p.191~192

" 이 쪼그만 자식, 개 같은 자식, 밥통 같은 자식……. 오늘 완전히 날 미쳐 죽게 만들어놓고……. 가고 싶은면 가, 이 자식아. 사람들이 보면 내가 널 업신여기고, 만날 욕하고, 두들겨 패고 그런 줄 알 거 아니냐. 널 십일 년이나 키워줬는데, 난 고작 계부밖에 안되는 거 아니냐. 그 개 같은 놈의 하소용은 단돈 일 원도 안 들이고 네 친아비인데 말이다. 나만큼 재수 옴 붙은 놈도 없을 거다. 내세에는 죽어도 네 아비 노릇은 안하련다. 나중에는 네가 내 계부 노릇 좀 해라. 너 꼭 기다려라. 내세에는 내가 널 죽을 때까지 고생시킬 테니……." 

승리반점의 환한 불빛이 보이자 일락이가 허삼관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 우리 지금 국수 먹으러 가는 거예요?"

허삼관은 문득 욕을 멈추고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p.205

일락아, 오늘 내가 한 말 꼭 기억해둬라.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 한다. 나중에 네가 나한테 뭘 해줄 거란 기대 안 한다. 

그냥 네가 나한테, 내가 넷째 삼촌한테 느꼈던 감정만큼만 가져준다면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 

내가 늙어서 죽을 때, 그저 널 키운 걸 생각해서 가슴이 좀 북받치고, 눈물 몇 방울 흘려주면 난 그걸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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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만세,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 - 조선어학회, 47년간의 말모이 투쟁기
이상각 지음 / 유리창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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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 공휴일'이라는 공식은 나와는 인연이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당시부터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한글 날마다 등교해서 글짓기를 하곤
했었는데, 올해로 23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재지정 되었다고 해서 좋아했다가 병원 비상 걸려서 결국 새벽까지 일해야만
했던 것이다. 특히 너무 정신없이 보낸 올해 한글날은 1분 1초라도 한글날을 기념하여 세종대왕님께 감사한다는 마음을 가질
여유가 없었었는데, 다행히 <한글 만세,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이라는 책을 통해 뒤늦게나마 한글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 책은 기존에 많이 나와있는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대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훈민정음을 다듬어 지금의 한글로 재탄생 시킨 주시경에 관한 이야기이다.
물론 세종대왕 혼자서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이 아니라 정인지, 신숙주, 양성지, 서거정과 같은 집현전 출신의 학자들과 함께
만들었듯이,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말을 지키고자 한민족의 글이자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이라는 뜻의 '한글'로 새로 태어나
지금의 우리말로 다듬는 데에는 주시경을 주축으로 김두봉, 이규영, 장지영, 최현배 등의 많은 조선어학회 선열 33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역사상 1910년~1945년 8월 15일 광복까지 35년은 잊을 수 없는 치욕의 일제 강점기 시대였다.
일본은 아시아 최강국이 되고자 완벽한 식민지화를 위하여 우민화 정책, 경제적 침탈 등을 통하여 한국의 고유성을 말살시키고자 하였다. 이러한 때, 주시경 선생은 만약 우리 말글이 없어진다면 겨레의 얼이 없어진다고 인식하여 평생을 우리말 글을 지키고 연구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는 독립신문을 창간한 서재필에게 발탁되어 독립신문 교정원으로 일하면서 순 한글 신문 제작에 종사하게 되면서 한글 연구에 힘쓰는 한편, 여러 학교와 강습소에서 한글을 맡아 가르치면서 (주시경은 안타깝게도 1914년 죽음 을 맞이하는데, 버팀목이 사라지자 의욕을 잃을 뻔한 많은 제자들이 그의 뜻이 기려 한글을 지키는데 뜻을 모으게 된다.) 김두봉, 이규영, 최현배, 장지영 등의 많은 후진이 양성되어 이들을 중심으로 1921년 <조선어 연구회>를 창립,
1926년 '가갸날' 제정 (뒤에 한글 날로 고침), 1927년 기관지 '한글' 잡지 간행 등을 통해 한글 연구 심화에 기여하였으며, 1931년에는 <조선어 연구회>를 확대 개편하여 <조선어 학회>를 창립하게 된다.
조선어 학회는 문맹 퇴치 운동을 전개하여 한글 교재를 편찬하여 보급하고 문법 체계 확립을 위해 '한글 맞춤법 통일안 (1933)'과 '조선어 표준말 모음 (1936)',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 제정 (1940)' 등 사전 편찬 기초 준비를 마련하는 등 우리말 관련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우리말 큰사전 편찬'을 시도하던 중 민족 말살 정책을 추진하던 일제는 조선어학회를 독립운동 단체로 간주하여 치안유지법의 내란죄를 적용, 회원들에게 실형을 선도하여 1942년 <조선어 학회>는 강제 해산된다.
이 일화가 그 유명한 "조선어 학회 사건"이다.
단지 순수 학술 연구기관이었던 <조선어 학회>의 취지를 일본이 멋대로 해석하여 벌어진 사건인 것이다.
실형을 선고받고 상상도 하지 못할 온갖 고문을 당하면서도 아무런 조건 없이 순수하게 한글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진실만을  말하면서 결국은 죽음까지 맞이한 많은 이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는 35년이라는 긴 식민지 시대를 거치고도 우리의 혼이 담긴 한글이 온전히 남아 지금까지 자랑스럽게 대한민국의 글자로 세계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빛나는 역사를 가진 한글의 시초인 훈민정음은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을 만큼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요즘 너무 무문별하게 문법을 파괴시킨 말줄임말 같은 신조어들이 일상생활에
아무렇지 않게 쓰여지고, TV 자막에도 등장하면서 한국말을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조차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니
그것이 우리생활 언어로 대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만약 주시경 선생과 그의 제자들의 뜻을 조금이라도 우리가
인식한다면 소중한 우리말을 그렇게 쉽게 오염시킬 수는 없을텐데...말이다.
  
올해 공휴일로 재지정된 한글날이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에게 평일 중간에 끼여있는 꿀맛 같은 휴식으로서만 인식되는
그저 쉬는 날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한글날이라는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뜻깊은 날이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한글만세,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같은 책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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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
도진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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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재미없는 미남과 비슷합니다. 곁에는 두고 싶은데, 가까이하면 한없이 지루합니다.  

 신문 기사에서, 논리 대결에서, 시사 토론에서 법률 개념이 툭툭 튀어 나옵니다. 

 견디지 못하고 좀 알아보려 책을 펴면 책갈피에 수면제라도 발라놓았는지 눈꺼풀이 덮입니다. (p.7)" 

 

 라는 서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다름 아닌 '법'에 관한 책이다.

재미없는 미남이라니, 법에 관한 참으로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법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지만, 실생활에 접목하기에 법은 참으로 어렵게만 느껴지니 말이다.

예전에 얼핏 들어본 바로는 법 용어를 어려운 한자어로 만든 이유가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서

일반인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하던데,

그런 점에서 현재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 중인 법률가가 썼다는 이러한 책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나 같은 일반인들에겐 참으로 반갑고 바람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유발하는 성냥팔이 소녀는 과연 누가 죽인 걸까?

추운 겨울밤 추위와 굶주림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소녀를 외면한 채 지나쳐버린 행인은 과연 처벌 대상일까?

이 내용은 '착한 사마리아인 사건'이라는 법적 용어를 접목시켜 설명해준다.

모르는 사람을 도와주는 착한 사람을 일컫는 말로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는 법인데,

실제로 법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두 가지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한다.

이 법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남을 구하지 않은 것은 죄가 된다고 주장하고,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남을 구하지 않은 사람은 나쁘지만 그렇다고 처벌까지 할 수는 없으므로 나라마다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데 한국, 미국, 영국은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없고, 독일, 프링스, 이탈리아 등에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한국에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없으므로 성냥팔이 소녀를 지나친 행인은 '무죄'라는 결론이 나온다.

 

또 다른 동화 이야기로 헨젤과 그레텔이 나온다.

동화 속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은 결국 마녀를 아궁이에 밀어 죽인 뒤, 탈출에 성공한다.

알고 보면 그들이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이런 경우 그들은 처벌 대상인 것일까?에 대해 '정당방위'에 대한 법적 용어를 접목시켜 설명해준다.

당장 눈앞에 닥친 상대방의 공격을 막기 위한 행위를 일컫는 정당방위의 경우는 죄가 되지도 않고, 벌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헨젤과 그레텔은 정당방위에 해당하므로 '무죄'라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장발장, 오즈의 마법사, 알리바바와 도둑들,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등 무려 22가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염라 판사님과 욱 검사, 소크라테스 변호사가 나와서 법에 대해 아주 쉽게 설명해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뉴스를 통해서 접했던 의문 투성이었던 여러 범죄 상황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범인이 도망갈지도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왜 경찰은 범인을 체포하기 전에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라는 말을 꼭 해야만 하는지,

수사에 지장이 있음에도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는 왜 주어야만 하는지, 범죄자에게 뭣하러 변호사까지 붙여주는지,

누가 봐도 범인임에 틀림없는데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죄인 취급을 할 수 없는 건지 등등...

  

물론 법을 전공으로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이 내용들이 참으로 쉬울 수 있지만,

나 같은 일반인들에게 법이란 건 한번 듣고는 잘 기억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화책이나 소설 속 내용들을 가지고 친근하게 법에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아주 획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대화 형식에 그림을 그려서 만화책으로 나온다면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을 포함하여

전 국민들이 법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의 형식만으로도 충분히 법에 대해 쉽게 설명해 놓았으니 아주 기초적인 법에 대한 상식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 법의 두 가지 목적 :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사회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 악법도 법이다. 따라서 법이 틀렸더라도 일단은 지켜야 한다.

* 법은 도덕의 최소한 : 많은 도덕 중에서 '최소한 이것만은 어기면 안 된다'는 것들을 법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뜻.

* 착한 사마리아인 사건 :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해야 해야 한다는 법.

* 법 문제는 크게 나누어 돈 문제인 민사(민법 적용)와 범죄를 처벌하는 형사(형법 적용)로 나뉘는데,

 형사 문제가 생기면 돈으로 물어 주어야 하는 민사 문제가 늘 따라 생긴다.

* 죄형법정주의 : 죄와 형벌은 미리 법으로 정해 놓아야 한다는 주의. - 소급효가 금지된다.

* '일부러'는 고의, '실수로'는 과실.

   고의만을 처벌하고, 과실은 처벌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법에서 정해 놓은 경우 과실도 처벌하는데 사람이 죽거나 다친 때, 불을 낸 때가 그 경우이다.

   단, 형법에는 고의와 과실이 다르게 취급되나, 민법에서는 고의와 과실이 똑같이 취급된다.

   따라서 일부러 했건, 실수로 했건 똑같이 배상해 주어야 한다.

   고의는 물론 과실조차 없다면 그것은 범죄가 아니라 사고이므로 처벌받지 않는다.

* 미필적 고의 :결과가 생길 수 있지만 '그래도 좋아'라는 것. 즉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식있는 과실 : 결과가 생길 수 있지만 '설마 그러겠어?라는 것. 즉 설마.

 과실 : 처벌하지 않음

 고의 : 처벌함

 과실

 인식 있는 과실

 미필적 고의

 고의

* 상당 인과관계 : 어떤 원인이 있으면 보통은 그러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인정되는 관계.

* 정당방위 : 당장 눈앞에 닥친 상대방의 공격을 막기 위한 행위. 따라서 죄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당방위도 정도가 지나치면 죄가 될 수 있다.

              또한 정당방위는 지금 당장의 공격에 대한 방어만이 가능하므로 복수와는 다르다.

* 긴급피난 : 재난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 '심신상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이면 처벌받지 않고, '심신미약'은 심신상실보다 좀 덜 상태이며, 처벌은 받되 약하게 받는다.

* 기대가능성의 원칙 : 그 상황에서 올바른 행동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원칙. 기준: 보통 사람의 상식.

* 무죄 추정의 원칙 : 재판에서 유죄라고 판결이 나서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취급해야 한다는 원칙.

                            따라서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죄인 취급해서는 안된다.

                           (재판 중에는 '죄인'이라 하지 않고 '피고인'이라 하는 이유에 해당)

* 범죄자를 체포하고 재판할 때에는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 법을 어긴 수사로 얻은 증거는 무효.

* 미란다 원칙 : 경찰이 범죄자를 체포할 때는 체포당하는 이유와 변호사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 증거재판주의 : 재판에서 판단을 할 때는 판사 마음대로 하지 말고 증거에 따라라. 증거가 있으면 유죄고, 없으면 무죄다.

* 위법 수집 증거 배제의 법칙 : 위법한 수사로 얻은 증거는 증거로 쓸 수 없다.

* 일사 부재리 원칙 : 한번 재판을 받아 확정되었으면, 같은 범죄로 다시 재판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

* 민법에 나오는 사적 자치의 원칙 = 계약 자유의 원칙 : 당신들의 문제는 당신들끼리 알아서 하시오.

  예외)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행위는 무효 : 보통 사람의 양심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의 계약은 무효라는 말.

 

 

***낭만다람쥐의♥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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