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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
도진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9월
평점 :
"법은 재미없는 미남과 비슷합니다. 곁에는 두고 싶은데, 가까이하면 한없이 지루합니다.
신문 기사에서, 논리 대결에서, 시사 토론에서 법률 개념이 툭툭 튀어 나옵니다.
견디지 못하고 좀 알아보려 책을 펴면 책갈피에 수면제라도 발라놓았는지 눈꺼풀이 덮입니다. (p.7)"
라는 서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다름 아닌 '법'에 관한 책이다.
재미없는 미남이라니, 법에 관한 참으로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법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지만, 실생활에 접목하기에 법은 참으로 어렵게만 느껴지니 말이다.
예전에 얼핏 들어본 바로는 법 용어를 어려운 한자어로 만든 이유가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서
일반인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하던데,
그런 점에서 현재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 중인 법률가가 썼다는 이러한 책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나 같은 일반인들에겐 참으로 반갑고 바람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유발하는 성냥팔이 소녀는 과연 누가 죽인 걸까?
추운 겨울밤 추위와 굶주림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소녀를 외면한 채 지나쳐버린 행인은 과연 처벌 대상일까?
이 내용은 '착한 사마리아인 사건'이라는 법적 용어를 접목시켜 설명해준다.
모르는 사람을 도와주는 착한 사람을 일컫는 말로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는 법인데,
실제로 법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두 가지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한다.
이 법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남을 구하지 않은 것은 죄가 된다고 주장하고,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남을 구하지 않은 사람은 나쁘지만 그렇다고 처벌까지 할 수는 없으므로 나라마다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데 한국, 미국, 영국은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없고, 독일, 프링스, 이탈리아 등에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한국에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없으므로 성냥팔이 소녀를 지나친 행인은 '무죄'라는 결론이 나온다.
또 다른 동화 이야기로 헨젤과 그레텔이 나온다.
동화 속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은 결국 마녀를 아궁이에 밀어 죽인 뒤, 탈출에 성공한다.
알고 보면 그들이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이런 경우 그들은 처벌 대상인 것일까?에 대해 '정당방위'에 대한 법적 용어를 접목시켜 설명해준다.
당장 눈앞에 닥친 상대방의 공격을 막기 위한 행위를 일컫는 정당방위의 경우는 죄가 되지도 않고, 벌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헨젤과 그레텔은 정당방위에 해당하므로 '무죄'라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장발장, 오즈의 마법사, 알리바바와 도둑들,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등 무려 22가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염라 판사님과 욱 검사, 소크라테스 변호사가 나와서 법에 대해 아주 쉽게 설명해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뉴스를 통해서 접했던 의문 투성이었던 여러 범죄 상황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범인이 도망갈지도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왜 경찰은 범인을 체포하기 전에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라는 말을 꼭 해야만 하는지,
수사에 지장이 있음에도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는 왜 주어야만 하는지, 범죄자에게 뭣하러 변호사까지 붙여주는지,
누가 봐도 범인임에 틀림없는데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죄인 취급을 할 수 없는 건지 등등...
물론 법을 전공으로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이 내용들이 참으로 쉬울 수 있지만,
나 같은 일반인들에게 법이란 건 한번 듣고는 잘 기억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화책이나 소설 속 내용들을 가지고 친근하게 법에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아주 획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대화 형식에 그림을 그려서 만화책으로 나온다면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을 포함하여
전 국민들이 법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의 형식만으로도 충분히 법에 대해 쉽게 설명해 놓았으니 아주 기초적인 법에 대한 상식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 법의 두 가지 목적 :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사회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 악법도 법이다. 따라서 법이 틀렸더라도 일단은 지켜야 한다.
* 법은 도덕의 최소한 : 많은 도덕 중에서 '최소한 이것만은 어기면 안 된다'는 것들을 법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뜻.
* 착한 사마리아인 사건 :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해야 해야 한다는 법.
* 법 문제는 크게 나누어 돈 문제인 민사(민법 적용)와 범죄를 처벌하는 형사(형법 적용)로 나뉘는데,
형사 문제가 생기면 돈으로 물어 주어야 하는 민사 문제가 늘 따라 생긴다.
* 죄형법정주의 : 죄와 형벌은 미리 법으로 정해 놓아야 한다는 주의. - 소급효가 금지된다.
* '일부러'는 고의, '실수로'는 과실.
고의만을 처벌하고, 과실은 처벌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법에서 정해 놓은 경우 과실도 처벌하는데 사람이 죽거나 다친 때, 불을 낸 때가 그 경우이다.
단, 형법에는 고의와 과실이 다르게 취급되나, 민법에서는 고의와 과실이 똑같이 취급된다.
따라서 일부러 했건, 실수로 했건 똑같이 배상해 주어야 한다.
고의는 물론 과실조차 없다면 그것은 범죄가 아니라 사고이므로 처벌받지 않는다.
* 미필적 고의 :결과가 생길 수 있지만 '그래도 좋아'라는 것. 즉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식있는 과실 : 결과가 생길 수 있지만 '설마 그러겠어?라는 것. 즉 설마.
과실 : 처벌하지 않음 |
고의 : 처벌함 |
과실 |
인식 있는 과실 |
미필적 고의 |
고의 |
* 상당 인과관계 : 어떤 원인이 있으면 보통은 그러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인정되는 관계.
* 정당방위 : 당장 눈앞에 닥친 상대방의 공격을 막기 위한 행위. 따라서 죄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당방위도 정도가 지나치면 죄가 될 수 있다.
또한 정당방위는 지금 당장의 공격에 대한 방어만이 가능하므로 복수와는 다르다.
* 긴급피난 : 재난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 '심신상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이면 처벌받지 않고, '심신미약'은 심신상실보다 좀 덜 상태이며, 처벌은 받되 약하게 받는다.
* 기대가능성의 원칙 : 그 상황에서 올바른 행동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원칙. 기준: 보통 사람의 상식.
* 무죄 추정의 원칙 : 재판에서 유죄라고 판결이 나서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취급해야 한다는 원칙.
따라서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죄인 취급해서는 안된다.
(재판 중에는 '죄인'이라 하지 않고 '피고인'이라 하는 이유에 해당)
* 범죄자를 체포하고 재판할 때에는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 법을 어긴 수사로 얻은 증거는 무효.
* 미란다 원칙 : 경찰이 범죄자를 체포할 때는 체포당하는 이유와 변호사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 증거재판주의 : 재판에서 판단을 할 때는 판사 마음대로 하지 말고 증거에 따라라. 증거가 있으면 유죄고, 없으면 무죄다.
* 위법 수집 증거 배제의 법칙 : 위법한 수사로 얻은 증거는 증거로 쓸 수 없다.
* 일사 부재리 원칙 : 한번 재판을 받아 확정되었으면, 같은 범죄로 다시 재판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
* 민법에 나오는 사적 자치의 원칙 = 계약 자유의 원칙 : 당신들의 문제는 당신들끼리 알아서 하시오.
예외)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행위는 무효 : 보통 사람의 양심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의 계약은 무효라는 말.
***낭만다람쥐의♥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