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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만세,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 - 조선어학회, 47년간의 말모이 투쟁기
이상각 지음 / 유리창 / 2013년 9월
평점 :
'한글날 = 공휴일'이라는 공식은 나와는 인연이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당시부터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한글 날마다 등교해서 글짓기를 하곤
했었는데, 올해로 23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재지정 되었다고 해서 좋아했다가 병원 비상 걸려서 결국 새벽까지 일해야만
했던 것이다. 특히 너무 정신없이 보낸 올해 한글날은 1분 1초라도 한글날을 기념하여 세종대왕님께 감사한다는 마음을 가질
여유가 없었었는데, 다행히 <한글 만세,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이라는 책을 통해 뒤늦게나마 한글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 책은 기존에 많이 나와있는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대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훈민정음을 다듬어 지금의 한글로 재탄생 시킨 주시경에 관한 이야기이다.
물론 세종대왕 혼자서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이 아니라 정인지, 신숙주, 양성지, 서거정과 같은 집현전 출신의 학자들과 함께
만들었듯이,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말을 지키고자 한민족의 글이자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이라는 뜻의 '한글'로 새로 태어나
지금의 우리말로 다듬는 데에는 주시경을 주축으로 김두봉, 이규영, 장지영, 최현배 등의 많은 조선어학회 선열 33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역사상 1910년~1945년 8월 15일 광복까지 35년은 잊을 수 없는 치욕의 일제 강점기 시대였다.
일본은 아시아 최강국이 되고자 완벽한 식민지화를 위하여 우민화 정책, 경제적 침탈 등을 통하여 한국의 고유성을 말살시키고자 하였다. 이러한 때, 주시경 선생은 만약 우리 말글이 없어진다면 겨레의 얼이 없어진다고 인식하여 평생을 우리말 글을 지키고 연구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는 독립신문을 창간한 서재필에게 발탁되어 독립신문 교정원으로 일하면서 순 한글 신문 제작에 종사하게 되면서 한글 연구에 힘쓰는 한편, 여러 학교와 강습소에서 한글을 맡아 가르치면서 (주시경은 안타깝게도 1914년 죽음 을 맞이하는데, 버팀목이 사라지자 의욕을 잃을 뻔한 많은 제자들이 그의 뜻이 기려 한글을 지키는데 뜻을 모으게 된다.) 김두봉, 이규영, 최현배, 장지영 등의 많은 후진이 양성되어 이들을 중심으로 1921년 <조선어 연구회>를 창립,
1926년 '가갸날' 제정 (뒤에 한글 날로 고침), 1927년 기관지 '한글' 잡지 간행 등을 통해 한글 연구 심화에 기여하였으며, 1931년에는 <조선어 연구회>를 확대 개편하여 <조선어 학회>를 창립하게 된다.
조선어 학회는 문맹 퇴치 운동을 전개하여 한글 교재를 편찬하여 보급하고 문법 체계 확립을 위해 '한글 맞춤법 통일안 (1933)'과 '조선어 표준말 모음 (1936)',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 제정 (1940)' 등 사전 편찬 기초 준비를 마련하는 등 우리말 관련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우리말 큰사전 편찬'을 시도하던 중 민족 말살 정책을 추진하던 일제는 조선어학회를 독립운동 단체로 간주하여 치안유지법의 내란죄를 적용, 회원들에게 실형을 선도하여 1942년 <조선어 학회>는 강제 해산된다.
이 일화가 그 유명한 "조선어 학회 사건"이다.
단지 순수 학술 연구기관이었던 <조선어 학회>의 취지를 일본이 멋대로 해석하여 벌어진 사건인 것이다.
실형을 선고받고 상상도 하지 못할 온갖 고문을 당하면서도 아무런 조건 없이 순수하게 한글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진실만을 말하면서 결국은 죽음까지 맞이한 많은 이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는 35년이라는 긴 식민지 시대를 거치고도 우리의 혼이 담긴 한글이 온전히 남아 지금까지 자랑스럽게 대한민국의 글자로 세계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빛나는 역사를 가진 한글의 시초인 훈민정음은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을 만큼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요즘 너무 무문별하게 문법을 파괴시킨 말줄임말 같은 신조어들이 일상생활에
아무렇지 않게 쓰여지고, TV 자막에도 등장하면서 한국말을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조차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니
그것이 우리생활 언어로 대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만약 주시경 선생과 그의 제자들의 뜻을 조금이라도 우리가
인식한다면 소중한 우리말을 그렇게 쉽게 오염시킬 수는 없을텐데...말이다.
올해 공휴일로 재지정된 한글날이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에게 평일 중간에 끼여있는 꿀맛 같은 휴식으로서만 인식되는
그저 쉬는 날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한글날이라는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뜻깊은 날이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한글만세,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같은 책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낭만다람쥐의♥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