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모리 가즈오 - 위기를 기적으로 만든 혼의 경영
송희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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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세라의 창업주, 일본 경영계의 레전드 '이나모리 가즈오'의 평전이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쓴 책이 아니다.

저자는 보수 논객으로 활동하던 기자출신 작가다. 그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일본에 직접 가서 이나모리 가즈오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취재하며 집필한 책.

디만 이나모리의 어린시절부터 삶의 면면을 되돌아보는 형태의 일종의 전기라고 보면 될듯하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 철학과 방식에 대한 연구라기보다, 그의 삶의 행적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이나모리는 사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자는 경영철학을 가진 경영인이다. 좀 독특하다. 저런 말을 빌미로 사원들의 열정을 뽑아먹는 그런 경영인이 아니냐는 의심어린 눈길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끝없이 가르치고, 자신이 아는 것을 나누는 그의 삶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나모리가 처음 사업의 터를 다진 곳은 그의 고향이 아닌 '교토'다. 배운 교토 기업가 정신은 바로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이다. 1000년이 넘은 가게가 5곳이 넘고 100년 넘은 가게들은 기본인 도시 교토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을 모방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독창적 재능과 기술을 다듬는 태도를 배웠다. 그의 경영 마인드는 '나의 독창 기술로 나만의 길을 가야 한다'는 교토의 기업가 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책에서는 이나모리의 인간적 면모도 많이 알 수 있다. 씨없는 수박 발명자, 대한민국 바이오 테크놀로지의 선구자인 우장춘 박사의 넷째 딸과 결혼했다니!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사람이었다.

교세라를 창업하며 혈서를 쓸 정도로 목숨을 건 각오를 하기도 한다. 그 정도로 비장한 각오로 임했다.

IBM에 처음 반도체 패키지 납품을 했을 때도, IBM은 고성능 정밀 제품을 주문했다. IBM의 주문서에는 책 한 권 분량의 다양하고 복잡한 사양이 가득 있어 경쟁없체들은 모두 만들 수 없다고 거절했으나, 후발주자인 이나모리는 흔쾌히 주문을 수락했다. 그런데 좀처럼 진전이 없고 번번이 불량품으로 퇴짜를 맞자, 이나모리가 직접 실험에 뛰어들어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한다. 그리고 교세라 기술력을 총동원해 주문받은 패키지 20만개를 6개월만에 납품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결국 그 20만개의 부품은 모두 불량으로 판정났고, 이나모리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신께 기도드려라'는 말을 직원들과 공유하며 다른 각오로 제품을 만들어냈고 결국 성공했다. 그자리에서 IBM임원은 2500만개를 발주했단다. 연 5억엔 매출의 회사가 1억 5000만엔 주문을 성사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나모리가 내뱉은 말이 있다고 한다. 바로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다!" 였다.

"몸이 부서질 정도로 제품에 마음이 스며들게 했는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노력을 그 일에 쏟아부었는가?"

이 말은 신이 손을 내밀 정도로 무한한 집념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나모리는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실패를 성공한다고 믿었단다.

"아무리 좋은 최고의 상품이라고 해도 조그만 흠이 생기면 곧 쓸모없어집니다. 따라서 기술자는 모름지기 '완벽'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것이 장인정신입니다." (116쪽 참고)

교세라는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기보다

오늘 하루를 5년, 10년처럼 열심히 경영합니다.

오늘을 충실히 보내면 내일이 보입니다.

올해를 충실하게 보내면 내년이 보이죠

120쪽

사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강경한 노조도 자기 집으로 불러와 먹이고 재우며 설득하고, 그의 진심을 보여주는 경영을 했다.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오너 경영진, 사원들 간의 유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간다.

그리고 위기가 심각할수록 종업원들과 더 자주 접촉해야한다고 강조한다. 회식과 친밀한 교제의 자리(콤파)의 횟수를 늘리며 사장의 투쟁 의지를 설명하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듣는다. 부서끼리 대화를 더 자주하고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탈출구를 모색한다. (142쪽 참고)

이나모리식 위기 극복의 2단계는 사원 총동원체제 발동이다. 전 직원을 영업 현장에 보내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애쓴다. 영업을 담당 부서에 전담시키지 않고 전 사원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영업 부서의 잘못, 게으름으로 인해 공장 라인이 멈추게 되었다'는 식의 책임 전가가 회사 분위기를 망친다. / 142쪽

이나모리는 불황이나 위기에서는 미래를 막연하게 걱정하기보다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을 보라고 역설한다.

'하루에 한 발만이라도 앞으로 내딛자,'

'오늘은 어제보다 1센티만 앞으로 나아가자.'

답답한 미래를 의식하지 말고 오늘 주어진 일은 오늘 무조건 끝내자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했다. / 145쪽

사무라이 정신, 사원이 행복한 회사만들기, 목숨을 건 각오로 일에 임하는 자세 등 인상 깊은 경영 철학과 태도로 수많은 경영인들의 귀감이 되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삶과 여정을 알 수 있는 책.

매너리즘에 젖어있는 상태라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 책을 통해 이나모리의 야성과 열정에 한 번쯤 푹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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