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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과학적으로 배우는 방법 - The art of learning languages
이충호 지음 / 다개국어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각 가정마다 영어에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엄청나다. 오죽하면 노후자금이 바닥날 정도로 아이들의 사교육비 투자가 어마어마하다. 영어 뿐 아니라 제2외국어까지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글로벌 시대라 도래한 것이라면 아예 싱가포르나 필리핀처럼 유치원 때부터 교과 과정에 영어를 의무 교육화하면 이렇게까지 부모들의 사교육 경쟁이 과열되지도 않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든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영어를 잘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모두가 잘 하고 싶어한다. 반면 영포자도 많다. 성인이 되어 새로운 언어를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물리적인 어려움을 뛰어 넘어서도 영어 공부, 다른 외국어 공부를 해보겠다면, 엄청난 노력과 노하우가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외국어 공부를 직접 해본 저자가 집필한 책이다. 그런 저자가 성인이 된 후 다양한 언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스스로 터득한 점, 그리고 엄청난 노력과 분석으로 깨달은 점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발음의 함정에 빠져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발음의 환상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의미가 소리보다 더 중요하다]
신경언어학자 제드 멜처 박사의 연구 내용: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배울 때 우리 두뇌는 두 가지 방법으로 그것을 기억해 낸다. 마음속으로 그 소리를 되새기거나,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함으로써 가능하다. 두 가지 방법 모두 단기 기억 속에 저장한다. 그렇지만 의미에 집중하는 것이 그 정보를 다음에도 유지하는 데 더욱더 효과적이다." / 95쪽
섀도잉을 할 때 의미를 되새겨 볼 기회도 없이 앵무새처럼 소리만 반복하는 데 집중하게 되면 섀도잉 효과는 감소한다고 한다. 하지만 섀도잉을 할 때 그 의미까지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높은 레벨일수록 섀도잉 효과는 상대적으로 커진다. 소리를 듣고 말하는 연습을 함과 동시에 그 의미까지 충분히 다 이해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 96쪽
따라서 저자가 권하는 방법은 섀도잉을 연습하고자 할 때 95% 이상으로 다 이해 가능한 매체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학습자 레벨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으로 하면 섀도잉 효과는 그만큼 작아지게 된다고 말한다.
[섀도잉 vs 원서 읽기]
<크라센의 읽기 혁명>이라는 책에서도 밝히지만 저자도 섀도잉 보다도 원서를 읽는 것이 외국어를 향상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왜 원서 읽기가 더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아 좀 아쉬웠다.
[원어민과의 대화]
원어민과 대화를 하면 조금씩 더 잘 들리게 되는 것은 원어민의 말을 자세히 괒찰하고 모방하려는 뉴런의 역할 때문이라고 한다. 또 자신이 못 알아듣는 것에 대해 많은 피드백을 받게 된다. 상호 소통을 통해 받는 피드백은 듣기 능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 99쪽
그 외에도 다개국어를 하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1) 어머니가 자녀들과 여러 언어를 함께 배워 나가면서 사용한다
2) 어머니가 외국어를 못 하는 경우에는 원어민 수업을 한다
3) 책을 많이 읽는다
다개국어가 능숙한 아이들은 학원에 잘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다니더라도 단체 수업이 아닌 일대일 수업에 준하는 경우가 많다고. 단체 수업에서는 아이가 교사와 대화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개국어 아이들은 어머니와의 관계가 아주 좋고 아이의 자존감이나 행복감 지수도 상당히 높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것만 보아도 언어는 일방적 방식이 아닌, '소통'을 통해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크라센의 읽기 혁명>에서 크라센 교수도 일방적 수업을 통해서는 외국어를 제대로 학습할 수 없다고 말했던 부분이 떠오른다. 사교육비를 많이 들여 비싼 학원에 보낼 수록 점수는 높아질 지 모르나, 아이의 진정한 의사소통 능력과는 거리가 멀어지지 않을까. 높은 점수를 받고 남들보다 더 좋은 성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수단으로 외국어 공부를 활용하는 목적이 아닌 한, 학원을 통한 외국어 습득은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외국어 공부의 원리를 제대로 알고 나면 적어도 사교육을 하느라, 남들 하는만큼 하느라 전전긍긍하며 묻지마 사교육을 시키면서도 불안해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그런 외국어 공부의 원리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고, 저자가 소개해주었던 다각적인 측면에서 외국어를 공부해 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