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동물 농장 (양장) - 1945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조지 오웰 지음, 이종인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돼지 한 마리가 동물들을 한 데 모아놓고 연설을 하며 시작한다. 으잉? 왠 돼지가 연설을? 학창시절 이게 뭥미.. 하며 책 한 페이지를 읽다가 덮어버린 기억이 있다.

이 책을 번역한 역자는 책 말미에 이런 고전은 한번만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릴 적에는 줄거리만 알아도 족하다고. 나이가 들어 한 번, 두 번, 세 번 여러번을 읽고 그 의미를 깨달아가는 폭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고전을 한 번만 읽고 그 의미가 딱 깨달아질 리는 만무하다. 책을 둘러싼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면 이해할 수록 그 묘미가 깊어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고전 <동물농장>을 학창시절 펼쳤다가 덮은 후 20년도 지난 지금 다시 펼쳐보니, 과연 다르게 다가오기는 한다.

저자가 당시 이 소설을 쓴 배경을 알고 나면 더 이해가 깊어진다. 이 책은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의 배신에 대해 풍자하는 정치 풍자소설이다. 세계 제2차대전의 전조가 되었던 스페인 내란 후, 전체주의와 민주주의의 대립이 극에 달했는데, 무정부주의 단체를 택했던 오웰은 그가 속한 단체가 소련 공산당에 의해 불법 기관으로 선언되어 뒷조사를 당하고 쫓기게 되었단다. 그 이후 스탈린의 하수인들이 오웰이 속한 아나키스트 단체를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것을 보고 공산주의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고. 또 파시스트(나치 독일) 타도를 외치던 소련이 1939년 독일과 불가침 조약을 맺는 것을 보고 소련 공산당은 원칙 없는 기회주의적 조직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그런 배경에서 쓴 소설이다.

역사적 인물들과 당시의 정치적 체제를 동물과 일련의 사건들로 절묘하게 비유하는 해학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해 자신이 맡은 일을 다했던 말 복서를 보며, 정치적 혁명과 한 인간의 인간성 중에서 정말 위대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또 돼지 나폴레옹의 대변인 스퀄러를 가르켜 "어떤 동물들은 스퀼러의 언변에 찬탄하며 검은색도 흰색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고 서술하는 장면을 보고 아팠던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비롯하여 오늘날 일어났던 정치적 세뇌, 그리고 가짜뉴스, 나아가 신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깨어있지 않으면 속는다. 올바른 시대 정신을 갖추지 않고 이성을 갖추지 않으면 이 책에서 나오는 동물들과 똑같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는 언론과 권력자의 조작에 속지 않을만큼 깨어있는지.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분별력을 갖추고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대목이다.

등장하는 동물을 통해 여러가지 인간 군상들, 우리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는 재미난 소설. '풍자 소설이란 이런 것이다'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동물농장. 정치적 사회적 배경을 알고나면 더 재미있고 읽을 수록 맛이 깊어지는 사골 국물같은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