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한 권의 힘 -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의 모든 것
이현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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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고 그 내용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은 많이 들어보았어도 직접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만든다니 생소하고 새로웠다. 저자는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과 함께 하나의 그림책을 만들어가며 아이들에게 사고력, 자기표현력 등을 키워주는 수업을 이끌어가는 교사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저자는 아이들을 참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곳곳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로부터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잘 표현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고심하는 흔적들이 느껴졌다. 아이들이 무심코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들을 잘 지도한다는 것은 아이들을 잘 관찰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운다. 저자 같이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아이들은 참 행운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이 쓰고 그린 흔적이 왜 이토록 내 가슴을 깊숙하게 파고드는 것일까?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서 '나는 영혼에 대한 이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모은다'라는 구절을 읽고 무릎을 탁 쳤다.

내가 아이들의 글과 그림을 모으는 수집가가 된 이유가 그 문장 속에 있었다. 바로 아이들이 들려주는 영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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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어른과 똑같은 인격적 존재다. 때로는 아이가 표현하는 그 속마음이 드러난 말 한 마디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어른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에 말이다.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지 못하고, 알아차리지 못하고 무시하는 것은 막 자라기 시작하는 새싹을 밟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술치료에서도 사용되듯이, 아이들이 표현하는 그림, 그리고 글에서는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서 지도하는 교사나 부모는 아이들이 표현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발산하도록 돕는 것이 참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평소에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아이들과도 함께 책을 읽고 마음을 나누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던 감정들이 이야기 가운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의 감수성은 활짝 열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감동 받은 박완서 작가의 글을 인용하는데, 아이가 좋은 것을 보고 온몸으로 좋아한다는 감정표현을 할 때 인간이 행복이라 부르는 것을 원형을 보는 것 같다고.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마음껏 기쁨을 만끽하도록 하는 것이 아이들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저자는 유화를 감상만 하는 사람에서 직접 그리는 사람으로 스스로 발전하면서, 그 안에서 통찰을 얻는다. 관망하던 사람에서 직접 하는 사람이 되고 난 뒤 작품을 감상할 때도 훨씬 주체적인 태도를 갖게 된 경험을 하면서 아이들에게도 그 창작의 기쁨,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만들어가게 된다.

 

사소해 보이는 장면 하나에 이렇게 많은 생각을 말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다니 아이들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다. 그런 아이들의 상상력과 표현력을 이끌어내는 데 그림책 만들기만큼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생각이 담긴 그림책을 완성한다면 스스로 작가가 된다는 뿌듯함도 느낄 뿐 아니라, 그림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얼마나 많이 성장할지 상상하니 부모로서도 매우 뿌듯하고 꼭 해보고싶은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을 읽고 어떻게 토론하고 논리력을 갖추느냐의 방법론적인 접근보다, 이렇게 스스로 아이들이 그림책을 만들어보는 것이 훨씬 더 교육적으로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이 들고, 아이들이 크면 꼭 함께 그림책 만들기를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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