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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백만장자 -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극빈 소녀의 인생 역전
크리스티 선.브라이스 렁 지음, 이경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평점 :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소녀가 서른 살에 백만장자가 되었다니, 소설인가. 이게 무슨 책일까. 궁금했다. 부자되는 법을 가르쳐주는 수 많은 자기계발서들과는 무언가 다른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원제는 '백만장자처럼 퇴직하기'이다. 젊은 나이에 백만장자가 된 것처럼 은퇴 후에 대해 금전적 걱정 없이 경제적 자유를 얻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그런데 최근 읽었던 <부의 추월차선>에서 말하는 저자의 성공 비결과는 어쩌면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부의 추월차선에서는 빚을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과감하게 투자하고 부자의 사고방식을 가지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찌질하게 살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고 부자가 된 만큼 '결핍'을 그녀의 성장 원동력으로 꼽고있다. 저자는 중국인 이민자 2세이다. 공산정권으로 인해 정치적 탄압을 받은 할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의 영향으로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다가 아버지의 결단으로 캐나다로 이민, 그 곳에서 교포로서 성장하며 터전을 잡고 공부하여 성공에 이르게 된다. 풍족하고 여유로운 중국인 유학생의 이야기가 아닌, 뼛속부터 가난했던, 그 시절을 겪고 낯선 땅에서 성공한 사람이기에 의지가 매우 강한 사람이고 그 의지의 원동력을 '결핍'으로 꼽는 것이다.

가난했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악착같이 일을 하고 돈을 모으고 절약을 했던 저자의 삶이 소개된다. 그 중에서 저자가 힘주어 말하는 것은 '빚'을 조심하라는 점이다. 특히 소비자 부채를 우리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와 같다고 말한다. 이는 "피를 말릴 뿐만 아니라 한심하게 컴퓨터 앞에 매달려 필요도 없는 물건을 사들이게 만들어 결국 일도 그만두지 못하게 한다" (69쪽 참고)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빚은 되도록 지지 말라고 말한다. 1달러를 아끼기 위해 벌벌 하는 사람들도 엄청난 액수의 이자를 내면서 빚을 지는 것은 아까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물건을 많이 가질수록 더 우울해하며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거꾸로 물건을 덜 소유하고 여행이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더 많은 돈을 투자할수록 더 행복해지고 만족하게 된다. 소유는 처음엔 도파민의 폭발을 가져다주지만 그런 느낌에 적응하고 나면 만족감이 시들해져, 결국 처음의 황홀감을 찾아 헤매게 만든다. 반면 돈과 시간을 경험에 쓰는 사람은 돈에 비해 훨씬 더 멋진 기분을 맛보게 된다. / 106쪽
소비란 삶에 새로운 것을 가져다줄 때 행복을 증가시킨다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돈 쓰는 재미'라고. 물건을 소유할 때 그런 재미가 일시적이지만 '경험'을 할 때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 107쪽
저자는 4%법칙을 발견한다. 4%법칙은 매년 투자한 포트폴리오의 4%만 생활비로 쓸 경우, 은퇴한 뒤 30년 동안 모아둔 돈을 고갈시키지 않을 확률이 95%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은퇴 시점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수입이 아니라 '저축률'이라는 것이다. / 221쪽 참고
이 법칙을 통해 저자는 30대에 은퇴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남편과 세계일주를 하며 좋아하는 글을 쓰면서 자유롭게 살고 있다. 꿈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저자의 구체적인 투자 방법, 자산 관리 방법, 절세의 방법들이 미국의 현실에 해당하는 것이라 다소 거리감이 들기는 하였지만, 불굴의 의지로 악착같이 절약하고, 저축하고, 마련한 돈으로 체계적인 투자를 하고, 또 창의적으로 은퇴시점을 계산하여 경제적 자유를 얻은 이야기는 매우 매력적이고 신선한 자극이 된 것 같다.
'엄청난 이자비용과 관리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무리하면서 집을 사지 말라'와 같은 이야기는 과연 대한민국, 또 자녀를 가진 부모로서, 워킹맘으로서 또 살인적인 서울 집값을 감당하는 1인으로서 우리에게 드러맞을지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무용담과 같은 저자의 삶과 재테크에 관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고 배울 것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저자와 동일한 방법이긴 힘들겠지만, 나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경제적 자유를 얻고 이른 나이에 은퇴를 하여 아이들과 세계 일주를 한다는 데에서는 저자와 공통분모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래서 안 돼, 저래서 안 돼'가 아니라 어떻게든 악착같이 목표를 갖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결핍정신과 불굴의 의지는 꼭 배워야할 부분인 것 같다.
결국 재테크에는 정답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기는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나와 비슷한 연령의 저자의 삶, 돈 이야기를 듣고 자극이 된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을 읽으며 은퇴 시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