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기분 나빠지는 나에게
팀 로마스 지음, 김아영 옮김 / 책세상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내 마음 속 생각들을 다 다스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과 감정을 내 뜻대로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부족하지만, 책을 읽으며, 신앙이나 종교를 갖고 성숙과 성찰을 거듭하며 우리는 마음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물론 나이를 먹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변화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영국인인 저자는 대학 입학 전 6개월 동안 중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불교에 심취하다가 심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명상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스트 런던 대학교에 긍정심리학 종신 교수로 임명되었다고 한다. 긍정심리학과 명상 전문가로 보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개신교 신앙을 가졌기 때문에 '명상'이라는 주제에 대한 책은 되도록 피하고는 한다. 사실 이 책도 불교적 배경을 가지고 명상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쓴 책인 줄 모르고 고른 것은 맞다. 가치관이 다소 다를 수는 있으나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읽으려고 노력했다.

책의 영어 원제는 'The Positive Power of Negative Emotions'이다. 부정적 심리의 긍정적인 힘이라. 약간 알쏭달쏭하다. 책에서는 우리 인간의 6가지 주요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다룬다. 슬픔, 불안, 분노, 죄책감, 질투, 지루함, 고독 그리고 고통이 그 6가지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각 6가지 감정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각 감정들이 우리의 행복에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준다는 발상을 했다는 점이다. 우리 내면에는 여러가지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 존재한다고 상상하고, 한 감정을 이루는 여러가지 감정들, 즉 여러 인물들의 특성이 종합적으로 그 감정의 본질을 나타내는 것이라 가정하고 각 감정들에 대해 묘사한다. 그 상징적 의미를 가진 인물들을 통해 우리의 부정적 감정 안에서도 어떤 가치를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분노

분노는 감시하는 시민, 예리한 수사관, 자비로운 배심원, 현명한 판사, 그리고 교화하는 교도소장으로 묘사된다.

"분노가 치밀어 우리에게 상처 준 사람들을 응징하고 싶을 때, 그들에게 자비롭게 대응할지 말지 선택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으므로 최소한 어느 정도의 힘과 통제권이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 자체가 힘이 될 수 있다.

자비로운 대응은 그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인 우리 자신에게도 중요하다.

미움 받는 사람보다 미워하는 사람이 훨씬 더 파괴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분노가 증오로 치닫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위험하다. 정당한 분노가 독기 서린 증오로 변하지 않게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 속에 연민을 품는 것이다. 자비를 통해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유익한 일이다." / 117쪽

기독교의 교리와도 일맥상통하다. 가장 강력한 복수는 용서라고 하지 않은가. 실제 누군가를 미워하다보면 내가 더 괴롭다는 점은 누구나 알 것이다. 용서를 함으로써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 된다. 상대방을 미워하느라 꽁꽁 얼어있던 마음이 녹아내리면 자유로워지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미워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데에는 바로 상대방에 대한 연민을 갖는 것이 꽤 큰 도움이 되는 듯하다. 누구나 사정이 있고, 사연이 있고, 아픔이 있다고 생각하고 미움의 대상에 대해 연민을 품는다면 전부는 아닐지라도 조금의 화가 누그러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죄책감은 복종하는 시종, 보석 도둑, 타인을 기쁘게 하는 자, 양심적 규칙 준수자, 사회 개혁가, 원틱적 이상주의자로 묘사되기도 한다.

'은유'라는 기법이 때로는 우리의 감정을 완화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고 <내 머릿속 도마뱀 길들이기>라는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은 여러 그림의 상징하는 바를 통해 우리 내면의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면, 이 책은 부정적인 감정을 다양한 인물로 표현하고, 그것이 부정적인 감정이라 할지라도 여러가지 긍정적 측면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하는 책이다.

다소 독특한 관점에서 감정을 소개하기 때문에 낯설은 접근일 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 같아 내면의 감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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