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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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재치와 위트가 느껴지는 권남희 번역가님의 에세이집이다. 그녀가 번역한 책들은 믿고 읽는 글이라고. 그녀의 번역의 대상이 되는 책들은 일본 작품 중에서도 최고라 불리는 작품들이다. 300권도 넘게 번역한 내공이 있는 대가라는 사람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매우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외곬수에 예민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오는 메릴 스트립과 같은 캐릭터가 아닐까 상상했지만, 그와는 정 반대의 캐릭터의 소유자인 것 같다.

자신은 학창시절 있는듯 없는 듯, 존재감 없는 사람이었지만, 가지고 있는 재능이 번역 뿐이라 우연히 이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인간미가 넘치고, 언론 인터뷰가 두려워 무라카미 하루키가 노벨 문학상을 안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주목 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덤덤하게 개인적인 일상과 일,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를 보며 왜 나는 이렇게 재미가 있는 것일까? 그녀의 삶이 나와는 매우 다르지만 공감되는 부분들을 발견할 때면 반갑고 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이게 에세이의 묘미인가보다.

사실 일본 소설을 그렇게 많이 접하지 못해서 권남희 번역가님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분의 에세이를 읽다보니 이분이 번역하신 일본의 책들도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나에게는 생소한) 무레 요코라는 작가의 에세이집을 번역하면서 그녀의 평범하지 않은 삶을 이야기한다.

"현대의 가족은 와해를 향해 가는 공동체같다. 그러니 다른 집은 다 화목한데 우리집만 콩가루야, 하고 비관하지 마세요. 어느 집이나 문 열고 들어가보면 곪은 곳은 다 있기 마련입니다." / 50쪽

시니컬하면서도 연륜이 묻어 나면서도 또 웃긴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풉하고 웃기도 했다.

"넌 아무개의 20만 명 중 1명의 인맥​

네 인맥은 거미줄보다 가는 맥

좋아요나 눌러주는 팔로맥 (비트박스 풉팝풉팝)

오 시상이 떠오르듯 랩이 절로 나오네. 인맥이나 팔로맥이나 모주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맥의 수나 팔로어 수가 그 사람의 완성도는 아니니, 이 숫자의 많고 적음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내가 보기에 제일 구려 보이는 사람은 인맥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인맥이 넓다고 떠들어 대는 사람이다." / 65쪽

매 챕터별로 그녀가 일하면서 일어났던 에피소드, 편집자들을 만나면서 느꼈는 심정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수다 떨듯 이야기하는데, 매 챕터별로 큭큭거리며 웃게되는 에세이다. 왜 권남희님의 에세이를 재밌다고 말하는지 알 것 같다.

다른 일로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펼쳤다가 웃으면서 책을 덮었다. 그만큼 시시콜콜할 수 있는 누군가의 일상이지만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위로 받고 또 웃음짓고 있게 되었던 그런 책이었다. 누군가 '재미있는' 에세이집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단연 이 책을 추천해주겠다.


찮지만 행복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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