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 몽테뉴를 또 읽었습니다 - 살기 싫어 몽테뉴를 읽었습니다
이승연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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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몽테뉴가 사람 이름인지, 어느 시대 사람인지도 잘 몰랐었다. 부끄럽지만 그만큼 고전에 문외한이고, 몇 세기나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었다. 얼마 전 고전문학에 관심을 조금씩 갖기 시작하면서, 여러 사람들의 책에서 거론되는 '몽테뉴'의 수상록은 소설도 아니요, 신화도 아니요, 역사서도 아닌, '에세', 즉 에세이다.

몽테뉴라는 르네상스 시대의 프랑스 철학자는 16세기의 인물이다. 그가 공직 생활을 하다가 여러 일련의 계기들로 인해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며 인생에 대한 고찰을 기록한 책이 <수상록>이다. 수상록을 불어로 '에세'라고 하며, 요즘에도 널리 쓰이는 '에세이'의 뿌리가 되었다고 한다. 잘 나가던 공직생활 가운데 절친을 페스트로 떠나 보내고, 자신 또한 갑작스런 낙마사고를 당하며 몽테뉴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면서 모든 야망을 내려놓고 이 수상록을 20년의 시간 동안 집필하게 된다.

저자는 왜 그 시대 인물의 삶과 생각들을 기록해놓은 에세이가 몇 세기나 지난 지금에도 커다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인지, 그 이유에 대해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는 그 본성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저자는 젊은 시절 인생의 굵직한 사건들로 인해(20대에 아버지를, 30대에 어머니를 암으로 먼저 떠나 보내고, 그리고 얼마 후 의사인 친 오빠도 암 선고를 받는 일들),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방황을 겪는다. 그때 이 몽테뉴의 <수상록>을 만나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얻으며 살아갈 의미도 발견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저자가 수상록을 통해 저자 자신이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통찰을 얻게 된 점들을 수상록과 마찬가지로 독자들에게 고백하는 또 하나의 에세이이다.

「가장 아름다운 인생은, 터무니없는 기적 없이 평범한 사람의 본보기로 질서 있게 사는 인생이다.」

「"저 사람은 그의 일생을 성공적으로 보냈지. 나는 오늘날까지 아무것도 한 일이 없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바보들이다. "뭐? 당신은 살아보지 않았단 말이오? 그것은 당신의 일 중에 기본적일 뿐 아니라 가장, 훌륭한 일이오."」

저자가 가장 위안을 받았던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한다. 저자는 한없이 미미하게만 느껴지는 저자의 인생도 가치 있다고, 잘살고 있다고, 훌륭하다고 진심으로 말해주고 있어서라고 고백한다.

인생은, 살아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대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얼핏보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와 같은 회의론이 될 수도 있겠으나, 허상의 것을 좇아,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의 어떠한 시점을 좇아 현재를 온전히 살아내지 못하는 수 많은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대목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상록>이라는 고전을 바로 읽었더라면 저자와 같은 깊은 감동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저자 역시 이 책을 읽어내는 데 반 년이 걸렸다고 고백하며, 세 번을 읽고서야 그 의미를 알겠더라고 말한다.

저자가 저자의 삶을 이야기하며 <수상록>을 해석해주니 르네상스 시대의 고전 같지 않고, 마치 현대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와 같이 들렸다. 저자의 진심어린 감동에서 나온 깊은 고찰의 맛이기도 하거니와, 저자도 한때 언론고시 준비를 했었고, 정치권에서 공보 일을 했던 사람이어서인지 글을 참 잘 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매 페이지 및줄을 그으며 읽었다.

몽테뉴의 수상록을 이미 읽어본 사람에게는 자신의 감상과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어려운 고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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