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 도마뱀 길들이기 - 그림 한 장에 담긴 자기 치유 심리학
단 카츠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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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행동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스웨덴의 심리학자 이자 심리치료사가 쓴 책이다. 독특하게도 그림이 함께하는 심리학 서적이다. 살면서 한 번은 부딪히는 문제들을 묘사한 은유적 그림 32점이 실려있다.

내 머릿속 도마뱀이란 우리 두뇌 가장 안쪽에, 편도체가 내장된 '도마뱀의 뇌'라 불리는 원초적 기관을 상징하는 말이다. 편도체는 가장 원초적인 기관이며 공포 감지기라고 한다. 웬만하면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가는 현상들, 살짝 가빠진 호흡이라든가 어떠한 불편한 상황에 자동으로 강도 높게 반응하도록 학습되어 있단다. (33쪽 참고)

그 편도체, 즉 도마뱀의 뇌는 지능이 딱 도마뱀 수준이다. 그래서 우리가 겁에 질리는 순간은 이 멍청한 도마뱀 녀석이 우리 뇌를 장악한 것이다. 그 녀석은 겁을 잔뜩 먹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이해를 못한다. 아무리 영리한 사람도 다 똑같다. 누구든 일단 겁에 질렸다 하면 아이큐가 한 자리인 도마뱀의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35쪽 참고)

그리고 저자가 심리치료를 하는데 그림을 사용하는 이유는 기억으로 저장하거나 이해하는 데 그림만큼 효과적인 도구가 없기 때문이란다. 한 번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던 그림은 어떠한 문자나 설명보다도 더 잘 와닿고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그러한 기법으로 그림이 상징하는 바, 은유를 통해 환자들에게 심리적 상황을 이해시켜왔다고 설명한다.

즉 어떠한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그림을 보고 내 심리 상태를 '인지'하도록 돕는 것이 저자의 치료 기법인 인지행동치료다.

원시 수준의 짐승(머릿속 도마뱀)에게 지금 상황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시킬까? 두려움을 애써 떨쳐버리라고 자신을 타이르는 대신 그 상황을 고스란히 경험함으로써 애초에 생각했던 만큼 큰 위험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것.





"만약 두려움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있다면, 그냥 무작정 해보라. 무서워죽겠어도 그냥 해보라. 멍청한 도마뱀 녀석은 무시하면 그만이다." / 63쪽



누구나 불안을 느끼고 산다. 하지만 문제는 불안 자체가 아닌, 불안에 대처하는 방식에 있다.

"불안감의 정체는 무언가 자신을 위협하고 있음을 포착했다고 뇌가 신호를 보내는 것에 불과하다. 인간은 자신을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드는 대상은 일단 피하고 싶어 하므로 뇌는 제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말이다." / 65쪽

불안이라는 것의 정체가 바로 그거다. 나를 집어 삼킬 듯이 옥죄는 불안은 우리의 생존 본능에 대한 뇌의 당연한 생물학적 반응이다. 불안을 느끼는 것 자체로 불안해해서는 안 될 일이다. 뭔가 정체가 탄로난 불안은 이제부터 힘을 잃을 거라 생각한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 가령 발표를 앞두고, 중요한 보고를 앞두고 불안할 때, 정말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에 의한 불편함보다, 불안하다고 느끼는 그 감정이 불편해서 불안이 불안을 낳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그냥 신체 반응의 일부라 받아들인다면 조금 더 덤덤해질 수 있지 않을까.

불안은 '그저 지나친 상상에서 나온 과민반응'에 불과하다는 저자의 설명이 참 명쾌하다.

"불안감과 싸우기를 멈추면 문제는 훨씬 줄어든다. 쓸데없는 줄다리기를 멈춰라. 지금 잡고 있는 그 줄을 놓기만 하면 된다." / 67쪽

내 머릿속 불편한 생각과 감정들을 다루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참 획기적이다. 저자는 천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가 책에 실어놓은 그림들을 보니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그런 생각과 감정들의 실체가 우스꽝스럽고, 빈약하고 초라하기 그지없는 존재였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런 실체들이 한 번에 이해가 확 되는 그림으로 표현되어 좋았다.


불안이라는 불편한 생각, 심리적 상태의 실체를 그림으로 만날 수 있어 신기하고 재밌었다. 실제 그 책을 읽고 불안의 실체를 알아버린 것 같아 치유 효과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내 심리상태, 통제가 안 되는 그런 맘으로 불편한 적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도마뱀 책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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