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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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가 실화라서 더 가슴이 먹먹한 것 같다. 일기를 쓰듯 담담하게 써내려간 저자 자신의 이야기는 '신념'이라 불리우는 왜곡된 사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그리고 부모가 자식에게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막대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버지가 말하는 악한 세상을 늘 경계하며 살아왔던 어린 소녀가 자신이 평생 진실이라 믿어왔던 모든 것이 왜곡된 것이었음을 발견했을 때의 충격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가슴이 먹먹했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타라는 극단적인 몰몬교 신자인 부모 밑에서 16년 동안이나 '세상은 악하다'는 쇠뇌를 당하며 공교육도 받지 못하고 다쳐도 병원에도 가지 않는, 원시적인 삶에 가까운 삶을 살아간다.

교회에서 하는 연극에 출연하면서 화장을 했다는 이유로 오빠에게 '창녀'라고 불리우고, 아버지와 오빠에게 신체적, 정신적 학대와 폭력을 당하는 삶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오던 그런 처량한 시골의 소녀였다.

그러다 타일러 오빠의 영향으로 '대학'이라는 곳에 가게된다. 홈스쿨을 받은 학생들도 입학을 허가하는 브리검영 대학에 기적적으로 합격하게 되고, 그곳에서 공부하면서 자신이 '진실'이라 믿은 사실들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타라는 심리학 수업을 들으며 극단적으로 세상을 악하다고 말하며 자식들을 학교에도 병원에도 보내지 않은 아버지가 사실은 편집증, 조증, 과대망상, 피해망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버지가 자신을 세상과 단절시켜왔던 원인이 자신을 진짜 '악'인 세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닌, 실은 정신적 심리적 질환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난생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분노를 하고 등지게 된다.

아버지가 주입해온 '루비 릿지 사건'을 통해 아버지의 신념이 그릇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루비 리지 사건: 1992년 FBI 정부 요원들과 산속에 살아가던 위버가 사람들이 무력 대치를 하던 중 랜디 위버의 아들과 아내가 사망한 사건. 이 사건의 발생 원인이 실은 랜디 위버가 백인 우월주의자였으며 그가 개조한 무기를 다른 백인 우월주의자에게 불법으로 판매한 것이 발단이었으나, 저자의 아버지는 정부가 마치 공교육과 정부 시스템을 거부하는 무정부주의자에 대해 무차별적인 폭력과 공격을 가했음이라고 왜곡하여 해석하고, 이를 저자와 다른 자식들에게 주입해 왔음)

아버지에게 분노를 표출하던 이 순간이 바로 저자가 하나의 '계몽'에 도달하게 된 순간인 것 같다.

평범한 대학생들 사이에서 자신을 혐오하며 비정상으로 느낄 수 밖에 없는 타라의 심정이 느껴져서 가슴이 아팠다.

저자가 '배움'을 통하여 자기 자신을 발견해가며,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해가는 모습. 그리고 '진리'라고 믿고 그냥 받아들여온 사실들에 의문을 품고 그 진실을 밝혀가며 스스로의 세상을 구축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니, 이 500페이지가 넘는 한 소녀의 일기와도 같은 수필이 왜 버락 오바마와 빌게이츠에게 최고의 책이라고 불리우는 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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