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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아이의 놀라운 자존감
오여진 지음 / 북아지트 / 2019년 12월
평점 :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진정한 교육에 대한 저자의 철학과 가치관이 담겨있다.
저자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 18년 동안 교직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오며, 한 때 자녀를 영재로 만들기 위해 '극성'을 부리다가 넘어져보기도 하며, '독서'를 통해 다시 일어서면서 새로운 교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현재 저자의 자녀들이 초등학생이기도 하고, 또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지내면서 아이들을 세심히 관찰해왔기 때문에 초등학교 아이들의 특성과 그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그 나이의 아이들에게 '배움'이라는 것, '교육'이라는 것이 의미인지 깊게 고민한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책을 붙잡게 된 계기가, 많은 경우 인생에서 바닥을 경험하거나 좌절을 맛볼 때라는 점은 놀랍지 않다. 나도 그렇기 때문이다. 나의 한계가 드러날 때 우리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책을 찾게된다. 그런데 그 책 속에 많은 경우 해답이 있다.
저자의 경우도 그랬다고. 저자가 육아와 일 사이에서, 현실과 이상의 사이에서 자신의 밑바닥을 경험하고 만난 책들은 저자의 삶에 '도끼'였다고 고백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도끼처럼 느꼈던 책이 바로 권정생 선생님의 '우리들의 하느님'이라는 수필집이란다. (37쪽)
궁금해서 권정생 선생님이라는 분을 찾아보게 되었고, 그 분의 생애에 관한 글만 읽었을 뿐인데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 책을 통해 권정생 선생님이라는 분을 알게 된 것도 뜻밖의 발견이었다)
저자의 자녀가 성장하면서 저자도 교사로서가 아니라 부모로서 아이를 더 면밀히 관찰하게 된 것 같다. 자녀에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독서를 하게 되고, 또 독서를 통해 저자가 많은 고민을 하며 좋은 교사로 거듭나게된 과정을 볼 수 있었다.
p. 124
우리반이었던 아이 중 과학 탐구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우뇌형 아이가 있었다. 집에서도 실험도구를 사서 과학 실험을 하고 동아리 활동도 과학 실험을 주도적으로 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간혹 치르는 과학 시험 성적은 좋지 않았다. 이는 읽기 및 쓰기 능력과 연관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시험을 보고 나서 아이가 시험 점수에 좌절하며 '자신은 과학을 정말 못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난 '과학을 잘한다'는 것은 과학 시험을 잘 본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한참 설명을 해주어야 했다.
=> 이렇게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가 과학 점수가 안나오자 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음을 설명하는 저자의 태도가 참 좋다.

136쪽
저자가 지도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독서토론 대회에 참가했다가 진정한 '독서 토론'의 의미에 대해 깨닫게 되는 대목이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 어른들 사회에서도 수많은 쟁점들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양극단을 향해 치닫는 것도 초등학생처럼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능력이 부족하고, '아!'하는 지점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제목을 보고, 단순히 아이들 책 많이 읽히는 노하우를 소개해주겠거니, 그것만으로도 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큰 기대 없이 책을 펼쳤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내 자식을 잘난 아이로 키우기 위해 세상 풍조를 따라가던 극성 엄마'에서 '아이들의 인생을 위한 진정한 교육'을 실천하는 엄마이자 교사로 거듭나는 과정이 세세하게 담겨있어 한 편의 성장기를 읽는 것 같기도 했다.
또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서 수많은 아이들을 지도하는 경험을 통해 얻은 통한 통찰과 깨달음이 담겨있기도 하고, 그런 깨달음을 얻는 데 도움이 되었던 좋은 책들도 소개 받을 수 있어 좋았다.
아직 자녀들이 어려서 나중에 애들이 초등학교에 갔을 때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아이들을 대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여러 밑그림들을 미리 그려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