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게 아니라 아팠던 것이다 - 무례한 세상에 지지 않는 심리학 법칙
권순재 지음 / 생각의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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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의 책. 영화 속 스토리에서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정신적 상태를 살펴보며 그들이 왜 그러했는지, 우리자신의 삶 혹은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비슷한 양상은 없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냉철할 것같은 의사가 쓴 책답지 않게 감성 적 필체로 차근차근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삶과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영화의 여운과 함께 우리 삶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영화들은 아쉽게도 거의 보지 못한 영화들이 많았다. 그래도 책을 읽으며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관해 상상력을 동원하고, 또 검색해가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편으로는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러 잔잔한 진국 영화들을 소개 받은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비록 영화를 직접 보진 않았지만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다른 사람의 인생사를 통해 내 인생을 들여다볼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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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마음은 정답을 알면서도 고르지 못한다

- 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p. 44-45

"젊음은 보내고 있는 동안에는 그것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잃어버린 후에는 지나치게 과대평가된다. 그래서 우리는 청춘의 여러가지 속성 중에서 일부만 분리하여 생각하고 그럼으로써 너무나 쉽게 이상화하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청춘은 우리에게 뭐든 가능하게 해주는 만능 열쇠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름만 다른 삶의 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청춘'으로부터 독립하려 한다.

어머니로부터 성공적으로 독립한 아이는 어머니를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고독 속에서도 따뜻한 존재를 떠올리며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청춘으로부터 독립한 어른은 무엇을 얻게 될까. 아마도 그것은 언젠가 내 인생과 나의 유한함을 깨닫게 될 때 그것에 주저앉지 않고, 아직도 남아있는 눈앞의 길로 용기 있게 걸어 나갈 수 있는 믿음과 긍정이리라 생각한다."

=> 맞다. 어느정도 나이가 들고보니 청춘이라는 것이 되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찬란한 것이지, 막상 그때 그나이에는 아팠던 것 같다. 어리숙하기에 부딪히고 넘어지고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다. 그시절에는 빨리 성숙해지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청춘을 지나고 보니 그 시절의 나라면 왠지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때 그시절의 나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리숙했었고, 늘 갈증에 시달렸고, 모르는 것이 많았고, 세상이 버거웠는데 말이다.

영화 <쓰리 빌보드>

p. 60-61

"분노는 달콤하다. 분노는 우리의 생각을 단순하게 만들고 우리를 해동하게 만든다. 분노는 우리의 좌절을 망각하게 하고 행동에 대한 책임이라는 쇠사슬을 벗기고 행동력이라는 날개를 달아준다. 책임감과 합리성에서 해방된 우리는 전능감에 취해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끔찍하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남에게 하게 되기도 한다. 분노에 잠식된 우리는 그 끔찍한 행동들 마저 세상을 정화시키는 계몽활동처럼 느끼고 정당화한다. 그리고 우리를 자제시키려 하는 사람에게 분노의 방향을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분노는 결코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 분노가 끝나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좌절했던 비참한 나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 찰나의 안식을 이어나가기 위해 분노를 유지시킬 컨텐츠와 분노를 쏟아 부을 대상에 탐닉하게 된다. 대게 분노의 대상은 내가 분노를 마음껏 표출해도 될 만큼 안전한 소외되고 약한 이들이기가 쉽다."

 

=> 누구나 살면서 분노의 감정은 겪게된다. 그런데 방향을 잃은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대부분 그 분노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향해 분풀이로 나타난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분노에 가득 차서 세상을 향해 방향도 없이 화살을 쏘아대는 사람들 가까이에 가면 기운이 쭉 빠진다. 때로는 그 사람이 쏜 화살에 뜬금없이 맞기도 한다. 그러면 정말 어의가 없고 황당하다. 왜저러나. 분노에 사로잡힐 것이 아니라, 더욱 눈을 부릅 뜨고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작은 희망을 찾아내야 한다.

분노에서 빠져 나오게 하는 것은 자기 자신 밖에 없는 것 같다. 자신이 자기의 추해진 모습을 봐야한다. 정말 그렇게까지 분노할 필요가 있었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현실 자각 타임이 와야 그 분노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그 전에는 누구나 분노의 노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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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가 분석한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를 감안하며 영화를 보는 것도 새로운 묘미가 있을 듯하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영화들 기회가 되면 꼭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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