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수 1 - 전쟁의 서막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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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작가의 소설이 어떠했던가.1993년에 처음 출판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450만권이 팔렸다고 한다. 국민 소설을 쓴 국민 소설가라 할 수 있다. 그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가 쓴 소설들의 특징은 우리 나라가 주인공이 된다는 점인 것 같다. '민족 의식 고취'를 위한 소설들을 많이 집필했다.

이 소설은 자료가 많지 않다는 '살수대첩'에 관한 이야기다. 중국과 일본이 끊임 없이 역사왜곡을 하려고 하는 이 시대에 역사를 바로 잡고 민족 의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이런 종류의 소설의 출판은 참 뜻깊은 것 같다.

온 세계가 두려워 하는 중국을 왜 우리나라만 두려워하지 않는가? 여전히 중국인들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와 같은 편견에는 역사적 배경도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살수는 16만 밖에 되지 않는 군사를 이끌고 한 나라의 국민이라고 해도 족할 300만의 수나라 대군을 무찌른 을지문덕 장군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살수대첩에 관한 자료가 많지 않아 대부분이 허구로 구성되어 있겠지만, 이러한 소설과 같이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소설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게 해준다.

살수 1권에서는 인물들의 소개와 캐릭터 묘사가 주를 이룬다.

배경은 550년대 수나라 왕실 세력다툼에서 잔인한 방법으로 적들을 모두 말살하고 권력을 획득한 수나라 황제 양견은 세 아들들을 두었다. 장남 양용, 차남 양광, 막내 아들 양양 사이에서도 아버지로부터 어떻게서든 신뢰를 얻어 권력을 얻기 위해 피튀기는 세력다툼이 계속된다. 장남 양용과 양광은 친형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서로 견제하고 싫어한다.

수나라 왕실 이야기, 각 왕자들의 부하들 이야기(양광의 부하, 그리고 양광이 찜한 싸이코 장수 석환)가 소개된다. 수나라와 라이벌 관계였던 진나라를 정벌한 양광은 아버지로부터 신뢰를 얻었으나, 마음 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양광의 정인(애인)이었던 주령을 미끼 삼아 왕위를 찬탈하고 정조를 잃게 만든 주범이 아버지라는 사실때문)과 또 형에 대한 열등감 등이 표현되며 그가 냉혹한 현실 속에서 냉혈한이 될 수 밖에 없는 배경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말갈족 청년, 가연이라는 비운의 여장남자인 여주인공(을지문덕과 썸관계인 것으로 보이며, 고구려 왕실 소속 무녀의 딸이지만 그녀의 피는 양용으로서 고구려의 핏줄을 더럽히고자 하는 계략으로 겁탈에 의해 만들어진 딸)이 등장한다.

의외로 을지문덕에 대한 배경이나 소개는 비중이 크지 않으며 수나라 황제 양견이 왜 고구려에 대한 적개심을 품게 되었는지, 살수대첩이라는 전쟁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비열하고 잔인하게 소개된 양견은 어거지로 황제가 된 후, 왕 즉위식을 소박하게 치렀다는 이유로 자신이 왕이 되었다는 세레모니를 제대로 치르기 위해 과거 선인들이 어떻게 해왔는지 참고하기 위해 왕실 문건들을 화인한다.

그런데 양견은 선왕들이 동방의 군자국(고구려를 말함)에 문안을 드렸다는 문구를 발견하고는 갑.분.싸. 싸이코처럼 화를 낸다. 감히 우리가 누군데 고구려 따위한테 문안을 하다니 하면서 무참히 고구려를 짓밟겠다는 생각을 품고 고구려를 향한 전쟁을 선포한다.

정녕 그렇게 쓰여있던 것이 맞더냐? 그렇게 쓰여있는 대목이 맞다고 말하는 신하의 혀를 뽑으라는 둥, 눈알을 뽑으라는 둥 분개를 하지만 그 신하는 자기는 이미 죽은 목숨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당당하게 '역사가 그렇다. 봐라. 쓰여있지 않은가?'라며 말한다. 역사는 부인할 수 없다고.

양견은 이에 더 분노하며 그 역사서들을 태워버리라고 말하지만 태워버린다고 해서 역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신하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에 그렇게 객관적 사실을 당당하게 말하는 신하의 모습에서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였으나, 김진명 작가는 이 대목에서 그가 소설을 쓰고자 했던 의미를 드러내고자 했던 것 같다.

자꾸만 역사 왜곡을 하는 중국, 일본들아. 아무리 느그들이 불태우고 왜곡을 하려고 해도 역사는 역사다. 변하지 않는 진리다.라고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드러난다.

동북공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 역사 왜곡이라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우리는 우리의 현실에 와닿지 않으면 귀를 닫고 체감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우리 세대들을 일깨우기 위한 작가의 신념이 느껴진다.

제대로된 역사 의식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초대박을 기대하면서 집필했다기 보다, 역사에 무관심, 역사왜곡에 무감각한 젊은 세대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하는 작가의 집필의도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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